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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과 어깨 거는 것, 남성 노동자들의 위대한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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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40,558회 2018-03-3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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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노동과세계


미투 캠페인이 한국사회를 강타했다. 이것은 명백히 여성들의 권리의식 확대를 보여준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여성을 둘러싼 굴레에 비한다면 미투 캠페인은 아직 제한된 범위에 갇혀 있다. 명망성이 있는 소수의 여성이나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연예계, 예술계 여성의 좁은 범위를 미투 운동은 아직 충분히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미투 운동이 가장 억압당하고 고통 받는 다수 노동자계급 여성들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미투 운동의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

 

현재까지 미투 운동이 드러낸 여성에 대한 억압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윤택, 안희정 사건 등 미투 운동이 폭로한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은 공히 상하 위계질서권력관계를 토대로 한다. 이런 권력관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어떤 여성이 성적 억압을 쉽사리 받아들이겠는가?

 

이 권력관계가 강력하면 할수록, 다시 말해 성폭력 가해남성이 피해자 여성에 대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으면 있을수록 성적 폭력의 사슬은 더 단단하게 여성을 옥죄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관계는 무엇인가? 분명히 이 지점에서 여성에 대한 억압과 폭력의 사슬은 가장 강하게 작동할 것이다.

 

그 사슬은 바로 자본-임노동 관계’, 즉 임금노예제도다. 남성 자본가들, 그리고 자본의 통제사슬의 상단부인 고위 관리직들에 의해 여성 노동자들에게 자행되는 성적 폭력이야말로 여성에 대한 억압의 심장부에 놓여 있다.

 

여성의 압도적 다수이고, 철저한 권력관계 속에서 가장 잔인하게 성적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여성 노동자들이 미투 운동의 주체가 되지 않는 한, 여성의 해방은 결코 말할 수 없다.

 

노동자계급 여성의 미투 운동은 왜 본격화하지 못하는가?

 

모든 여성의 해방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현재 떠오르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왜 미투 운동은 이 운동의 원동력이어야 하는 노동자계급 여성들의 미투 운동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는가?”

 

해답은 아주 단순하며 명쾌하다. 여성 노동자들을 휘감고 있는 생존의 사슬성폭력의 사슬만큼이나, 심지어는 그 이상으로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장, 상급 관리자가 자행하는 다양한 성폭력에 대한 저항은 해고와 수많은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게다가 해고를 감수한 저항일지라도, 그것이 성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별히 주목받을 사안이 아니라면, 부르주아 언론은 이 여성 노동자의 저항을 보도하지 않는다. 고립된 개별 여성의 저항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 반면, 자본-임노동 권력관계에 의해 덮치는 엄청난 피해와 불이익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이처럼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과 피해가 작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큰데도 불구하고, 여성 노동자들을 휘감고 있는 자본주의 착취제도의 권력관계가 가장 강력하기에 이에 맞선 저항이 가장 어렵게 되는 것이다.

 

여성 노동자의 강력한 미투 운동은 불가능한가?

 

만일 개별화된여성 노동자라면, 강력한 미투 운동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단적인 사례로 20168월 김포공항 여성 청소 노동자들의 미투가 있었다. “노래방에서 가슴에 멍이 들도록 남성 관리자들에게 성추행을 당해서 자살을 기도했다는 여성 노동자의 처절한 고발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 외침은 그냥 묻혔다. 어떤 처벌도 후속조치도 알려지지 않았다. 개별적 저항을 넘어서는 집단적 저항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단화된여성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성 노동자의 집단적 힘에 근거해, 특히 노동조합 같은 여성 노동자 자신의 자주적 조직에 근거해 자본주의 권력관계에 대담하게 도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집단적 저항은 해고와 온갖 불이익을 능히 제압하면서 성적 폭력의 사슬을 단번에 끊어낼 수 있다. 사장에 대한 개별 남성 노동자의 저항은 달걀로 바위치기가 되지만, 노동조합으로 단결한 남성 노동자들의 저항은 자본의 온갖 억압과 착취에 능히 맞설 수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게다가 집단적 저항은 부르주아, 소부르주아 엘리트 여성을 훨씬 능가하는 강력한 지원과지지, 원조를 끌어낼 수 있다. 부르주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더라도, 동료 노동자들을 향한 자본의 또 하나의 억압인 성폭력에 맞서 연대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힘은 자본의 성폭력에 맞선 강력한 버팀목이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미투 운동이 개별 사업장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전체 사회 차원에서 강력한 노동자 연대투쟁의 요구로 떠오른다면, 그 파급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지금 아주 제한적인 수준에서 터져 나오는 미투 운동만으로도 이 자본주의 체제의 위선과 추악한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고 몰아붙일 수 있다면, 엄청난 수의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자운동을 통해 전면화한 미투 운동은 어디까지 자본주의 체제를 폭로하고 몰아붙일 수 있겠는가?

 

또 다시 노동자계급 총단결

 

노동자계급의 미투 운동은 부르주아, 소부르주아 여성의 미투 운동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미투 운동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지배체제, 다시 말해 여성 노동자들을 휘감고 있는 자본-임노동 권력관계를 구조적으로 해체하는 방향에서 수립해야 한다.

 

그 수단은 무엇인가? 바로 여성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는 해고와 통제, 저임금 등 온갖 착취와 억압을 노동자투쟁으로 제압하는 것이다. 성추행과 성폭력을 자행하려는 사장과 관리자들에게 단호하게 맞서더라도 해고되지 않을 수 있다면, 승진과 임금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면, 자본의 통제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마지막 단 한 명의 여성 노동자까지 자그마한 성추행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고와 통제, 저임금 등 온갖 착취와 억압에 맞서는 것은 여성 노동자만의 과제가 아니다. 그것은 남성 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의 공통의 절실한 요구다. 바로 여기서 노동자계급 총단결, 그리고 이 총단결에 근거한 노동조합과 같은 노동자 투쟁조직이 여성 노동자에 대한 온갖 억압에 맞서는 가장 절실한 해법으로 떠오른다. 그래서 남성과 여성을 대립시키는 극단적 페미니즘에 빨려들곤 하는 부르주아, 소부르주아 여성의 미투 운동과 달리, 노동자계급 미투 운동은 자본가계급 대 노동자계급의 대치선을 치면서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를 하나로 단결시킬 운명을 타고 났다.

 

거꾸로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온갖 성적 억압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함으로써, 노동조합 같은 노동자 단결투쟁의 기구를 강화하는 소중한 길이 열릴 수 있다. 성적 억압에 맞선 여성 노동자들의 당당한 투쟁은 여성 노동자들이 현장의 주력을 이루는 서비스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에서 노동자운동의 대대적인 진출의 시발점이자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여성 노동자가 일하는 모든 현장에서 이들에 대한 성적 억압과 통제에 맞서 투쟁하고, 그녀들이 당당히 일어설 수 있는 버팀목이 되는 노동조합이라면, 노동자운동에 여성 노동자들을 초대하는 위대한 자격을 쟁취할 수 있다.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바로 거기서 희망을 발견할 것이고, 바로 그렇게 노동자계급 총단결을 기반으로 한 운동이 힘차게 뻗어나갈 수 있다.

 

이제 한국 노동자운동은 자신의 주요 요구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맞선 총단결투쟁의 깃발과 함께 여성 노동자에 대한 모든 성적 억압에 맞선 총단결투쟁의 새로운 깃발을 치켜들어야 한다. 그래서 미투 운동을 노동자계급 미투 운동으로 승화하면서, 자본주의 체제에 맞선 공세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당연히 이 노동자계급 미투 운동은 그 본성을 따라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한다. 바로 이주 여성 노동자들을 향해 쉴 새 없이 흘러가야 하고, 그래서 이주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더 거대한 노동자계급 총단결의 물꼬를 터야 한다.

 

여성억압에 맞선 투쟁의 전망

 

여성으로서의 권리 자각은 여성 노동자의 정치적 각성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발점은 노동자운동과 연결돼 자본에 맞선 노동자계급 총단결투쟁의 한 부분으로 종합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뻗어나갈 수 있다. 여성 노동자들의 미투 운동의 본격화는 광범위한 여성 노동자들의 자각의 시작이자, 노동자운동이 우리 계급의 절반인 여성 노동자들 속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기회를 붙잡기 위해서는 자본의 여성 노동자 억압에 맞선 노동자운동의 능동적이고 전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남성 노동자들이 그 대응의 적극적이고 책임성 있는 일부가 돼야 하며, 노동조합 내에서부터 여성 노동자들의 주도권과 능동성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여성위원회 등 여성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자주적 주도권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

 

또한 자본의 억압만이 아니라 노동자운동 내에서도 성차별적 억압을 극복하는 단결과 반성의 운동이 만들어져야 한다. 자본가계급과 완벽히 단절된 노동자계급은 현실에서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운동 속으로까지 가부장제적이고 여성억압적인 자본가계급의 문화가 어느 정도 침투해 있다. 자본에 맞선 전투에서 중단 없이 뻗어나가려면, 바로 이 오염물질에 맞선 내부투쟁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그런 진지한 내부투쟁과 연결된, 자본주의 체제의 여성 노동자 억압에 맞선 전투를 감행함으로써, 노동자계급은 여성억압을 척결한 새로운 혁명적 새 세상을 건설할 수 있는 진정한 자격과 능력을 획득해나가야 한다.

 

우리도 그녀들처럼, 그들처럼 하자!

 

2018년 여성의 날, 여러 나라에서 여성 노동자의 문제를 전면에 건 노동자투쟁이 전개됐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우리[여성]의 삶이 가치 없는 거라면, 우리 없이 생산해보라!”라는 구호 아래 대중적인 여성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우익정부의 억압에 맞서 낙태합법화 요구로 뻗어나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진 20만 명 이상의 시위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낙태합법화뿐만 아니라 정리해고와 긴축에 맞선 투쟁으로도 전진했다. 여기에는 남성 노동자들도 참여했으며, 교사노조는 하루파업으로 연대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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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멈추고 거리로 나와 대중시위를 벌인 스페인 노동자들

 

가장 큰 모범은 스페인에서 등장했다. 여성의 날 시위를 조직한 ‘38일 조직위원회오늘 우리는 성차별적 억압, 착취와 폭력이 없는 사회를 바란다”, “여성의 복종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동맹에 맞선 반란과 투쟁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모든 것을 멈추자”, “우리가 파업하면 세상이 멈춘다라는 구호 아래, 스페인 전국 주요 도시에서 200개 이상의 집회가 열렸다. CGT, CNT 등 주요 노조들은 24시간 파업을, 다른 노조들도 오전 11:30부터 오후 1:30까지, 그리고 4:00부터 6:00까지 부분적인 작업거부를 감행했다. 닛산처럼 대부분의 노동자가 남성인 공장에서도 작업거부에 동참했다. 300편 이상의 열차운행이 중단됐다. 530만 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이나 작업거부에 동참한 것으로 노조들은 추산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82%가 이날 파업을 지지했다.

 

이런 거대한 시위를 지탱한 노동자의 생각을 우리는 평범한 남성 노동자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다음 일화는 스페인에 사는 한 부부 사이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이제 막 반나절짜리 일자리를 구했던 아내는 직장에 최소인력마저 부족해서 여성의 날 시위에 참가할 수 없었다. 집에 들어온 아내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채 여성의 날 시위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있는 남편을 보고 놀랐다.

 

남편은 아내에게 말했다. “!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데 진짜 여성인 당신은 일하러 갔으니까, 내가 대신 시위에 참여했어. 게다가 여성들만 목소리를 높인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거든. 나 같은 남성도 여성을 지지하고 항상 응원한다는 것을, 불평등을 조장하는 자들이 알았으면 해서 맞잖아? 흑인이 인권을 외쳤을 때 과연 흑인만 외쳤을까? 백인도, 아시아인도, 남미인도 같이 외쳤을 거야. 지금도 외치고 있고. 이렇게 세상에 깨어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어디서나 같이 외치기 때문에 오늘날의 이런 시대가 온 거잖아? 그것처럼 여성인권을 위한 길은 남자도 같이 외쳐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스페인 남편이 세계 여성의 날에 한 일”, 블로그 <산들 무지개(http://spainmusa.com/849)>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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