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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시행 15년, 이주 노동자를 기계 취급하는 악마의 제도를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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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5,259회 2019-08-20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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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일 서울에서 열린 이주노동자대회 (사진_노해투)    



고용허가제는 사장이 고용을 허가하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많습니다. 회사를 옮기고 싶어도 사장이 허가해야 하고, 횟수도 정해져 있습니다. 이건 말이 안 됩니다. 한국에 돈을 벌러 왔지만 노예가 아닙니다. 퇴직금도 한국을 떠날 때 받을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조금 올랐다고 숙식비도 공제합니다. 이제 최저임금도 못 받습니다. 이런 문제로 회사를 나오면 바로 미등록이 됩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너무 답답하고 힘들게 한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라고 얘기했습니다. 이주 노동자는 사람 아닙니까?”

 

지난 16일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 민주노총 대구본부, 경북본부 기자회견에서 차민다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은 이렇게 호소했다. 차민다 부위원장은 15년 전 스리랑카에서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왔다. 18일 서울에서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는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허가제 쟁취를 위한 이주노동자대회가 열렸다. 8 17일은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15년이 된 날이었다.

 

악마의 제도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봉쇄된 채 사업주에게 종속돼 강제노동을 하게 만드는 제도다. 따라서 끊임없이 불법체류자를 만들어낸다. 최근 3명이 죽고 3명이 다친 속초 크레인 붕괴 사고 때 부상당한 이주 노동자들은 치료를 받지 않고 급하게 자리를 떴다. 지난 달 삼척 승합차 전복 사고 때도 부상당한 이주 노동자들이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발각되면 추방될 수밖에 없는 불법체류자 신세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발각과 추방의 공포가 얼마나 컸으면 다친 순간에도, 끔찍한 참사를 겪은 순간에도 자신의 존재를 감춰야 했겠는가? 

 

정부와 경찰은 통보의무 면제조항을 적용했다고 생색을 낸다. 고용허가제라는 강제노동제도, 이걸 따르지 않으면 강제추방되는 제도 아래에서 통보의무 면제 수준으로 어떻게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겠는가? 시행령에서 볼 수 있듯이 통보의무 면제는 그때 그때 상황을 면피하는 수준이다. 그것도 큰 문제가 발생한 후에 말이다. 최소한의 실효성이라도 가지려면 공무원의 통보의무를 폐지하고 통보금지조항으로 확대 실시해야 한다. 단속추방을 중단해야 한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92조의2(통보의무의 면제) 법 제84조 제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를 말한다. (개정 2013. 1. 28., 2018. 9. 18.)

1. <초ㆍ중등교육법> 2조에 따른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의 학교생활과 관련하여 신상정보를 알게 된 경우

2.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2조 제3호에 따른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담당 공무원이 보건의료 활동과 관련하여 환자의 신상정보를 알게 된 경우

3. 그밖에 공무원이 범죄피해자 구조, 인권침해 구제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외국인의 피해구제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본조신설 2012. 10. 15.)

 

수많은 노동자가 고용허가제 굴레 아래에서 죽거나 다치고 무권리 상태를 강요당하고 있다. 지난해 산재로 사망한 이주 노동자만 400여 명이다. 비참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노동자, 폭력적인 단속추방 과정에서 죽은 노동자도 수없이 많다. 농촌에서 고용주가 장갑을 달라는 이주 노동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던 사례처럼,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 보니 무자비한 폭력을 당해도 그냥 견디는 경우가 허다하다. 18일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고용허가제가 ILO가 금지하고 있는강제노동이라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고용허가제는 악마의 제도다.

 

무한대의 착취와 억압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않고 있다. 고용허가제뿐 아니라 다른 억압도 마찬가지다. 이주 노동자들은 숙식비를 월 통상임금에서 20%까지 사전 공제할 수 있는 정부 지침 때문에 많게는 월 30~40만 원을 빼앗기고 있다.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는 어떤가? 고용노동부는 2015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이주 노동자가 출국하기 전까진 출국만기보험금(퇴직금)을 받을 수 없고, 출국 뒤 14일 안에 받도록 했다.

 

그런데 출국만기보험금 계산법과 절차, 보험금을 빼고 남은 잔액(잔여퇴직금)을 따로 받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국내 이주 노동자 712명 가운데 23(3.2%)에 그쳤다.(이주 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실태조사 결과) 자본가들은 잔여퇴직금이 없다거나 공항에서 준다고 사기를 치며 퇴직금마저 갈취한다. 이주 노동자들은 퇴직금마저 합법적으로 강탈당하고 있다.

 

자본가들이 경제위기를 핑계로 가장 먼저 공략하는 대상이 바로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들인 이주 노동자들이다. 지금 국회에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이유로 이주 노동자 임금을 최저임금보다 낮게 줄 수 있는 법안까지 발의되어 있다. 전 자유한국당 의원 이완영은 이주 노동자가 입국 후 최초로 일하기 시작한 후 1년 이내에는 최저임금의 30% 이내, 1년 이후부터 1년간은 최저임금의 20%를 감액할 수 있다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영복 교수가 얘기했던에스키모의 눈썰매가 생각난다. 십여 마리의 개가 눈썰매를 끄는데, 주인은 그 중 가장 약한 개를 가장 가깝게 맨 후, 죽어도 아깝지 않은 이 개만 채찍으로 내려친다. 그 처절한 비명을 들은 다른 개들은 힘껏 달릴 수밖에 없다. 이주 노동자를 집중 겨냥해 억압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주 노동자의 노예적 상황은 이주 노동자뿐 아니라 정주 노동자까지 바닥을 향한 경쟁으로 몰아넣는다.

 

노동자계급의 미래는 국제주의 실천에 달려 있다

 

정부가 보여주는 태도는 위선의 극치다. 일본과의 갈등 속에서는 강제징용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하면서, 정작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에겐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지금도 강제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더 나아가 특별연장근로와 규제완화, 노동개악으로 정주 노동자들도 강제징용이나 다를 바 없는 처지를 강요 받고 있다. 이주 노동자와 정주 노동자의 운명은 이렇게 하나로 연결돼 있다.

 

그동안 자본가들은 이주 노동자에 대한 배타적, 민족주의적 감정을 부추김으로써 노동자의 불만을 외부로 돌려왔다.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려 제방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자본가들은 한일 갈등을 계기로 더 맹렬하게 정주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길 것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리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일본 놈들을 물리치자, 미국 놈들을 몰아내자, 이주 노동자를 추방하자”, 이런 식으로 민족과 국가를 잣대로 노동자를 나누며 서로 대립해야 하는가? 이거야말로 자본가들이 원하는 일이다. 노동자는 그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힘과 자신감,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모든 사고와 행동을 철저히 거부하고 전 세계 노동자계급 단결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고 국제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바로 우리 곁에서 함께 땀 흘려 일하면서도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짓밟히는 이주 노동자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함께 나누고, 함께 투쟁하는 것,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바로 이것이 노동자 국제주의의 실천이다.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실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이주 노동자 퇴직금 국내에서 지급, 이주 노동자 임금삭감 숙식비 강제징수지침 폐기. 이것은 이주 노동자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외쳐야 할 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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