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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일본 노동자와 연대하며 투쟁의 길을 열어가는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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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자 조회 6,538회 2019-07-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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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일부 노동조합들이 공식적으로 불매운동 참여를 선언하면서 반일투쟁에 나서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은 정부 비난하면 친일파”, “애국이냐 이적이냐운운하며 노동자의 입을 틀어막고 민족주의 감정에 불을 질렀다. 물론 반일투쟁같은 일면적인 대응을 넘어, 아베 정권에 맞서는 일본 노동자 민중과 단결해 함께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일본 노동자들과의 교류와 공동투쟁 경험도 쌓이고 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도 그중 일부다. 그동안 네 번의 일본 원정투쟁을 진행하고, 오는 9월 또다시 원정투쟁에 나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차헌호 지회장을 만나 그간의 경험을 들어봤다. <가자! 노동해방> 독자들과 이 경험담을 함께 나누면서, 현 정세에서 노동자가 누구에 맞서 누구와 함께 손잡고 투쟁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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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동자들과 함께 아사히 규탄투쟁을 진행한 아사히글라스지회 노동자들(사진_아사히비정규직지회)

 

 

아사히글라스는 어떤 기업인가?

 

일본에서 알아주는 대기업이다. 세계 3대 유리 제조업체이기도 한 아사히글라스는 미쓰비시 계열사로 회장 아들이 1907년에 만들었다. 지금 미쓰비시 문제가 우리 아사히 노동자와 무관한 게 아니다.

 

일본 내에 공장이 열 개, 중국, 러시아, 대만, 우리나라 등에 해외공장이 있다. 유리 만드는 공장으로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 기업이다. 일본 전철 모든 칸에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한 아시히글라스 광고가 붙을 정도라고 한다. 일본 가서 보니 큰 기업이라는 게 더 실감났다.

 

그간 일본 원정투쟁은 어떻게 진행됐는가?

 

그동안 네 번 했다. 오는 91일이 다섯 번째 원정투쟁이다. KEC 동지들이 먼저 도로치바(일본 치바현 철도노조)를 통해 원정투쟁을 한 경험이 있어서 가능했다. 우리는 당장 우리 투쟁에 필요해서 원정투쟁을 한 것인데, 일본 동지들은 전부터 민주노총과 체계적으로 국제연대를 해온 상태였다.

 

그 동지들이 비행기 표만 끊어서 와라그랬다. 일본에 있는 동안 숙박비나 교통비, 식비를 다 일본 동지들이 부담했다. 경비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공장 앞이나 본사 앞에서 선전전 등을 함께 했다.


일본 노동자들은 어떻게 투쟁하고 있었나?

 

도로치바 등은 소수이지만 민주노조를 재건하려고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 제일 큰 노조는 조합원이 700만 명이라고 하던데, 숫자는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아주 보수화돼 있다. 한국노총보다 더 심하다. 1980~90년대 초반에 민영화 공격 들어오면서 일본 노동운동이 심하게 무너졌다. 우리도 제대로 못하면 일본처럼 되겠구나 싶더라.

 

실내에 100여 명 모여서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지원공투회의(이하 지원공투회의) 집회를 하는데, 그 입구에 정보경찰 같은 데서 와서 내내 서서 누가 오는지 일일이 체크한다. 우리 같으면 가라고 항의하고 몸싸움하는데 일본에선 그러면 바로 체포된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업무방해로 연행될 수 있으니 몸싸움하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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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불명의 남성들이 회의장 밖에서 참가자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감시한다.(사진_아사히비정규직지회)

 

 

일본 레미콘 동지들도 사장에게 집단항의를 말로만 했는데도 협박죄로 구속됐다. ‘어차피 구속될 거 엎어버리기라도 하지했더니 그럼 엄청 오래 형을 산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 때 우리나라 운동이 탄압 때문에 움츠러들었듯이 일본도 그런 분위기. 노동운동이 굉장히 많이 밀려 있는 상황이다.

 

그런 어려운 조건인데도 일본 노동자들이 아사히 동지들을 위해 같이 움직여줬다.

 

일본 동지들이 굉장히 꼼꼼하다. 같이 다니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안내자 한 명만 아니라 공장 앞 선전전에도 여럿 나오고 선전물도 직접 만들어서 같이 배포한다. 어떻게든 한 명에게라도 더 주려고 열심히 선전물을 돌리고 몇 장 돌렸는지도 정확히 체크한다. 열과 성을 다해서 자기 일처럼 한다.

 

우리가 본사가 중요하므로 본사 앞은 매일 가야 한다고 했더니 그렇게 했다. 현대차 동지들이 정몽구가 범죄자다하듯이 현수막에 아사히 본사 사장 이름 넣어 달라고 하면 또 그렇게 제작해서 게시해 준다. 보통 일이 아니다. 자기 일도 있는데 여럿이 연대해 준다. 현지에서 모금을 해서 주기도 한다.

 

말로만 하던 국제연대를 직접 가서 보니까 그들도 우리처럼 지배계급에 맞서 싸우고 우리처럼 고민하더라. 나이가 많은 분들이 일본 사회를 바꾸기 위해 불편한 몸을 움직여 선전물 배포하는 걸 보면서 국제연대라는 게 말처럼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한 기사를 일본 동지들에게 주면 굉장히 좋아할 것 같다.

 

아사히 원정투쟁에 대한 일본 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일본 동지들은 대부분 상당히 나이가 있다. 우리 아사히 조합원은 상대적으로 젊다. “아사히 2~3년 투쟁하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건 세상을 보는 눈이다. 조합원들 스스로 달라졌다. 예전의 우리가 아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다가 서로 친해지고 서로 챙긴다. 패배하더라도 우린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다. 노조라는 걸 만들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경험했다. 공부 못해서 비정규직 됐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비정규직 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였다. 자신감을 가진 노동자로 달라졌다.” 이런 얘기를 해줬는데, 이 말을 듣고 감동해서 우는 동지들이 있더라. 꽤 오래 얘기했는데 질문도 많이 받았다.

 

일본 동지들이 보기에 아사히 투쟁은 공세적으로 노조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정규직 투쟁이 운동의 희망이라 생각해서 내가 비정규직 운동에 뛰어들었다는 것에도 아주 놀라워한다. 일본에선 흔치 않은 일이니까. 그래서 일본 동지들이 아사히 투쟁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것 같다. 일본 노동운동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는 이런 투쟁이 많이 필요하니까.

 

지원공투회의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도쿄에 있는 아사히 본사 앞에서, 경찰차가 오고 경찰들이 잔뜩 와 있는데 마이크 쩌렁쩌렁 울리게 선전전을 한다. 우리가 원정투쟁 갔을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지원공투회의가 한 달에 한 번씩 그렇게 선전전을 한다. 탄압받을 수도 있을 텐데 대자본에 맞서 한국 노동자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해주는 것이다. 민주노총 같은 조직에서도 다른 사업장 문제로 그렇게 투쟁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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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우리와 함께 싸울 수 있는 동지들이 있다.(사진_뉴스민/아사히비정규직지회)

 

 

단순히 고맙다고 생각하고 말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톨게이트 동지들을 위해 본사에 가서 집회라도 한 번 해 줄 조직이 있나? (아사히글라스 동지들은 톨게이트 투쟁 연대를 위해 김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 앞 집회를 계획했고, 오늘(726) 아침에 선전전을 시작했다 - 편집자 주) 우리가 가진 상상력 이상의 것을 일본 동지들이 노동자계급 국제연대 관점에서 하고 있다.

 

아사히 투쟁에 관한 책 <들꽃, 공단에 피다>를 지원공투회의 동지들이 번역해서 1,000권을 일본 노동자들에게 판매했다. 노동조합, 시민단체, 종교단체에서 구입을 했고 그것으로 투쟁기금을 마련했다.

 

지난해 전국노동자대회 때 지원공투회의 동지들이 일본 사장 이름 넣은 현수막을 줘서 공장 앞에 붙였는데 명예훼손이라고 사측이 걸고넘어졌다. 이 소식을 듣고 일본 동지들이 자기들 때문에 한국 동지들이 기소될까 봐 엄청 걱정하기에, 괜찮다고 했더니 굉장히 좋아하더라. 자본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했다. 우리의 투쟁정신을 보고 지속적으로 연대를 하는 것 같다. 최근엔 우리나라 비정규직 투쟁의 역사나 현황에 대해서도 알려달라고 하더라.

 

원정투쟁하면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면?

 

나는 지난해에 일본에 갔다. 얘기로만 듣고 동영상 보고 한국에서 간간이 만나다가 직접 가보니까 정말 달랐다. 일단 일본을 바라보는 시야가 엄청 넓어졌다. 내가 가진 작은 그릇이 아주 커졌다. 노동자의 국제연대가 이런 것이구나 확 느꼈다. 물이 졸졸 흐르다가 논둑이 확 열린 것처럼.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일본 동지들이 전쟁 반대를 앞세우는 것이다. 노동조합인 도로치바의 강령에 전쟁 반대를 명시하고 현장에서도 그런 활동을 한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킨, 우리나라를 지배한 나라니까 국민들에게도 뭔가 이익이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그 나라 국민이 그냥 말로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전쟁 반대 투쟁을 하더라. 제국주의 전쟁으로 피해보는 것은 전부 노동자고 패전 뒤 엄청난 희생이 뒤따르기 때문에 노조 활동에서도 전쟁 반대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제일 놀라웠다.

 

도로치바뿐 아니라 교직원노조 노동자들 대회 장소에 갔는데, 아베 정부가 교련 같은 걸 부활시켜서 학교에서 시행하려 한다며 이런 것에 반대하는 교육영상을 보더라. 일본 노동자들의 정치적인 활동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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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육 노동자들과 함께 한 자리(사진_아사히비정규직지회)

 

 

일본 갔을 때 일본 동지들은 아베의 개헌 시도에 대해 계속 얘기하는데, 당시엔 우리나라와 특별히 관련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서 관심 갖고 듣지 못했다. 당시에는 일본 노동운동이 언제 무너졌는지 등을 많이 물어봤다. 민영화의 폐해를 실감했다. 일본 철도는 한 개 역이 사장 한 명 거다. 민영화 정말 무섭더라. 우리도 민주노조운동이 무너지면 그렇게 될 거다. 공부가 많이 된다. 일본 가서 많이 배우고 왔다.

 

그렇게 성심을 다해 연대하는 일본 노동자들이 있는가 하면, 국내에는 전범기업을 변호하는 데 힘을 쏟는 김앤장 같은 데도 있다.

 

우리나라에 전범기업이 299개가 들어와 있다. 전쟁 시기에 일본 제국주의 전쟁에 도움이 되는 전쟁무기나 물품을 만들어 돈을 번 기업이 국내에 들어와 특혜를 받으며 계속 이윤을 가져간다. 이런 구조부터 잘못됐다. 또 불법행위를 하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김앤장이 그런 전범기업을 변호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다 엮여있다.

 

전범기업 보고 꺼지라고 하는 게 참 공허하다. 돈 벌게 해주고 특혜 주고 범죄 저지르면 최고의 로펌이 변호해주도록 이런 시스템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게 정치고 제도다. 이런 걸 내버려두면서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 맞선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적은 가까이에 있다. 일본의 제국주의적 범죄에 대해 욕하면서 정작 거길 변호해주는 로펌은 정부가 뒷받침해주고 있으니 문재인 정부가 사기 치고 있는 것 아닌가.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 있는가.

 

9월 일본 원정투쟁하고 계속 싸울 거다. 아사히 투쟁은 많은 연대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다른 투쟁과의 차이점이다. 많은 동지들의 관심과 지지가 있어서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 불쌍해서 우리를 지지해준 게 아니다. 반드시 승리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지할 것이다. 그것에 부합하게 굴하지 않는 투쟁, 의미를 남길 수 있는 투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규직 전환되는 게 승리가 아니고, 우리만 승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받은 걸 다시 노동운동에 돌려주는 게 제대로 된 보답이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노동운동에 우리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한다. 그동안 워낙 깊은 연대가 이뤄졌기 때문에, 우리끼리만 합의하고 이기고 좋아할 상황을 넘어섰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

 

다국적 자본을 만났을 때 국제연대가 굉장히 큰 영향력 발휘한다. 그런데 오직 같은 노동자계급이라는 이유로 그게 가능했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몰랐는데 방 내주고 밥 사 주고 안내해 준다. 어디서 친구가 와도 아주 친한 친구가 아니면 쉽지 않은 건데.

 

우리 아사히 조합원들도 투쟁 초기에는 일본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투쟁 시작하고 몇 달 안 돼서 직접 일본 노동자 만나고 함께 투쟁한 뒤로는 일본 자체 또는 일본 노동자를 공격하는 건 사라졌다. 지금처럼 민족주의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 잘못된 흐름으로 가지 않게 하려면 노동자들의 국제연대를 많이 얘기해야 한다.

 

아베 정권에 대해 일본의 노동자 민중도 맞서 싸운다. 그들과 함께 손잡고 싸워야 한다. 한국관광 온 사람 중에 아베 정권에 비판의식 가진 사람도 있을 거다. 일본 사람이라고 다 나쁜 사람이고 적이 아니다. 우리 투쟁 끝난 이후 국제연대의 의미를 어떻게 남길지 고민이다. 일본 노동자들과의 연대투쟁이, 아사히 투쟁 이기냐 지냐를 넘어 정말 큰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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