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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 거대한 시위, 그리고 홍콩의 미래를 결정할 노동자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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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5,380회 2019-08-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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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편에 설 것인지 태도가 분명해야 한다.(사진_AP)

 

 

818일 빅토리아공원에 170만 명의 홍콩인이 집결했다. 두 달 전 617일의 200만 시위에 이은 대규모 시위였다. 이것은 6월부터 본격 점화된 홍콩시위를 낳은 동력이 꺾이기는커녕 쉼 없이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지금의 투쟁 물결은 더 넓게는 2014년 우산시위에서 발원한 연속적인 물결이다.

 

2014년 우산혁명

 

우산혁명은 중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결정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제도가 도화선이 돼 2014년에 일어났던 홍콩의 대규모 시위다. 중국 정부는 새로운 행정장관 선거제도를 통해, 친중국계 인사 중심의 1,200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선거위원회)의 과반 지지를 얻어야 홍콩 행정장관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중국 정부에게 우호적인 꼭두각시 행정장관 후보 2, 3명을 복수로 추천한 뒤, 보통선거로 홍콩 시민들이 행정장관을 선출하게 한다는 계획을 중국 정부는 발표했다.

 

이것은 겉으로는 시민 직선제를 열어주지만, 내용적으로는 시민의 결정권을 박탈하는 간선제였다. 홍콩 시민 중 상위 20만 명 정도만 선거위원회를 선출하는 투표권을 가졌다. 게다가 26,000명이 선거인단 30명을 뽑는 섹터도 있고, 120명이 선거인단 17명을 뽑는 섹터도 있었다. 시민들의 의사가 완전 왜곡되는 반면, 중국 정부의 입김이 일방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격분한 홍콩 시민들은 렁춘잉 당시 행정장관의 퇴진과 완전한 자유직선제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액을 살포했고 시민들이 경찰의 공격을 우산으로 막아내면서 우산혁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이 시위에서 시민들은 자신이 원했던 것, 즉 자신의 대표를 11표의 직접선거로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2014년 시위는 거대한 대중적 저항의 출발점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홍콩 시민의 요구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고, 더 거대한 힘으로 분출했기 때문이다. 올해 617일의 200만 시위, 그리고 818일의 170만 시위는 그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20196월과 8월 시위

 

2014년 우산혁명을 통해 홍콩 시민들의 저항 능력을 확인한 중국 정부는 이 위험 요소를 지워버리기 위해 더 강력한 억압정책을 도입하려 했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을 이용해 중국 정부는 홍콩의 반체제 인사들을 중국 본토로 송환해 마음대로 요리하려 했다. 이는 홍콩 자치법에 남아 있는 정치적 자유권을 더욱 무력화하는 것으로, 홍콩 시민의 저항운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였다.

 

거대한 중국에서 홍콩이 중국 정부에 대항한 대중적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억압과 착취에 대한 분노가 유달리 강해서는 아니었다. 중국 본토에서도 그런 분노는 점증하고 있었다. 차이는, 홍콩에서는 그나마 정치적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 정치적 자유 때문에 홍콩 시민들은 납치, 감금, 살해 등 중국 정부가 본토에서 자행하는 엄청난 억압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었는데, 중국 정부는 이것을 없애버리려 했다.

 

2014년 우산혁명의 좌절 이후 잠시 숨을 고르던 홍콩 시민들은 이에 맞서 들고 일어났다. 617200만 시위가 송환법 철폐를 요구로 들불처럼 솟구쳤다. 2019년 기준 약 740만 홍콩 인구를 고려할 때, 성인의 절반가량이 참여한 것이다. 2014년 홍콩시위는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었음이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한 발 물러서야만 했다. 그러나 한 발 이상은 아니었다. 중국 정부는 송환법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단서가 있었다. ‘무기한 연기한다는 것이었고, 이것은 언제든 다시 도입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중국 정부에 맞설 수 있는 단결된 힘을 확인한 홍콩 시민들은 임시적승리에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송환법 완전 철회를 공동의 기본요구로 내걸었다. 나아가서 2014년에 내걸었던 보통직접선거권 쟁취가 시위대의 요구로 다시 내걸리기 시작했다. 20196방어적투쟁에서 시작한 홍콩시위가 8월에 이르러 이제 공세적투쟁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유효기간

 

2014년부터 지금까지 투쟁의 흐름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배후에는 무엇이 작동하고 있는가? 이것을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이 투쟁이 장기적으로 향할 방향을 예측하는 것과 함께, 노동자계급이 취해야 할 정책에 접근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영국의 조차(租借)기간이 만료되는 19976월 이후 홍콩의 장래문제를 다룬 영국과 중국 간의 협정이 198412월에 조인됐다. 이는 1997년 이후 50년간 중국은 외교와 국방문제만 직접 관장하고 그 밖의 것은 특별행정지역으로 지정될 홍콩 자치정부에 맡기게 된다는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또한 이 협정은 ‘1국가 2체제50년 간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와 홍콩의 자유시장경제가 2047년까지 50년간 공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협정에는 분명 유효기간이 탑재돼 있다. 28년 뒤 2047년에 홍콩 자치정부는 소멸하고, 중국 정부의 직할로 편입된다. 홍콩 자치정부 하에서 유지됐던 상당한 정치적 자유가 박탈된다는 말이다.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에서도 변동이 일어난다. 홍콩의 자유시장경제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면서 지각변동을 맞이할 것이다. 정치적, 경제적 측면 모두에서 이번 시위가 잦아들기는커녕 더 결정적인 충돌지점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6월부터 시위대 일부에서는 홍콩의 민주적 자기결정권’, ‘홍콩의 영구적인 정치적·경제적 자치권 쟁취요구가 내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의 격돌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설명은 아니다. 더 근원적인 뿌리에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의 적대적인 투쟁이 자리 잡고 있다.

 

투쟁의 더 깊은 뿌리

 

미국과의 세계적 패권경쟁에 돌입할 만큼 무시무시한 속도로 자본을 팽창하고 있는 중국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구상 속에서 홍콩의 지위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광둥성, 홍콩, 마카오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발전시키는 중국의 대만구전략에서 홍콩은 생산거점인 광둥성을 세계 금융자본 및 세계시장과 연결하는 심장 역할을 한다. 홍콩에 있는 거대한 금융기구들과 함께 잘 정비된 항구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 중국 본토로 이어지는 홍콩 북부 광둥성 지역은 홍콩이 끌어들인 해외 금융자본을 투입해 생산하고, 이렇게 생산된 것들을 홍콩항을 통해 세계로 수출하는 산업의 거점이다.

 

중국 지배자들의 야심찬 계획을 바탕으로 약 40년 사이에 광둥성 산업지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가령 인구 3만 명에 불과했던 선전은 경제특구로 개발돼 지금은 인구 1,30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산업도시가 됐다. 영국 <소셜리스트 리뷰>에 따르면 대만구 전체의 국민총생산은 현재 세계 12위 규모인데, 앞으로 10년 동안 배로 커져서 영국을 능가하는 세계 5위 경제권에 이를 거라는 예측도 있다고 한다.

 

거대한 성장속도와 함께 주목할 것은 광둥성 산업단지의 집중성이다. 거대한 공장들이 좁은 삼각주 주위로 빽빽하게 밀집했고, 이것은 산업의 연관효과를 극대화했다. 이와 함께 홍콩을 매개한 신속하고 거대한 자본유치와 세계수출의 용이성은 IT산업 육성의 최적조건을 잉태했다. 화웨이와 ZTE는 물론, 애플, IBM 등이 여기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선두에서 이끌어가고, 날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시무시한 자본의 축적 과정 이면에는 당연하게도 놀랄만한 수준의 착취율이 도사리고 있다. 주변 농촌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 밑바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 변변한 주거시설조차 마련되지 않는 열악한 도시환경, 창궐하는 질병, 빈번한 산업재해, 반면 자본에게 제공하는 규제 프리존은 그것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중국의 다른 지역에 비할 때도 엄청나게 높은 수준의 불평등이 발생했다. 이것은 중국 국가자본주의 체제에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과도 같은 것이다. 이 뇌관의 도화선을 홍콩 시민들이 당길 수 있다는 공포로부터 중국 지배자들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광둥성 전반을 휘감고 있는 위협이 홍콩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홍콩은 세계적으로 조세율이 가장 낮은 도시의 하나이며, 저임금 장시간노동이 만연해 있다. 홍콩의 빈곤율은 최근 10년 사이 20퍼센트 넘게 치솟았다.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0.539에 이르러, 미국보다도 높다. 저세율 정책에 따른 재정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홍콩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토지임대정책이다. 이것은 주택가격을 폭등시켰고, 홍콩 노동자들을 닭장처럼 좁은데도 여전히 비싼 주거지로 내몰았다. 청년들의 미래는 갈수록 암울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변 광둥성 산업지구 노동자들과의 경쟁이 가세했다. 저임금 장시간노동으로 향하는 밑바닥으로 내려가기 경쟁 말이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거대한 고통과 축적되는 분노, 특히 젊은이들과 젊은 노동자들의 분노가 홍콩시위를 아래로부터 지탱하는 가장 거대한 원동력이다. 이 원동력은 결코 소진할 수 없다. 중국 국가자본주의의 자본가 관료층 그리고 홍콩 토착 자본가들의 착취가 지속되는 한, 이 거대한 원동력은 더 전투적이고 강력한 투쟁으로 자기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시작되고 있는 계급전투

 

공공부문과 서비스업, 건설·항만 부문을 중심으로 포진해 있는 홍콩 노동자들은 이제까지 민주화시위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민주주의 투쟁 속에 노동자계급의 고유한 요구, 가령 임금과 노동시간 등 노동자의 경제적 요구를 각인하지 못해왔다. 나아가서 민주주의 투쟁을 사회주의 해방투쟁으로 전진시키는 영속혁명의 전망으로 전진해오지도 못했다.

 

하지만 점차 잠자는 거인이 깨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617일 노동자파업에 대한 호소가 있었다. 경제파업의 요구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고 일반 민주주의적 정치파업 요구에 한정돼 있었지만, 노동자파업의 개시는 노동자계급이 독립적 힘으로 일어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파업은 성공적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파업이라는 화두가 노동자들 앞에 처음으로 던져졌고, 그 가운데 파업을 조직하기 위한 여러 노동자 위원회들의 맹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맹아는 점차 자라나서 지금의 홍콩시위의 성격을 더 근본화하고 혁명화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게다가 중국 국가관료 자본가계급에 맞서는 홍콩시위의 미래에서 홍콩 노동자계급의 역할은 참으로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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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참가자를 실명에 이르게 한 경찰폭력에 항의하기 위해 한쪽 눈을 가리고 있다.(사진_Reuter)

 

  

시위대의 두 세력

 

750만 홍콩 시민의 힘만으로는 수십억의 거대한 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 국가관료 자본가계급에 맞서 승리하기 어렵다. 중국 지배자들은 이미 선전에 군대를 대기해놓고 호시탐탐 투입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엄혹한 상황에서 시위대는 그 투쟁 전망에서 결코 통일돼 있지 않다. 다양한 계급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의 주축은 물론 노동자, 학생을 중심으로 민중이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시위대의 지도자들은 다르다. ‘송환법 철폐라는 공동의 요구를 벗겨내면, 그들 사이에는 어떠한 통일성도 없다. 한편으로는 홍콩 자본가계급이 있다. 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 부류는 홍콩 시민의 힘을 등에 업고 자유로운 자본 활동을 보장받고자 한다. 이들은 중국 국가관료 자본가들의 통제와 지배에서 벗어나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사적 자본 활동을 영구적으로 보장받고자 한다. 하지만 이들은 중국 지배자들과 맞서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므로, 홍콩 시민의 저항을 활용해 중국 본토 지배자들과 적절한 거래를 함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중국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요구와 정면충돌하지 않는 방식으로 현재의 홍콩 자치, 즉 사적 자본주의 체제를 영구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그들의 요구다.

 

두 번째 부류는, 그 목표는 같지만 수단에서 다르다. 이들은 미 제국주의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본토 국가관료 자본가계급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려 한다. 이들은 중국의 국가관료 자본주의 체제와 홍콩의 사적 자본주의 체제는 장기적으로 하나로 섞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홍콩의 완전한 독립을 내거는데, 그것의 본질적 내용은 사실상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종속국이 돼 자유로운 사적 자본 활동을 보장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두 부류의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공히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통해 자신의 이윤을 지키고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방법과 수단에서는 의견을 달리 하더라도,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노동자를 착취해 이윤을 뽑아내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중국 본토 국가관료 자본가계급에게 빼앗기지 않고, 자신들이 계속 보유하는 것이다. 이들은 송환법 반대’, ‘직선제 쟁취’, ‘완전한 독립을 비롯한 홍콩의 민주적 자기결정권요구에 찬성하지만, 시위에 임금, 일자리, 노동시간요구가 끼어드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 이들은 그러한 요구는 시위대를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 민중이 있다. 이들은 지금 다른 무엇보다 자신들을 조직할 수 있는 권리, 투쟁할 수 있는 권리를 사수하고 쟁취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본토의 극악한 반노동자법에 비해 홍콩 자치법을 지켜내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리하다. 이를 위해서 홍콩 노동자들은 송환법 반대’, ‘직선제 쟁취’, ‘완전한 독립을 비롯한 홍콩의 민주적 자기결정권요구를 지지하며, 시위대에 합류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노동자들이 대대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이 시위를 급진화하며 승리의 전망을 열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고유한 계급적 요구를 결합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홍콩 노동자계급이 시위에 열렬하게 헌신하고 주도하는 상황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 617일 파업 시도가 충분히 성공하지 못한 것도 이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은 진정 자신의 계급적 요구를 실현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만 투쟁에 모든 것을 헌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위를 지배하는 것이 자본가세력이고, 그래서 시위의 거의 모든 성과를 홍콩 자본가들이 독점할 뿐이라면 여기서 어떻게 노동자계급의 결사적인 투쟁 의지가 샘솟을 수 있겠는가?

 

다행히 시위가 급진화되면 될수록, 홍콩 노동자들은 자신의 계급적 본능을 점차 드러내고 있다. 8월 5일에 노동자들은 수십만이 참가하는 총파업을 일으켜 항공, 철도, 지하철 등에 큰 타격을 미쳤다. 게다가 홍콩 노동자계급은 마음 깊이 노동자해방을 향한 열망을 갖고 있다. 홍콩 노동자들은 지금 전개되는 시위의 성과가 자신들의 일자리와 임금,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쟁취하는 것으로 연결되기를 마음 깊이 희망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 투쟁을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을 향하는 사회주의 혁명으로 성장 전화시키는 영속혁명의 전망을 그들 앞에 던진다. 이런 영속혁명의 전망 속에서 홍콩 노동자계급이 몸을 일으킬 때 비로소 중국 국가관료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는 홍콩의 혁명적 해방 전망이 열릴 수 있다. 또한 그 속에서만 홍콩 자본가계급 일부가 불러오고자 하는 중국 제국주의와 미 제국주의 사이의 패권전쟁의 참화 속에 홍콩이 빨려 들어가는 비극적인 전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미래를 향한 단 하나의 근본 질문

 

결국 홍콩 시위대는 다음의 근본 질문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운명의 2047년이 다가오면 올수록, 이 질문은 더 큰 무게로 홍콩 시위대 앞에 던져질 것이다. “저 거대한 중국 국가자본주의 체제와 어떻게 맞설 것인가?”

 

홍콩에서 중국 체제는 그 자본가적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왔다. 노동자계급의 해방 이념인 사회주의를 국가관료 집단의 착취와 억압을 위장하는 수단으로 둔갑시킨 중국 국가관료 자본가계급은 당연하게도 홍콩에서 아무런 사회주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들은 홍콩 사적 자본가들과의 일시적 타협 속에서 자본주의 착취를 완전히 방조했다. 홍콩 노동자들의 투쟁을 진압했고, 살인적인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극도로 열악한 주거환경을 모두 방치했다. 그들이 한 조치란 홍콩에서 존재하는 강력한 착취를 더욱 큰 규모로, 광둥성에서 중국 노동자들 속에서 전면화한 것뿐이었다.

 

정치적으로 중국 국가관료 자본가계급은 홍콩 시민들에게서 보통직접선거권을 박탈했고, 정치적 자유를 유린했으며, 홍콩의 운명을 홍콩 시민이 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거부했다. 이런 체제를 국가자본주의 체제라는 이름 말고 무엇으로 부를 것인가?

 

이 체제는 엄청난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다. 엄청난 숫자의 중무장한 군대를 즉각 투입할 수 있다. 천안문 시위에서 중국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체제가 위기에 처할 때 얼마나 잔인하게 나올 수 있는지 이미 증명했다. 게다가 지금 홍콩의 위상은 과거의 위상과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중국 지배자들에게 중요하다. 중국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심장과도 같은 경제적 지위로 대만구는 부상해버렸고, 그 중심에 홍콩이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독립, 나아가서 홍콩이 미 제국주의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는 것은 중국 지배자들에게는 재앙이다. 이들은 천안문 학살의 몇 배의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것을 막고자 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홍콩시위의 민주적 요구들은 필연적으로 저 거대한 중국 국가자본주의 체제와 어떻게 맞설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홍콩 자본가계급의 일부는 그 질문에 미 제국주의와의 결탁이란 해법을 내놓는다. 미 제국주의 또한 그들과 결탁을 통해, 부상하는 경쟁자인 중국 제국주의의 허리를 부러뜨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것은 1950년대 한국전쟁처럼 홍콩이 두 제국주의 패권진영 사이의 대리전 무대로 빨려드는 것을 의미한다. 재앙이 홍콩 시민들을 덮칠 것이다.

 

다른 길은 없는가? 있다. 미 제국주의와 중국 제국주의 모두에 맞서 세계 노동자계급을 단결시키는 것이다. 홍콩 노동자들이 광둥성의 젊은 수천만 노동자들과 단결해 중국 국가관료 자본가계급에 맞선 위대한 투쟁의 불길을 일으키고, 이것을 중국 본토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 노동자혁명과 세계혁명의 전망이다. 1917년에 러시아 노동자들이 추구했던 바로 그 길을 가는 것이다.

 

중국 노동자들은 홍콩 노동자들과 함께 그것을 향해 전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미 드러내기 시작했다. 영국 <소셜리스트 리뷰> 20197~8월 호 기사에 일부 동향이 소개돼 있다.

 

창춘의 제일-폭스바겐 공장에서는 파견 노동자들이 체불임금 지급과 노동조건 개선, 정규직 노동자와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면서 파업에 나섰다가 진압당했다. 20187월 중순 선전시의 자스커지에서는 노동조합 설립에 나선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일부는 보안 요원에게 구타당했다. 노동자들은 해고자 복직과 함께 생산공장의 안전 개선, 임금체불 중단 등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29명의 파업 노동자와 파업 지지자들이 체포되자 중국 본토에서는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을 포함해 20곳 넘는 대학의 학생들이 자스커지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중국 IT 노동자들은 깃허브에 996.ICU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는데, 이 이름은 중국 내 대다수 IT기업들이 강요하는 살인적이고 불법적인 노동시간(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에서 따온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의 IT 기업들에게 국내 노동법과 국제 노동기준을 준수하라고 촉구한다. 996.ICU 프로젝트는 중국 내에서 엄청난 지지를 얻었다.”

 

지지가 급속히 퍼지자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이 개발한 중국산 브라우저들은 996.ICU 저장소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불법 또는 악성 콘텐츠가 있다는 경고를 띄웠다. 이에 대응해 마이크로소프트 노동자들과 다른 IT 기업 노동자들은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우리 마이크로소프트와 깃허브 노동자들은 996.ICU 운동을 지지하며 중국 IT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표합니다. 이것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 문제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산업 전반에서 전일제든 임시직이든 모두가 같은 문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국적 기업들이 이윤을 위해 일자리를 아웃소싱하여 열악한 노동기준으로 득을 보면서, 노동자들끼리 바닥을 향한 경쟁을 하게 한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모든 노동자에게 정당한 노동조건을 보장하려면 함께 국경을 넘어서야 합니다.’”(노동자연대 웹사이트에서 인용)

 

홍콩의 운명은 홍콩 노동자계급에게 달려 있다. 그리고 홍콩 노동자계급의 운명은 노동자권력과 사회주의를 향하는 영속혁명과 중국혁명, 세계혁명의 거대한 전망에 달려 있다. 이제 막 일어서고 있는 홍콩 노동자들은 그 전망으로 전진하는 데서 필수불가결한 조직화의 자유, 투쟁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향한 민주주의 투쟁의 전장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는 홍콩 시위대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것이다라는 기사에서 우리가 표방한대로 이 민주주의 투쟁 과정에서 노동자의 자주적 조직이 움트고, 이 투쟁의 승리가 열어준 토대 위에서 혁명적 투쟁을 향한 노동자의 결의와 자신감이 전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전진은 그냥 얻어지지 않을 것이다. 시위대의 자본가분파와는 구별되는 노동자계급의 독립적 조직 건설과 함께, 독립적 요구를 내걸 수 있어야 한다. 이 독립적 요구는 우선 일자리, 임금, 노동시간과 같은 노동자계급의 경제적 요구를 장착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계급의 전투적이고 자주적인 투쟁조직들을 건설해나가는 것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영속혁명과 중국혁명, 세계혁명을 추구하는, 홍콩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당을 건설하기 위한 위대한 각성 속에서 홍콩 노동자계급과 시위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다행히도 홍콩 노동자계급에게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있다. 2047년까지 앞으로 28년 동안 홍콩의 정세는 요동칠 것이고, 일대격돌을 향한 파고가 높아지면서 노동자운동의 성장을 뒷받침할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낼 것이다. 홍콩 노동자들이 내딛는 모든 전진의 발걸음에 한국의 노동자들과 혁명적 사회주의자들 또한 열렬한 지지와 연대로 화답할 것을 약속한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잃을 것은 착취의 쇠사슬이고, 얻을 것은 전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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