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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폭염은 ‘인류 전체에 닥친 재앙’이 아니었다 – 잇따른 노동자의 죽음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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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6,050회 2019-08-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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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가? 아니면 그것조차 사회계급이라는 표지판 앞에 엇갈리는가? 

 

 

서울대 청소 노동자의 죽음

 

폭염경보가 발효되고 서울시 최고기온이 34.6도에 이르렀던 89, 서울대학교에서 일하던 60대 청소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사망했다. 서울대가 청소 노동자들에게 제공한 휴게실이란 것은, 지하 1층의 계단 아래 공간에 설치된 창고 같은 곳이었다. 1평 남짓(3.52)한 휴게실에는 에어컨은커녕 창문조차 없었다.

 

고인이 소속된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환경분회는 “67세인 고인이 심장질환자였음을 고려할 때 폭염을 피할 에어컨뿐 아니라 창문조차 없는 비좁은 휴게실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사망에 치명적 요소로 작용했다며 서울대 당국을 규탄했다. 휴게공간이 마련된 10년 전쯤부터 청소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은 서울대에 에어컨 설치를 요구해왔지만, 학교 측은 에어컨을 설치할 공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계속 거절해왔다고 밝혔다.

 

철도 노동자도, 건설 노동자도

 

지난해보다는 덜했다지만 올여름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전 지구적 기후변동은 인류 전체에 닥친 재앙이라지만, 창고 같은 휴게실에서 벌어진 서울대 청소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면 폭염조차도 사회계급에 따라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는 서울대 총장이, 대통령과 장관이, 자본가들이 더위 때문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83일에는 운전실의 에어컨이 고장 난 상태에서 KTX 열차를 운행하던 철도 노동자가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40도 가까운 고온에 노출됐던 이 노동자는 얼굴과 손발의 마비 증세를 호소했다 한다. 그런데 철도노조에 따르면 해당 열차는 이미 사고 1~2일 전에도 냉방 고장이 확인된 차량이었는데, 예비차량이 없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운행을 시킨 열차였다고 한다.

 

대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을 수 있는가? 더군다나 철도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300명이 넘는 열차 승객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였다. 이윤 추구를 위해서라면 노동자의 건강권쯤은 뒷전으로 내팽개치는 자본주의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다.

 

폭염 속에 실외노동을 해야 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처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14일 건설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기온이 35도가 넘어도 일을 계속한다고 응답한 건설 노동자가 설문 대상 조합원의 78%에 이른다고 밝혔다. 짧은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설 노동자의 56%는 폭염으로 본인이나 동료가 실신하거나 어지럼증으로 쓰러지는 등 이상징후를 나타내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또 다시 목숨을 잃는다.

 

인간다운 노동은 불가능하다 - 자본주의에서는

 

창문조차 없는 찜통 휴게실. 에어컨이 고장났는데도 운행해야 하는 열차 기관실.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쓰러지는데도 멈추지 않는 건설 현장. 노동자를 인간으로 여긴다면 이럴 수 없다. 이 모든 야만의 근원에는 노동자를 이윤 추구를 위한 일개 부속품 정도로 취급하는 자본주의의 인간관이 깃들어 있다.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폭염에는 작업을 중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권리, 이 당연한 권리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이윤질서 앞에서 철저하게 무력하다. 고용노동부가 현장에 배포 중인 폭염 대비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이 자본가들에게 똥 친 막대기 취급을 받는 것은 잘 알려진 현실이다. 강제성도 없는 지침을 두고 이윤 생산을 중단할 자본가는 없다.

 

노동자가 인간답게 노동할 권리는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 쟁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투쟁은 노동자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이 체제 자체를 근원적으로 뒤엎는 투쟁으로 전진해 나가야 한다. ‘조국캐슬로 회자되는 특권계급의 온갖 신선놀음을, 폭염 속에서 쓰러지는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지탱해 나가는 것이 바로 이 야만적인 체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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