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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잠정합의, 구조조정 빗장을 과감히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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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예주 조회 6,274회 2019-08-2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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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발표된 현대차지부장의 ‘긴급성명서’. 지금 도처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한반도 정세, 경제상황과 자기가 속한 산업 전반에 대해 심사숙고하지 않은 채 경거망동하고 있다는 건가?

 

 

2019년 민주노총의 노동개악 저지 파업투쟁에서 현대차지부는 없었다. 8월 21일 울산 현대모비스 비정규직노동자들이 4시간 파업으로 현대차 울산공장 5개 공장을 세웠을 때도 정작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오전 교섭, 오후 확대간부파업으로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을 외면했다.  

  

현대차지부의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투쟁은 사업장 내 집회도 없이 조합원들과 동떨어진 교섭으로 일관하다가, 급기야 8월 27일 현대차 자본과 의견일치를 이뤘다. 핵심은 32년간 민주노조가 투쟁한 성과인 고용안정을 위한 단체협약과 임금체계를 개악하는 내용이다. 현대차에서 투쟁하는 현장조직들은 공동대자보에서 “역대급 구조조정 핵폭탄”, “합의서는 구조조정 종합세트의 완결판”이라 표현하며 곧바로 부결운동에 들어갔다.

  

그런데 다음날 하부영 현대차지부장은 곧바로 성명서를 냈다. “한반도 정세, 경제상황과 자동차산업 전반에 대해 심사숙고하여 결정했습니다.” 이 한마디가 현대차지부의 임단협 의견일치 내용이 얼마나 굴종적인지, 또한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거대한 배신인지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역대급 노사합동 구조조정 핵폭탄

 

이 나라 경제와 자동차산업을 위해 파업권이 있어도 파업하지 않았다며, 지금도 거리와 공장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을 역적 취급한 현대차지부 집행부. 그들이 자본과 이룬 의견일치는 어떤 배신적 내용을 담고 있을까?

 

이미 단체협약과 다른 내용의 별도 노사합의로 생산의 주도권을 자본에게 이양한 현대차지부 집행부가 역대급으로 자본의 품에 안긴 잠정합의의 핵심은 이렇다. 


 

▲ 앞으로 현대차 공장 일자리를 줄인다. 정규직 자리를 줄이고 비정규직(직접고용 촉탁)으로!

→ 조합원 5만1천 중 올해부터 2025년까지 1만6천 명이 정년퇴직으로 나가도 기존 단협에 따른 정규직 채용은 없다. 

→ 매년 11월 자본의 구조조정 계획(신기술과 공정개선, 정년퇴직자리)에 따라 강제 전환배치하거나 공정삭제, 또는 비정규직으로 대체한다.(정년퇴직자를 1년짜리 시니어촉탁으로 사용. 외주화도 당연히 포함된 것으로 읽혀짐.)

▲ 앞으로 연월차 자유롭게 못쓴다.

→ 지원반 운영은 사전에 신청한 예약근태 우선. 150명 비정규직.

▲ 고용에 관한 핵심조항인 단협 40조(하도급 및 용역전환), 41조(신기술 도입 및 공장이전, 기업양수, 양도)의 합의기관인 노사공동위원회를 노사 상층의 교섭기구(고용안정위원회, 2018년 11월)로 바꾼다.

▲ 해고자 4명의 복직요구안은 자본의 요구대로 완전 철회.

▲ 어떤 경우든 기존 임금총액은 변동 없어야 한다는 대전제 확립.

→ 신임금체계 도입(상여금 월할지급, 임금인상 억제, 고정급 비중축소) 등.

▲ 사무직부터 일반해고의 기초가 되는 평가제도인 신인사제도 확대.

▲ 불법파견 공정축소 전제로 한 신규채용. 하청공정 축소와 2차 하청 불법파견 문제 배제.

▲ 무쟁의 대가로 받은 미래임금 경쟁력 및 법적안정성 확보 격려금(상여금 통상임금적용 소급분)은 최대 600만 원+주식15주(소송 취하와 부제소동의서 제출자에 한함.)

 

한마디로 이제 현대차 노동자들은 자본의 경제위기 책임전가, 구조조정 공세에 ‘단체협약’을 무기로 생존권을 지키는 싸움을 할 수 없다. 노동조합 지도부가 자본에게 “해라! 구조조정” 동의서를 써준 것이다.

 

2차 업체 비정규직, 정년퇴직하는 선배 노동자를 외면해서 재직 노동자에게 안정이 주어지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의 현대차 사업장 노조운동이 투쟁을 회피하면서 노동조합 임단협 요구안을 양보해온 조합주의였다면, 이제는 격화되는 경제위기와 자본의 공세 앞에 5만이 넘는 조합원의 고용과 32년 민주노조가 만든 현장을 실질적으로 무너뜨리는 파격적 노사협조주의다. 월차를 맘대로 쓰는 현장과 못 쓰는 현장은 천지차이다. 

 

지부장은 성명서에서 “역사의 전환점에서 조합원 동지들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드립니다”라고 했다. 그야말로 현대차 노동자들은 ‘역사적 전환점’에 서있다. 그 무대는 현대차 사업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지가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누구의 배신인가?

 

현대차지부장에겐 서울톨게이트 지붕까지 올라간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1,500명 해고 철회, 직접고용투쟁이 부당한가? 구조조정으로 먼저 잘린 한국지엠 부평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이 부당한가? 경제위기라서? 그럼 현대차 정규직도 파업 안 하는데 현대차 라인을 세운 모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칭 형제노조라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개악 저지와 함께 각 사업장 임단협 투쟁을 벌이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하부영 지부장은 “한반도 정세, 경제상황과 자동차산업 전반에 대해 심사숙고하여” 파업하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는 위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동지들, 경제가 어려운데 어떻게 투쟁할 수 있죠!” 

 

정부와 자본은 한일갈등을 틈타 노동자를 겨냥한 내부총질에 여념이 없다. 고통에 허덕이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고, 수십만 노동자가 노동조합 문턱을 넘고, 갈수록 격화되는 책임전가 공세에 투쟁하고 있다. 자본에게 영혼을 팔아 현대차지부를 망치고, 5만1천 명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도 모자라,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마저 흠집 내는 행위는 심각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현대차 노동자들의 저항도 봉쇄한다. 매일 경제위기는 심화되는데 현대차 노동자는 앞으로 어떤 일을 당해도 저항하지 못한다는 쐐기를 지부 집행부가 맘대로 박아버리다니. 

  

구조조정 문을 활짝 열어주는 현대차 잠정합의는 자본 살리기, 무쟁의 ‘성명서’로 이미 공장 문을 넘었다. 성명서를 내자마자 언론에 난리가 났다. 자본가계급은 민주노조의 대표적 대공장 사업장인 현대차의 파격적 노사협조주의를 대대적으로 선동하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민주노조의 ‘민주’를 떼어내는 수단으로 삼을 것이다. 현대차지부 집행부의 이러한 배신은 하반기 노동개악 강공 드라이브로 이어질 게 뻔하다. 

  

투쟁하는 노동자가 만드는 역사적 전환점 

  

최근까지 노사는 현장 노동자들을 통상임금 소급분으로 마비시켰다. 한편에서 자본은 ‘재직자 고용만 지키자’, ‘다른 데는 해고하는데, 나는 안 짜른다’는 이데올로기를 꾸준히 유포했다. 활동가들은 올해 내내 노동개악 선전전, 구조조정 현안대응, 투쟁사업장 연대 등 활동을 이어왔지만 ‘기승전-소급분’으로 휘감긴 현장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했다. 

  

반면 자본은 당장의 반발을 일으킬 구조조정 대신, 노사협조적 집행부를 가동률 100%로 활용해 언제든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민주노조 빗장을 죄다 풀어헤친 것이다. 노사합의로 열린 구조조정 문을 통과한 자본은 이후 원하는 만큼 퍼부으면 된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 3세 승계가 마무리되면 자본은 구조조정 피치를 한껏 높여 현장을 1987년 이전으로 되돌리려 할 것이다. 

  

이미 부결투쟁은 시작됐다. 자본에게 맘대로 구조조정을 실행하라는 ‘권리헌납선언’을 깨뜨리는 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차 노동자들의 생존권뿐만 아니라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운명에 큰 타격을 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투적, 민주적, 계급적으로 투쟁하려는 현대차 활동가들은 그 점을 직시하며 최선을 다해 부결투쟁에 나설 것이다. 구조조정 잠정합의서와 자본가 살리기, 무쟁의 성명서를 찢어버리자.

 

자본 역시 황금 같은 잠정합의를 최종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결과가 어떠하든 조합주의, 노사협조주의를 걷어내고 노동자 살리기를 위한 투쟁은 멈출 수 없다. 여기서부터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시작이다. 현대차의 민주노조 투사들이 앞장서서 격화되는 자본의 경제위기 공세에 맞선 계급적 노동자투쟁의 전망과 투쟁을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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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조직들이 지부 집행부의 잠정합의안에 반대하며 공동대자보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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