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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와 나: 1989년에도 지금도 다를 바 없는 GM의 착취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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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노동자한국GM 부평공장 조회 6,059회 2018-03-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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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자가 또 다시 목숨을 끊었다. 부평공장에서 일하는 나로서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허망했다. 왜 희망퇴직자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한국GM의 잔인한 구조조정은 ‘희망퇴직’이라는 기만적인 이름으로 진행됐고, 퇴직 이후 들이닥칠 경제적 어려움이 그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을 것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유서가 없고 타살의 의문점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범인은 누가 봐도 명백하지 않나. 정말이지 해고는 살인과도 같다. 


이런 와중에 GM의 잔인한 역사를 다룬 영화 하나를 지인을 통해 소개받았다. 마이클 무어의 데뷔작 <로저와 나>였다. 1980년대 미국 미시간 주 플린트 시에서 GM의 공장폐쇄와 대량해고로 고통 받는 실직자들의 처지를 담은 내용이었다. 감독 마이클 무어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인 플린트 시가 GM에 의해 어떻게 황폐해져 가는지, 그 여파로 노동자들의 삶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담백하게 담아낸다.


유령도시가 된 플린트


플린트 시는 GM에 절대적으로 의존도가 높은 곳이다. 그런데 GM은 갑작스럽게 11개의 공장을 폐쇄하고 3만여 명을 해고하기로 한다. 아주 단순하지만 잔혹한 자본의 논리, 오로지 이윤 때문이다. 시간당 70센트를 받는 멕시코의 인건비가 더 저렴하므로 공장을 이전한다는 것이다.


실직한 3만여 명의 노동자는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났고, 도시엔 버려진 빈집들이 넘쳐났다. 실업률이 25%나 증가했고 폭력범죄율도 치솟았다. 시 당국은 시민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퍼레이드를 열지만,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가 실업대책으로 내놓은 건 노동자들을 교도관으로 고용하는 것이었다. 자신과 한 공장에서 일하던 동료를 감옥에 가두고 교도관으로서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GM 회장인 로저 스미스를 만나려 한다. 이유는 단순했다. 로저 스미스에게 플린트 시로 와서 해고된 사람들의 삶을 직접 보게 하려는 것이다. 사태의 책임을 묻기 위해 그는 계속해서 인터뷰를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이 영화의 의미


나는 이 영화를 본 뒤 정말 수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윤 앞에 갈려나가는 노동자들을 보면서도 자본은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종교는 실직자들에게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치라고 말할 뿐 그 어떤 실질적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동시에 대중문화는 현실의 문제를 은폐하고 가리기 위한 수단일 뿐임을, 부유층은 해고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사회적 책무는커녕 일말의 공감조차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정부가 빈곤을 해결한답시고 내놓는 정책들이 얼마나 쓸모없고 어이없는지를 말이다. 


감독 마이클 무어는 그에 대한 답을 말해주지 않지만, 적어도 적나라하게 그 부조리함을 담아내며 노동자와 자본가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동떨어져 있고 대립할 수밖에 없는지를 고발한다. 그가 비춰주는 시선과 장면 자체가, 이 사회가 계급으로 나뉜 사회임을 증명하고 있는 게 아닐까?


반복되는 역사


현재 한국GM이 벌이는 횡포는 1980년대 플린트에서 벌어진 사건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결정과 ‘희망퇴직’이라는 기만적 수사에 가려진 해고, 문자 한 통으로 비정규직을 해고하기, 각종 임금 복지 삭감을 강요하는 것이 그 증거다. 그 결과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까지 생겼다.


이 와중에 정부의 대책은 어떨까? 현재 정부에서는 ‘고용위기특별지역’, ‘산업위기특별지구’ 등으로 선정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색내기용임이 분명하다. GM 자본에게 아무리 공적자금을 퍼줘 봐야, 글로벌 GM은 단물 다 빨아먹으면 아무렇지 않게 철수를 감행할 것이다. 공장이 폐쇄되지 않고 지속되도록 글로벌 GM이 그동안 뽑아간 엄청난 이윤을 토해내게 강제해야 한다. 그것이 너무나 정당함을 밝히기 위해 GM의 회계장부를 전면 공개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이제껏 산업은행이란 칼자루를 쥐고 있음에도, 전혀 이렇게 하지 않았던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결국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만이 답을 보여줄 것이다.


이 영화는 하나의 교훈을, 즉 자본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전달해준다. 자본은 오로지 이윤을 추구하며, 여기에 인간성이 들어설 여지는 없다. 이제 이 반복되는 역사의 잔인한 사슬을 끊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직시해야 할까. 이 영화가 지금 우리 앞에 당면한 절박한 생존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풀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주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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