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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정규직화’ 속임수에 맞선 투쟁 전면화 - 지금이 아니면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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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6,234회 2019-10-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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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꺼져!’ 구호가 선명하게 나부낀다.(619일 청와대 앞 집회. 사진_노해투)

 

 

한국노총과의 야합으로 톨게이트 투쟁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 했던 문재인 정부의 계획은 실패했다. 민주노총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야합을 거부하며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노총 조합원 일부도 함께 투쟁해온 동지들을 버릴 순 없다며 한국노총을 떠나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심지어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자회사로 들어갔던 노동자들 중에선 완전히 속았다며 자회사 안에서 새 노동조합을 만든 흐름까지 생겨났다. 투쟁 깃발을 내리지 않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정당성은 이렇게 매일 증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 투쟁은 아직 결정적인 승기를 거머쥐지 못했다. 투쟁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더 넓고 강력한 연대가 조직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어용 한국노총과 구별되는 민주노총의 역할이라고 여기고 있다.

 

자회사 문제 전면화해야

 

투쟁을 더 전진시키는 데에서 민주노총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로서 자회사 정규직화문제의 전면화를 빼놓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자회사 정규직화 술책은 노동자투쟁의 손발을 묶고 마비시키는 독약이었다.

 

톨게이트 투쟁은 이 기만 술책을 걷어차며 강렬하게 등장했다. 지난해에도 공공부문에서 잡월드 투쟁, 민간부문에서 SK브로드밴드 투쟁 등 중요한 투쟁들이 있었지만 모두 자회사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멈춰버렸다. 지난 투쟁들이 멈춰선 바로 그 지점에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새로운 투쟁을 시작했다. “자회사 꺼져!”라는 구호가 이 투쟁의 의미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 점에서 톨게이트 투쟁은 민주노총의 최전선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톨게이트 투쟁을 그렇게 부른다면, 거기에는 민주노총의 막중한 책임도 뒤따른다. 지금껏 숨죽여 왔던, 이런저런 이유로 투쟁을 유보해왔던 자회사 정규직노동자들 또는 자회사 전환을 강요받는 노동자들을 전면으로 이끌어내 투쟁의 연결고리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균열이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와 달리 이제는 자회사 정규직화 속임수에 맞선 투쟁을 전면화할 수 있는 조건도 점차 무르익고 있다.

 

국립대병원  _올해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였다. 농성투쟁과 공동파업을 벌인 끝에 서울대병원에선 614명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쟁취했다. 이는 허울 좋은 자회사 정규직화에 맞선 투쟁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국립대병원들이 여전히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투쟁을 더 확산시켜야 할 이유도 명백하다.

 

공항  _지난 101일에는 전국 14개 공항 자회사 전환 노동자 총파업 선포대회가 열렸다. 자회사로 간 노동자들은 기존 용역회사만도 못한 처우를 직접 경험했다. 법정 최저임금 수준을 넘지 못하는 저임금과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렸다. 한국공항공사는 현재의 자회사를 두 개의 자회사로 또 다시 쪼개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철도  _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고객센터지부 등 철도 자회사 노동자들은 926일부터 3일간 파업을 벌였다. 스마트톨링 운운하며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없어질 일자리취급하는 도로공사와 마찬가지로 철도공사도 역무 자동화, 무인화를 한다며 노동자들을 해고해 왔다. 정규직 임금의 80%를 지급한다는 합의도 지키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자회사인 코레일테크에서는 2,242명의 현장 노동자들이 두 달간 최저임금도 못 받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발전  _최근 보도에 따르면 발전소 하청업체인 한전산업개발에서 노··전문가협의회 위원 전원에게 협박 공문을 보냈다. 직접고용 정책을 추진하면 손해배상과 형사책임을 지게 될 거라는 내용이다. 김용균특조위 조사에서 한전산업개발은 도급계약 상 노무비의 절반만 노동자에게 지불하고 나머지는 갈취한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인 자회사 정규직화 정책이 자본가들의 범죄적인 탐욕에 불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_이 공단의 자회사인 한국체육산업개발에서도 현장 업무를 담당한 노동자 1,100명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이들 대부분을 임금인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0.9% 올랐기 때문에 추가로 더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것이 사측이 내세운 근거였다. 성과급과 각종 수당 지급에서도 배제됐다. ‘자회사 정규직은 곧 최저임금 노동자라고 공공연하게 실토한 셈이다.

 

말문을 틔우고 투쟁을 연결하기

 

이런 사례가 전부가 아닐 것이다. 그나마 자회사 정규직으로라도 갈 수 있는 게 어디냐는 일말의 기대감이 한동안 노동자들을 사로잡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기대감을 번번이 배신했다. 현장에선 자회사 정규직화라는 장벽에 맞서 싸워야 할 이유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사측과의 원만한 대화를 위해 당분간 투쟁을 멀리하는 게 유리할 거라는 태도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사실이 거듭 드러났다.

 

이런 수많은 사례를 수집하고, 해당 현장 노동자들이 스스로 발언하며 더 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가는 것, 그럼으로써 자발적인 확신과 공감을 바탕으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자회사 반대투쟁에 합류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게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이다.

 

102일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에서 자회사 왜 반대하는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한 사례가 있다. 톨게이트지부 남대구지회,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코레일관광개발 부산대구지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구콜센터분회,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직지부,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 등에서 참여해 현장 상황을 공유했다.

 

빼놓을 수 없는 자회사 관련 투쟁 사례였던 잡월드와 SK브로드밴드가 빠진 건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자회사라는 똑같은 문제에 대해 말문을 틔운다는 게 중요하다. 일단 말문을 열고 그동안 눌러왔던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면 하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수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것이고, 그간 자회사 문제 앞에서 나타났던 노동조합들의 굴곡과 약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대화하고 비판하며 원칙과 방향을 세워나갈 수 있는 힘이 자라날 것이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지역에서 이런 토론회를 조직하면서, 최전선에서 자회사 술책과 투쟁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과 다른 노동자들을 연결해야 한다. 더 많은 당사자들을 불러내야 한다.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로, 토론회뿐만 아니라 증언대회, 기자회견, 간담회, 집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허울 좋은 자회사 정규직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흐름을 만들어보자.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여전히 아직은 때가 아니라거나, 사측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런 사업을 벌이는 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투쟁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자회사 정규직화가 얼마나 기만적인지 낱낱이 폭로하고 있는 지금보다 더 유리한 기회가 있을까? 한국노총 조합원 일부가 민주노총에 합류하고, 자회사로 들어간 노동자들이 새로 노동조합을 만들기까지 하는 지금 힘을 모아 기세 좋게 밀어붙이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 병원, 철도, 공항 등에서 똑같이 자회사 문제로 투쟁에 나서고 있는 바로 지금 공동의 투쟁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언제 함께 투쟁할 것인가?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톨게이트 동지가 이렇게 말했다. “똑같은 문제로 싸우고 있는데, 왜 따로따로 싸워야 합니까?” 우리는 이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노동자의 이름으로 정직하게 답변해야 한다. 따로따로 싸워야 할 이유를 대는 건 불가능하거나, 궤변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거나 부담스럽다는 핑계로 톨게이트 동지들과 함께 자회사에 맞선 공동의 투쟁 전선 만들기를 회피하는 건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패배하는 데 일조하는 길이다. 이토록 용기 있고 열의에 찬 투쟁이 패배하도록 내버려둔 뒤에 또 다른 어딘가에서 제대로 자회사에 맞선 투쟁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진실을 회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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