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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스마트톨링과 고용문제 - 누가 정의와 인간성을 대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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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8,131회 2019-07-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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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전과 자동화에 따라 해고는 불가피한가?

 

 

<조선일보>징수업무 자체는 장기적으로 무인체계인 스마트톨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것이고, 이런 현실을 외면하는 극한투쟁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고 만다며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비난했다(719일자 기사 결국은 부메랑 될 극한투쟁”). 저들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기술발전과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는 퇴행적인 집단인 것처럼 묘사하려 한다.

 

그러나 지금 투쟁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스마트톨링(무정차 통행료시스템)을 반대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건 자동화를 해고 수단, 노동강도 강화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이다. 정부와 도로공사는 꼼수와 거짓말로 노동자의 절박한 고용안정 요구를 회피하고 있다. 이게 진짜 쟁점이다. 스마트톨링을 이유로 인원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사실인가?

 

기술 발전이 왜 꼭 해고 수단으로 이용돼야 하는가?

 

생각해보자. 가장 훌륭한 기술이 도입되면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노동강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더군다나 스마트톨링을 비롯한 훌륭한 기술에는 몇몇 과학자나 연구원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의 피와 땀이 녹아 있다. 자동화 장치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으로 연결돼 있는 생산시스템, 서비스시스템을 응용해 만들어진다.

 

수십 년에 걸친 수납원들의 노동이 없었으면 지금의 도로공사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무슨 경험과 정보의 토대 위에 스마트톨링을 꿈꿀 수 있었겠는가? 무엇보다 전체 노동자로부터 쥐어짠 막대한 부가 없었다면 스마트톨링 기술개발 투자가 가능했겠는가? 그렇다면 신기술은 더욱더 노동자를 위해 쓰여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 사회에선 기술을 통제하고 도입하는 주체가 바로 지금껏 노동자를 쥐어짜고 억눌러왔던 자본가와 그들의 정부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자동화를 두려워하게 된다. 사회 전체의 편의와 풍요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동화 기술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따라서 해고와 노동강도 강화 수단으로 기괴하게 비틀어버리는 저 자본가와 그들의 정부야말로 퇴행적인 집단 아닌가.

 

무엇이 정의고 인간적인 일인가?

 

이미 도로공사는 하이패스 도입을 계기로 요금수납원 수천 명을 해고했다. 2007년 전국에 하이패스가 개통된 이래 매년 300여 명이 잘려나갔다고 한다. 하이패스 도입 후 밖에서 요금 받는 일은 줄었지만 새로운 업무가 생겨났다. 하이패스 심사업무(통행료 출금여부 및 안테나 정상작동 심사 등), 미납징수, 하이패스 카드판매, 하이패스 단말기판매 및 정보변경 등.

 

그런데 인원충원은 되지 않았다. 남은 노동자들은 더 힘들어졌다. 자동화를 핑계로 수 년, 수십 년 일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게 정의롭고 인간적인 일인가, 아니면 자동화를 노동시간 단축, 노동강도 완화, 고용안정, 인력충원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정의롭고 인간적인 일인가?

 

 

자동화기술을 노동자 공격수단으로 삼는 게 노동존중?(사진_세종충남지역본부)

 

 

해고가 대안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력충원을 해야 했다. 도로공사 사장 이강래도 말로는 자회사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거라고 얘기한다. 스마트톨링이 시행돼도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고 영상인식 기술 문제도 있어 수납업무가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수납원은 줄어드는데 기존의 미납고지서 발송에 전화 독촉작업까지 많이 해야 하니 요금징수 인력은 오히려 더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렇게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1,500명을 해고했다. 오직 자회사를 반대하고 직접고용을 주장한다는 게 이유였다. ‘6,500명 자회사 고용은 되는데 ‘6,500명 직접고용은 안 된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공채 정규직과 같은 임금과 처우를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자회사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강래는 자회사를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스마트톨링 도입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소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에 다양한 자회사가 설립됐지만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사례는 현재까지 없다. 1월 기획재정부는 한국기술자격검정원과 인천항보안공사, 부산항보안공사 등 6개 기관의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기까지 했다. 기타공공기관은 언제든 해제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기타공공기관이라 하더라도 자회사라는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다. 자회사는 아무런 실권이 없다. 예산 배정, 업무 배치의 실권은 도로공사가 쥐고 있다. 누가 이 진실을 부정할 수 있는가? 직접고용이 고용안정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자회사와 비교할 순 없다. 고용과 임금을 직접 책임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절대 작은 차이가 아니다.

 

정부가 자회사라는 간접고용형태를 고집하는 이유는 고용, 임금, 안전 등 노동자 권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에게 계속 불안한 고용과 낮은 임금을 강요하기 위해서다. 민영화도 쉽고, 스마트톨링이 초래할 구조조정도 쉽고, 노동자 탄압도 쉬운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노동자의 당당한 권리: 누가 어떻게 노동조건 변화를 결정할 것인가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당당히 직접고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법원 판결이 있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요금수납원들은 어떤 업체가 아니라 도로공사의 요금수납과 서비스를 수행했다. 또한 이들은 도로공사의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했기 때문에 자동화 앞에서 당당하게 모든 해고 금지와 고용안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물론 스마트톨링이 시행되면 업무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용자들의 편의와 요금수납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변화를 노동조건을 개악하는 방식으로 시행할 이유가 없다. 수익성만을 앞세우는 도로공사 사장과 정부 관료들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충분히 토론하며 의견을 내고, 합의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노동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예컨대 스마트톨링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필요할 수 있는 수납업무는 지금보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수행하면 된다. 수납업무가 줄어드는 만큼 다른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면 그에 따른 안정적인 일자리와 재교육을 공사가 책임져야 하며, 여기에도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강도 완화를 적용해야 한다.

 

그 어떤 경우든 노동자의 생존이 우선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적절한 일자리가 제공돼야 한다. 특히 장애가 있는 노동자에게 적절한 일자리가 제공돼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지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자회사를 걷어치우고 도로공사가 직접고용을 실시하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자동화를 이윤을 위해, 노동자 착취를 위해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자동화 성과를 더 많은 노동자를 위해 사용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투쟁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나아가 노동수단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틀어쥐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의고 인간성이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정의와 인간성을 대표하고 있다. 이 투쟁이 지면 안 되는 정말 중요한 이유다. 톨게이트 노동자투쟁의 승리를 위해 연대하자! 도로공사와 문재인 정부에 맞서 함께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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