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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근절, 노동자 단결이 진짜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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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6,458회 2019-08-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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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고용노동부 홍보자료. 직장 내 괴롭힘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됐다. 관련 법령은 세 가지다.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와 사업주의 조치를 규정한 근로기준법(제76조의2~3), 직장 내 괴롭힘을 업무상 재해의 원인으로 인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37조),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치를 정부의 책무로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제4조)이다. 

 

구체적으로 개정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함)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는 피해 노동자 보호조치와 가해자 징계조치 등을 시행해야 한다(제76조의3).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간호사들에 대한 ‘태움’ 문화, 양진호 회장의 노동자 폭행, 대한항공 조씨 일가의 각종 갑질 등이 사회적 규탄의 대상이 되면서 만들어졌다. 종전까지는 형법상 폭행, 모욕, 명예훼손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한 직장 내 각종 갑질에 대해 법적 대응 절차가 없었는데, 이제 근로기준법으로 이를 규율하겠다는 것이다. 2019년 7월 16일 법 시행 직후, MBC 해고 아나운서들의 사례를 필두로 노동현장의 갑질 실태 보도가 쏟아졌다. 폭언, 폭행, 퇴사종용, 보복, 복종 강요, 무시, 왕따 등등….

 

문제의 진짜 원인

 

때론 엽기적이기까지 한 우리 사회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조현아 일가 같이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진 몇몇 자본가들의 사업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73.3%의 노동자들이, 같은 해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66.3%의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자 대부분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사회적 현상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은 권위주의 문화와 성차별 등도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괴롭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저항할 수 없는 구조, 즉 노동과 자본의 계급모순에 있다. 당장 생계를 잇기 위해 노동해야 하는 이들은 때로는 자본가나 상급자가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그저 참을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노동자들은 형식상 자유계약에 따라 일정 시간 노동력을 판매했을 뿐이지만, 자본가들은 너희가 여기서 일하고 싶으면 노동력뿐만 아니라 영혼과 인격까지도 모두 자신에게 바쳐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즉 직장 내 괴롭힘이란 노동계약의 ‘갑을관계’에 다름 아니다. 법 시행과 직장문화 개선 캠페인 등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사라진다고 기대하는 것은, 케케묵은 ‘착한 자본가는 다르다’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을 진짜 근절하려면

 

직장 내 괴롭힘이 근본적으로는 자본에 대한 노동의 종속에 따른 것이라면, 이런 구조의 전복 없이 직장 내 괴롭힘이 근절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말은 직장 내 괴롭힘에 맞서는 일상적 실천의 의미를 폄훼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촛불투쟁 이후 자기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갑질을 외부에 폭로하게 됐다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사회적 의의가 있다. 우리는 이 현상을 예민하게 포착해야 할뿐만 아니라,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노동현장에서 십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과 자본의 적대구조가 청산될 때만이 직장 내 괴롭힘의 완전한 근절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노동자 대중 스스로의 투쟁으로 직장의 각종 갑질을 철폐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진정한 해결책은 예나 지금이나 노동자들의 단결투쟁이다. 

 

노조가 생기고 나서야 관리자의 반말이 없어지고 인격 모욕이 없어졌다는 노동자들의 증언은 여전히 중요한 진실을 보여준다. 특히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단결하지 않고서는 ‘이게 다 네가 못나고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식의 자본가의식을 극복해내기 어렵다. 

 

당장 경총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즈음해 이른바 ‘저성과자 성과향상 조치’와 ‘직장 내 괴롭힘’은 구분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폭력과 폭언만 사용하지 않았다면, 자본이 노동자를 분할하고 경쟁시키는 것은 자본주의의 본질이므로 이를 감내하라는 솔직한 주장이다. 노동자들은 달리 말하고 단결해야 한다. 반인권적 관리자의 즉각적인 해임, 적정규모의 인력 충원, 명확한 업무 분장, 제대로 된 교육기회의 제공 등을 요구하며 직장 내 괴롭힘을 발생시키는 진짜 원인들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법을 활용하되, 단결과 투쟁으로 나아가자!

 

이런 의미에서 민주노조 진영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과도하게 의미 부여하는 것은 경계할 측면이 없지 않다. 자본주의의 법은 철저하게 노동자를 집단이 아니라 원자화된 개인으로 호명하고 접근한다. 그럼으로써 자본주의의 갖가지 병폐가 마치 개인 간 갈등 때문에 발생하는 것처럼 진실을 은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보자.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는 가해자를 징계하거나 근무장소를 변경시키면 그만일 뿐이다(그마저도 미이행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의 진짜 원인에 대한 해결책은 전무하다. 노동법의 본질은 노동자 보호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체제 보호라는 점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이 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두고서는 갖가지 생색을 내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조할 권리를 전면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보이는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사업장 점거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ILO 협약 비준을 핑계로 경총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자본가정부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명백히 하겠다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으로 노동자들이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 이것은 긍정적인 조건이며 우리가 활용해야 할 기회다. 그러나 단순히 법에 대한 호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대중의 자주적인 단결과 투쟁을 통해 갑질의 원천을 없애나가는 것, 이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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