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현장

기고 |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동지들 얘기 좀 들어보실래요?

페이지 정보

지명혜SK브로드밴드 자회사 홈앤서비스 노동자 조회 5,682회 2019-09-30 09:18

첨부파일

본문


SK의 은밀한 구조조정, 비정규직 늘리기에 맞서 투쟁하는 자회사 정규직노동자들



마트에서 인터넷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주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노동자가 아니라 일종의 자영업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동지들 얘기 좀 들어보실래요?

 

민간기업의 첫 자회사 정규직화사례

 

SK는 문재인 정권 이후 민간기업의 첫 자회사 정규직화사례로 홈앤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껍데기 정규직화에 불과할 거라는 우려나 노동자의 찬반 의사와 상관없이 저희는 그곳으로 구겨 넣어지게 됐습니다.

 

인터넷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현장직군이 대다수이지만, 저와 같은 내근직도 있고, 해지 장비를 회수하는 직군, 관공서 등에서 무선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수리하는 직군, 기업 쪽에서 설치를 하는 기업직군 등등, 저희는 생각보다 많은 직군이 있습니다.

 

그중 한 직군이 바로 마트에서 인터넷상품을 판매하는 마트영업직군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요즘 영업직군에서 필드매니저다, 워킹그룹이다 하며 여러 새로운 직군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마트영업직군은 센터에서 하청이나 도급을 받아 일하던 현장기사와 마찬가지로 계약직이었습니다. 홈앤서비스라는 SK브로드밴드 자회사에 각 센터가 흡수되면서, 이제는 잘릴 걱정 없고 안정적인 월급을 받을 수 있겠구나 기대가 컸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회사 전환 이후 오히려 집에 가져가는 월급은 줄고, 회사의 실적 압박은 갈수록 커져만 갔습니다. 노조의 문을 두드리고 함께 투쟁하면서 실제로 강제 직군변경이나 영업실적금 환수 같은 사측의 도발을 막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올해 들어 우리의 힘이 약해졌다고 판단한 것인지, 갑자기 저성과자라고 자기들이 맘대로 정한 규정을 들이대며 80시간 동안 교육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교육은 교육수당을 주게 돼있습니다. 그래서 첫날에 수당이 나오는지 확인 차 물어봤지요. 그랬더니 회사는 그다음 날 바로 교육이 아니라 워크샵이라고 말을 바꾸고, 교육수당은 없다고 합니다.

 

황당한 평가, 황당한 교육

 

교육내용도 어이가 없습니다. 무슨 옛날 왕들의 로맨스가 나오는 책 몇 권 던져주고 독후감을 쓰라고 하질 않나, 이 교육을 받기 싫으면 방문판매 업무인 워킹그룹이나 필드매니저, 개인사업자인 에이전트 같은 직군으로 보직변경을 회유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현안으로 해결했던 강제 직군변경이나 영업실적금 환수를 다시 들고 나옵니다. “어차피 저성과자여서 실적도 못 내는데 왜 나오냐?” “잔업시간 추가할 생각하지 마라하며 도발합니다.

 

사측은 콜센터를 통해, 그리고 비정규직이자 계약직인 에이전트라는 채널 등을 통해 정규직인 마트영업직군이 내놓을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경품을 고객에게 주는 정책을 써가며 마트영업직군 말려죽이기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같은 조건으로 영업을 할 수도 없고, 유동인구 없는 마트로 강제이동을 시키면서 무슨 성과를 내라는 말입니까?

 

자회사 껍데기 씌워놓고 뒤로는 구조조정 준비라니

 

자본이 말하는 공정한 평가는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기계처럼 취급하며, 그들만의 이윤이라는 잣대로 한다는 사실이 자본주의의 역사 곳곳에서 증명됐습니다. 하물며 이렇게 대놓고 비열한 차별을 하고 말려죽이기를 하는데, 이에 맞서 들고 일어서지 않는 노동자가 이상한 것이겠지요. 사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거듭 기다리고 배려했으나, 저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경영권이라며 오히려 공격의 수위를 높여갑니다.

 

우리 마트영업직군 동지들도 참지 않고 두 달여를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선전전을 시작으로 투쟁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인력감축 구조조정을 교묘하게 비틀어 도발하는 자본의 의도를 직시하고, ‘구조조정저지·고용안정쟁취·생존권사수를 위한 투쟁본부를 만들었습니다. 좀 더 타이트하게 붙어볼 각오를 결의한 동지들과 함께 결성했습니다.

 

사측이 경영권이라며 들이대는 궤변에 맞설 지혜를 모아보고, 타 직군 동지들을 설득하며, 직군별 현안을 넘어 회사 전체에서 진행될 구조조정의 신호탄임을 알렸습니다.

 

이제 현장에서 동지들은 마트영업직군 투쟁을 지지하는 인증샷과 선전전으로 단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현장 반응을 의식한 사측은 회유와 겁박을 시작했습니다. 대표이사가 문 앞에 피켓 들고 서있는 우리가 보기 싫어 일찍 출근하면 저희는 더 일찍 시작하고, 끊임없이 활동 내용을 동지들에게 알리며 현장의 투쟁 의지를 보여주려 노력해왔습니다.

 

윤리경영 같은 소리하고 있네

 

SK그룹은 윤리경영을 하겠다고 홍보합니다. 대놓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긴 어려우니 이렇게 약한 고리(소수의 노동자들이 일하는 직군)부터 공격하고, 한편으로는 다수 직군 노동자들에게 소수 직군인 마트영업직군을 폄하하며 거짓뉴스를 퍼뜨리고, 세금 떼면 한 달에 170의 월급만을 가져가게 하면서도 뻔뻔스럽게 윤리경영이라고 떠듭니다.

 

민간부문 1호로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화라고 광고하더니, 그 결과가 이렇게 자회사 정규직조차 몰아내고 비정규직 에이전트를 양산하는 겁니까? 국민을 상대로 기만하는 것 아닙니까? 흔들면 흔들리는 줄 아나봅니다. 꺾으면 꺾일 줄 아나 봅니다.

 

다시는 자본의 빈말에 속아 긴장을 늦추지 않겠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투쟁!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Total 963건 6 페이지
게시물 검색
로그인
노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