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국제

멕시코의 ‘송곳’들 - 멕시코 지엠 공장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정신’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페이지 정보

오연홍 조회 5,362회 2019-09-26 22:59

첨부파일

본문

 

파업 중인 미국 지엠 노동자들. 이들에게 멕시코에서 전해진 소식은

 

 

카를로스 마르케스, 페르난도 모레노 모야, 아르투로, 후안 카를로스 멘도사, 라몬 로드리게스. 멕시코 지엠 실라오(Silao) 공장에서 일하는 생면부지의 노동자들이다. 920, 이들은 10, 20년 넘게 땀 흘려 일하던 공장에서 해고됐다. 도처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해고에 이제는 무덤덤해질 지경이지만, 이들이 해고된 이유는 특별하다. 이 해고는 한국지엠 노동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 지엠 노동자들의 파업과 물량경쟁 술책

 

미국에선 지난주부터 지엠 노동자 47,00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2009년 파산보호 신청 이후 미국 지엠에선 수많은 해고와 비정규직화, 이중임금제를 이용한 임금삭감 등이 이뤄져왔고 자본가들은 번듯하게 이윤보따리를 지켜냈다. 하지만 노동자의 처지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또 다른 공장폐쇄와 해고위협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지엠 노동자들의 인내심도 바닥나버렸다. 12년 만에 다시 벌어진 파업이다.

 

그러자 지엠 자본가들은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멕시코 공장으로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파업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물량이전은 노동자를 공장별로, 국적별로 쪼개고 경쟁시키며 노동조합의 저항력을 무너뜨리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멕시코 실라오 공장도 그렇게 물량을 넘겨받게 됐다.

 

멕시코 지엠 공장 노동자들의 처지는 놀랍도록 열악하다. 이들 중에는 시급 2달러(2,400) 정도를 받고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시간급 노동자들이 16,000명 정도 된다. 노동조합이 있지만 회사와 결탁해 노동자를 억누르는 역할을 할 뿐이고, 노조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도 있다.

 

이런 처지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많은 물량이 미국에서 멕시코로 넘어온다는 사실을 수입과 일자리의 보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자본가들은 이 점을 노리고 물량으로 노동자들을 이간질한다.

 

멕시코의 송곳

 

하지만 어디에나 송곳처럼 들고 일어나는 노동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미국 지엠 노동자들이 파업 돌입을 앞둔 915, 수십 명의 실라오 공장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더 많이 생산하라는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당신들의 투쟁에 힘을 보탤 것이다. 우리는 저들의 탄압을 멈추고, 무엇보다도 당신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우리 자신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평조합원 조직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다.”

 

회사는 파업 물량을 대체생산하기 위해 하루 25대의 픽업트럭을 더 만들어내라고 요구했다. 이는 미국 파업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뿐만 아니라, 멕시코 공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더 악화시키는 조치였다. 비록 소수였지만 이 노동자들은 미국 지엠 노동자들의 파업을 깨기 위한 회사의 물량이전 술책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긴 멕시코 지엠 자본가들은 투쟁적인 노동자들의 구심 역할을 했던 다섯 명의 노동자를 사무실로 불러 단칼에 해고 통보했다. 사측이 내세운 해고 근거는 어용노조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는 거였다. 그것조차도 황당한 이유였지만, 미국 지엠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물량을 이용한 분열책동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게 진짜 해고 이유라는 사실을 누구라도 알고 있었다.

 

해고된 노동자들과 그 동료들은 파업 중인 미국 지엠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은 미국 노동자들의 파업 요구에 멕시코 공장에서 벌어진 부당해고 즉각 철회와 탄압 중단을 함께 걸어달라고 호소한다. 이제는 미국 지엠 노동자들 사이에서 연대의 목소리가 나와야 할 차례다.

 

이것은 한국지엠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지엠 노동자들도 지엠 자본가들의 국제적인 물량경쟁 술책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한국지엠에서 진행 중인 파업을 틈타 자본은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던 물량 중 10,000대 분량을 멕시코 공장으로 넘겨 대체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엠 자본은 한국 노동자들이 멕시코 노동자들을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적으로 여기도록 부추길 것이다. 망하고 싶지 않으면 자본의 요구에 고분고분 따르라고 위협할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 지엠 공장에는 교활한 물량경쟁에 정면으로 맞선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그들이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함께 싸우자고 호소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회사가 어렵기 때문에 지금은 노동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지긋지긋한 속임수도 걷어차야 한다. 그토록 참고 양보해왔던 미국 지엠 노동자들이 결국 또 다시 공장폐쇄 위협에 직면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명백한 증거다. 지엠은 캐나다에서도 2018년 말 100년 역사의 오샤와(Oshawa) 공장을 폐쇄해, 2,600여 명의 공장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쫓아냈다. 10조 원 이상의 지원금을 캐나다 정부로부터 받아먹은 뒤였다.

 

노동자를 국적에 따라 쪼개고 경쟁시키며 서로를 물어뜯게 만드는 게 자본의 국제 착취전략이라면, 소속된 공장과 국경을 넘어 하나로 단결하는 국제주의 전략으로 무장하는 게 노동자가 살 길 아닌가. 노동자의 국제적 단결은 멀리 있지 않다. 미국 지엠 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과 나란히, 대체생산을 거부하고 해고를 감수하며 단결투쟁을 호소하는 멕시코 지엠 공장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보자.

 

무엇보다도, 미국이나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한국으로(또는 다른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내 공장으로) 가져오는 게 살 길이라는 자본가의 덫을 단호하게 걷어찰 줄 아는 노동자의 원칙을 되새겨보자. 멕시코의 송곳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참고자료  923일자 WSWS 기사 “GM fires Mexican workers for aiding US strikers and calling for cross-border fight against automaker”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Total 132건 7 페이지
국제
배예주 21/03/16 4,478
국제
옮긴이 지오, 양동민 21/03/02 28,709
국제
21/02/27 5,294
국제
오연홍 21/02/25 27,614
국제
오연홍 21/02/18 5,236
국제
오연홍 21/01/28 5,035
국제
최영익 21/01/11 4,985
국제
옮긴이 지오 21/01/06 28,271
국제
오연홍 20/12/03 5,880
국제
옮긴이 탁영 20/11/07 30,678
게시물 검색
로그인
노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