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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주전장>: 일본 극우세력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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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자서울성모병원 노동자 조회 772회 2019-08-0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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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터에 뛰어들게 됐다면, 우선 ‘적’이 누구인가부터 제대로 분간해야 한다.

 

 

<주전장 主戰場>. ‘주된 싸움터’라는 낮선 제목의 이 영화는,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만든 위안부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우리나라에선 인디영화 전문상영관 몇 군데에서만 개봉한 상태다. 

 

극우의 목소리를 직접 듣다

 

러닝타임이 두 시간이 넘지만 지루할 새가 없다. 감독이 유투버인 덕분일 것이다. 영화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열심히 목소리를 내는 극우 인사들을 인터뷰한 것과, 그들이 자기주장의 근거로 드는 자료, 그것을 반박하며 위안부 피해자를 지지하는 지식인이나 사회운동가, 그리고 위안부 당사자의 주장 등을 속도감 있게 교차편집해서 보여준다. 

 

위안부 문제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있는데, 덕분에 우리는 아베 총리를 포함해서 일본 극우세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꽤 자세히 알 수 있다. 태극기 집회에 열과 성을 다해 참여하는 우리나라의 극우와 아주 닮아있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 일본 극우의 목소리를 직접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위안부는 강제가 아니라 자의로 돈 받고 몸을 판 ‘매춘부’이기에 성노예라는 말은 성립이 안 된다. 그들을 모집한 것은 한국인 민간업자(브로커)일 뿐이므로 일본 군대나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해 책임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증언만 있고 문서증거는 하나도 없기에 사실이 아니다. 이미 사과와 배상이 끝났는데 왜 계속 들먹이느냐.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 갖는지 모르겠다, ‘포르노’ 같은 매력을 느끼는 것 아니냐.

 

심지어 ‘국가는 사과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사과하지 않는다’는 망언도! 극우 인사들(‘역사 수정주의자’)의 이런 몰지각하고 폭력적인 말을 들을 땐 분노가 치밀고 탄식이 절로 나온다. 특히 일본 사람이 아닌 미국 사람들도 이런 극우세력에 포함돼 있다는 게 참 놀라웠다.

 

일본 극우 총본산 ‘일본회의’

 

감독은 철저하게 냉정한 시각에서 자료를 찾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위안부 문제에 얽힌 복잡한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결국 이 극우세력이 ‘일본회의’라는 하나의 뿌리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아베는 물론이고 내각 관료의 80% 이상과 국회의원의 40%가 일본회의 소속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회의는 1997년에 만들어진, 천황제 부활, 신토 신봉(신사 참배), 군국주의를 떠받드는 일본 최대 규모의 극우단체다. 일본회의의 실체를 보며 저들이 위안부 문제를 극구 부인하는 이유와 배경도 알 수 있다. 무오류의 신화인 천황 통치 시절로의 회귀, 이를 위한 역사왜곡과 개헌을 통한 군비확장.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이들의 이런 전략 모두를 무너뜨리는 것이 된다. 

 

위안부 강제동원과 정부 개입을 처음으로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 그리고 ‘종전 50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와 전쟁범죄에 대한 공식사과’로 인정되는 1995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를 계기로 1997년경부터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위안부 문제가 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2012년 교과서에서 이것이 완전히 사라졌다. 바로 일본회의와 연결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열성적인 로비 활동의 결과다. 그래서 현재 일본 젊은이 다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고 한다. 

 

이성적인 결론

 

감독이 마냥 객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칫 객관적이란 말은 ‘중립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감독은 영화 대부분, 거의 끝나갈 때까지도 주로 위안부 문제에서 대립하는 양쪽 입장을 듣고 근거자료를 찾으며 무엇이 진실인지를 추적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태도를 취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극우세력이 ‘국가는 절대 위안부 문제같이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 리 없고 저지르지 않는다’는 철저한 신념 아래 진실에 눈감고 역사를 조작하며 입맛에 맞는 근거만 끌어다 쓰면서 자기합리화하는 모습을 보며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일본군 위안부를 기억하는 것은 그들을 추모하는 것이며 언젠가 그분들의 정의가 구현되는 희망을 뜻한다. 또한 인종차별, 성차별, 파시즘과 맞서 싸우는 것을 뜻한다.” 일본이 재군비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이 시작한 전쟁에 일본이 뛰어들려 한다고 우려를 표한다. 감독은 반전평화주의자, 인권과 평등을 사랑하는 지극히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를 본 어떤 사람들은 ‘영화 꼭 봐라! 정말 좋은 영화다. … 일본불매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나, 영화의 핵심은 ‘그래서 일본 놈들은 다 나쁘다’가 결코 아니다. <주전장>은 일본 극우세력이 대체 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렇게 주장하고 행동하는지, 아베 총리의 정치행보는 어떤 의도와 목표를 가진 것인지 세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노동자계급의 이름으로

 

철저하고 뿌리 깊은 극우세력과, 역사의 진실을 접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막연하게 아베 정권의 선동에 영향을 받기도 하는 일본의 대중을 하나로 취급해선 안 된다. 게다가 투쟁하는 노동자는, 이번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계기로 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민족주의 관점에 갇힌 채 일본 국민 전체를 적으로 바라봐서도 안 된다. 


누군가는 민족주의, 국가주의를 가지고 현재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대중을 호도한다. 노동자들은 그에 휘둘리지 말고 철저하게 노동자의 눈으로, 노동자 국제연대의 관점에서 보다 냉철하고 계급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총탄이 날아다니지 않는 경제전쟁에서는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를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때일수록 ‘계급의 이름으로’라는 기치를 분명히 움켜쥐어야 하리라.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단결만이 자본가계급의 노동자에 대한 공격과 극우세력의 역사왜곡이라는 폭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고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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