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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최선두에서 싸우겠다”고 외치며 스스로 태풍의 눈이 된 톨게이트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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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6,175회 2019-09-1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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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제일 앞에서 싸울 테니 끝까지 밀어주시고 손잡아 주시면 승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사진_충남노동자뉴스 길)

 

 

온갖 회유, 협박, 강요를 뚫고 직접고용 결의를 하며 지금까지 가열차게 싸워왔습니다. 거기에 또 법원 판결 받아와라 해서 법원 판결까지 받았고요. 그렇게 해서 왔더니 304명만, 그것도 직접고용은 하되 우리가 했던 업무가 아니라 다른 업무를 주겠다는 거예요.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것이고,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고, 또 다른 협박이고 폭행이죠. 여기(한국도로공사 본사)에 들어와 있는 310명은 끝까지 이곳을 사수할 것이고, 추석도 여기서 보낼 겁니다. 안에서 버틸 수 있게 밖에서 힘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직접고용을 위해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제일 앞에서 싸우고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요, 우리가 제일 앞에서 싸울 테니 끝까지 밀어주시고 손잡아 주시면 승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박순향 부지부장)

 

99일 오후 300여 명의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김천에 있는 도로공사 본사로 달려가 농성에 돌입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 직접고용을 지시한 829일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열흘이 넘도록 입을 다물고 있던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이 99월 드디어 입을 열었다.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했으니, 그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부당하게 해고된 1,500명의 톨게이트 노동자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것이었다. 수천 명의 노동자에게 압박을 넣으며 저항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고 자회사로 몰아넣은 짓거리에 대해서도 사죄해야 마땅했다. 자회사를 해체하고 모든 걸 바로잡겠다고 공표해야 마땅했다. 아니 다른 것 이전에 그는 불법파견 범죄자로 처벌받아야 한다.

 

끝까지 가보겠다는 도로공사 사장

 

그러나 이강래 사장은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기자들 앞에서 자회사 거부자들의 농성사태운운하면서, 모든 걸 걸고 정당한 투쟁에 나선 톨게이트 노동자를 향해 침을 뱉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게 투쟁 중인 조합원 1,500명 전원을 직접고용해도 부족할 판에, 이번 대법 판결에서 다룬 304명만 직접고용할 거라며 조합원들을 갈라치기했다.

 

그조차 원래 하던 업무가 아니라 환경정비 등 다른 업무로 발령할 것이고, 거주지에서 먼 다른 지역으로 발령할 수도 있으며, 수납업무를 하고 싶으면 자회사로 가라며 톨게이트 노동자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했다. 뿐만 아니라 이강래 사장은 2015년 이후로 불법파견 요소를 대거 제거했다는 궤변도 늘어놓았다.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한 일이라고는, 업무지시 관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도로공사 관리자를 더 이상 업체 사무실에 상주시키지 않는 정도에 불과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사과는커녕 변함없이 자회사로의 전적만을 강요하는 이강래 사장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화가 난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곧장 김천 도로공사 본사로 쳐들어갔다. KEC지회의 노조파괴 장례식집회에 연대하기 위해 구미로 왔던 톨게이트 조합원들도 집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김천으로 이동했고, 서울톨게이트에서 농성 중인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조합원들도 이곳으로 합류했다.

 

밑바닥 드러낸 문재인 정부

 

도로공사의 대응은 악랄함 그 자체였다. 정규직 노동자들을 구사대로 동원해 조합원들의 발걸음을 가로막았다. 구사대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력을 행사했다.

 

구사대가 행패를 부리는 동안 경찰은 수수방관 구경만 했다. 아니 더 나아가 구사대와 나란히 서서 함께 팔짱을 끼고 노동자들과 맞서는 어이없는 장면도 목격됐다. 물품 반입도 차단되고, 폭력적인 연행이 이어졌으며, 끌려가는 노동자들의 손목에 수갑까지 채워졌다. 폭력적인 진압에 맞서 여성 노동자들은 상의를 벗고 몸에 손대지 말라고 외치며 저항했다.

 

 

한몸처럼 단결한 구사대와 경찰.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얼굴이다.(사진_충남노동자뉴스 길)

 

 

1976년 반나체 시위를 벌였던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문재인 정부의 시계는 하루아침에 1970년대로 돌아갔다. 뻔뻔스런 노동존중 가면은 완전히 벗겨졌다. 93일 민주노총은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나는데 시간을 들였지만, 정부에 뭔가를 기대하는 건 헛수고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일주일도 안 걸렸다. 문재인 정부가 조국 논란을 계기로 검찰 권력과의 이전투구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게 되면서,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은 이제 정부의 통제 바깥에서 자유롭게 활개 치는 이강래 사장이 대변하는 자본의 논리와, 통제되지 않는 경찰의 본능적인 폭력성 앞에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저들은 점거농성 중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어떻게든 본사 건물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공격적인 탄압과 침탈 때문에 톨게이트 동지들이 끌려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두려우랴! 그것은 투쟁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추악한 진면모를 온몸으로 체험한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열 배 백 배의 분노를 가슴에 안고 투쟁의 불길을 전국으로 퍼뜨리기 위해 더 힘차게 뛰어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계속 전진해나가는 톨게이트 노동자들과 함께

 

이길 수 있도록 함께 손잡아 달라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호소가 이미 많은 동지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도로공사 앞 기자회견과 집회에 함께 하기 위해 달려가는 동지들이 있고,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먹을거리와 목을 축일 수 있는 생수를 싣고 달려가는 동지들도 있다. SNS에선 이 투쟁을 지지하는 손글씨 릴레이가 펼쳐진다.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동지들이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런 소중한 마음과 열의가 효과적으로 결집할 수 있도록 상황을 관장하고 지휘할 수 있는 투쟁 지도부가 절실하다. 뭔가 하고 싶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동지들에게 방향과 방법을 안내하고 끌어 모을 수 있는 구심이 세워져야 한다. 투쟁의 확산이 필요할 때마다 노동자운동은 각종 투쟁대책위, 공대위 등을 구성해 함께 싸울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그런 구심 역할을 위해 만들어진 게 민주노총이다. 831일 민주노총이 톨게이트 투쟁을 지지, 엄호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조직하고 여러 노조가 구체적인 연대 결의를 밝혀줬던 사례처럼,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데 신경을 쓰기보다 투쟁과 연대를 조직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한다.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에 돌입하면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이렇게 외쳤다. “우린 여기서 죽어 나가거나, 경찰들한테 질질 끌려 나가거나, 직접고용 도장 찍고 나가거나 셋 중에 하나밖에 없다!” 이것이 조합원들의 결의다.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인 자회사 정규직화 술책을 넘어서겠다는 이 동지들의 자랑스러운 결의를 함께 지켜내자. 제일 앞에서 싸우겠다며 스스로 태풍의 눈이 된 톨게이트 동지들이 여기 있다. 이토록 정당하고 힘찬 동지들의 투쟁에 함께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노동자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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