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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노동자는 ‘진짜 노동자’가 돼야 한다는 것을요” - 투쟁의 희망을 말하는 고공농성장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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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7,135회 2019-07-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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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제대로 씻을 수도, 편히 잘 수도 없는 서울요금소 캐노피 위에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23일째. 농성 중인 동지들에게 그동안 어떤 조건에서 일해 왔는지, 고공농성장 상황은 어떤지, 자회사를 반대하는 이유와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봤습니다. 비정규직의 처절한 설움만큼, 이제 진짜 노동자가 돼야 한다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합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동지들께도 감사와 응원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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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주신 최양예이명금김미이 동지(왼쪽부터).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준 내 삶의 은인, 노동조합

김미이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서안성지회

 

저는 20033월 입사, 15년을 근무하고 해고된 수납원입니다. 수납업무의 어려움은 그나마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는 그 일만 한 게 아닙니다. 저희는 노예였습니다. 풀 뽑기, 식당 일, 도로정비 등 수많은 일을 했습니다.

 

철마다 광장에 있는 수십여 개의 화분 분갈이, 아침마다 물주기

한여름 땡볕에 광장, 주차장, 차로 풀 뽑기

부스 꼭대기에 올라가 세제를 풀어 수세미로 부스 물청소

입구, 출구, 전체 차로 및 광장 빗자루로 깨끗이 쓸기

겨울엔 밤이고 낮이고 눈이 오면 차로 막고 눈치우고 염화칼슘 삽으로 퍼 뿌리기

주말엔 주방여사님 쉬는 시간에 밥, 반찬하고 설거지하기

야간 입구근무자는 새벽에(고객 없는 시간이라고) , 여 화장실 1, 2층 청소하기. 초번 근무 후 수납원들 총동원해 염산을 뿌려 칫솔로 타일 사이사이를 닦기(락스도 역겨운데 염산 냄새를 맡아가며, 옷에 피부에 다 튀어가며 일하기)

도로공사 관리자들 텃밭 가꾸기, 가축(, 오리 등) 기르기

 

왜 이렇게 노예처럼 일해야 했을까요? 고용불안 때문이었습니다. 잘리는 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저희 수납원들은 6개월, 1, 2년마다 재계약을 했습니다. 저는 한 달 반 계약도 해봤습니다. 고용승계요? 외주업체 사장들은 밉보인 수납원들 절대 재계약 안 해 줍니다. 바른 말, 맞는 말 하는 수납원들 고용승계 안 됩니다. 잘립니다. 그리고 1년 근무한 수납원과 20년 근무한 수납원의 급여 똑같습니다. 이해하실 수 있으십니까?

 

도로공사에 직접고용돼 공채입사자와 똑같은 급여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업무에 맞는 급여와 고용안정을 바랄 뿐입니다. 자회사는 덩치만 큰 또 다른 용역회사일 뿐입니다. 도로공사가 자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이후 인원감축을 할 때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쉽게 말해 손 안 대고 코 풀기입니다. 도로공사가 고용안정을 책임질 자신이 있으면 왜 직접고용을 거부합니까?

 

도로공사는 전문가위원이 노사전협의회 중단을 선언한 뒤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박순향 동지 1명을 제외한 5명의 노동자대표에게 자회사 전환 동의서명을 받았습니다. 전문가위원마저 중단 선언했고 엄연히 반대한 대표가 있는데 요금수납원은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하기로 합의했다는 거짓말까지 했습니다. 더 이상 도로공사의 거짓말에 속지 않습니다!

 

다음 달이면 노동조합 가입한 지 1년 됩니다. 부당하고 억울해도 바보처럼 도로공사 관리자들, 외주사 사장들이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수납원이었습니다. 노동조합 가입은 삶의 반환점입니다. 민주연합노조 도명화 지부장님과 박순향 부지부장님은 노동조합의 도 모르는 저를 사람답게 살게 해 준 내 삶의 은인입니다. 우리 민주연합노조는 동지를 믿고, 조직을 믿고 직접고용을 위해 싸울 수 있게 해준 너무나도 큰 선물입니다.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고공농성과 청와대 앞 노숙농성으로 더 단단해진 우리의 힘을 보여줍시다. 직접고용되면 더 확실하게 보여줍시다. 도로공사가 우리 수납원들을 무시하고 잘못 건드렸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잘못을 인정하게 만들어 줍시다! 우리는 승리의 그날까지 싸울 것입니다. 투쟁!

 

 

이제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노동자는 진짜 노동자가 돼야 한다는 것을요

최양예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서안산지회

 

한 평 남짓한 부스 안에서 3시간 정도 근무하면 20~30분 교대를 해 줍니다. 교대시간 외에 갑작스런 생리현상이 생길 때는 온갖 눈치를 보면서 팀장에게 보고해야 (화장실에)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도 조심스레 먹어야 합니다.

 

겨우 최저시급 맞춰주면서 복지관련 어떠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피복비나 체육행사비 또한 제대로 지급된 적이 없었습니다. 자회사 회유하러 영업소에 방문한 도로공사 과장, 차장과 면담할 때 연봉 얘길 하니 깜짝 놀랐습니다. 모르진 않았을 텐데 놀라는 척이라도 한 건지.

 

매년 도로공사에서 감원인원이 내려옵니다. 그럴 때마다 가슴 졸이고 1년에 한 번씩 재계약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잘려야 합니다. 도로공사는 사람이 줄이고 신규직원을 보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용역업체 사장 부인이 그 자리에 들어오게 됐고, 일하는 직원들을 감시하고 개인비서처럼 대하며, 사무실의 사소한 것까지 사장 귀에 들어갔습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사이동시켜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괴롭히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말 한 마디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1년에 1번씩 계약해야 하는 하루살이 삶이 아니라 정년이 보장되는 삶을 원합니다. 제가 10년 넘게 일하는 동안 근로계약서를 8번 이상 썼습니다. 이제는 법원에서도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정규직입니다. 직접고용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습니다. 다른 노동자들이 수없이 얘기한 것처럼 자회사는 한국도로공사의 또 다른 용역회사입니다.

 

모든 조합원이 열심히 투쟁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방패에 가슴을 부딪치고 연행되는 과정에 여성 노동자를 서너 명의 의경들이 사지를 잡고 가는데 울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왜 정부는 노동자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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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과 비바람에도 투쟁 의지를 견고하게 지켜나가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사진_세종충남지역본부)

 

 

고공 조건은 사방이 트여 있어 경치는 좋지만 생활하기는 너무 불편합니다. 주변이 높은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편하게 볼일을 볼 수 없어 억지로 참습니다. 두 번째로 이곳 수질이 나쁘다고 해서 수질검사를 보냈는데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생수를 밑에서 일일이 조달해줘야 합니다. 30도 이상 되는 날씨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데 제대로 씻을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겨낼 것입니다. 고공농성하면서 더욱더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노동자는 진짜 노동자가 돼야 한다는 것을요.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만큼의 대가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강력하게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가만히 앉아 누군가가 해주겠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일어나 나서야 한다는 것을. 연대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세상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 뜨거운 캐노피에서 힘차게 투쟁합니다

이명금 공공연대 노동조합 한국도로공사 영업소지회 부지회장

 

정말 쉬기 어려웠습니다. 수납업무는 3교대 근무입니다. 근무를 변경한다든가 연차휴가를 쓰려면 일반회사와 달리 다른 동료가 대신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연장근무(16시간 이상 근무)를 한다든가 휴무 날 나와 근무를 해야 하는 특이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휴가를 쓰려고 해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이런 일들이 지속되다 보면 피로가 누적됩니다. 결국 만성피로감을 항상 느끼며 살아 왔습니다.

 

서비스업종들이 비슷하겠지만 요금수납 업무도 고객응대 업무라 차가 몇 대만 밀려도, 업무처리가 조금만 늦어도, 통행료 미납전화를 할 때도 소리부터 지르고 욕부터 하는 고객들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꼬투리 잡아서 억지부터 부리는 고객들을 응대할 때가 있습니다. 성희롱하는 고객들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속이 터지고 울화가 치미는데 근무복 벗어 던지고 똑같이 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그러다간 사장에게 찍혀 잘릴까봐 어쩌겠어요.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그러면 안 되지 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달래가며 일한 적이 빈번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저희는 도로공사의 총알받이였습니다. 그렇다고 임금이나 많나, 전혀 아닙니다. 처음 도로공사가 자회사 설명회 때 저희들이 받는 임금이 월 290만 원이라 하더군요. 저희는 어이가 없어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최저임금에 연장을 2개 이상 해야 월 200만 원이 될까 말까 했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도로공사와 용역업체가 계약을 그렇게 해놓고 중간에서 용역사장(도로공사 퇴직자)들이 이리저리 우리 몫을 갈취했다는 얘기밖에 더 되겠습니까? 도로공사 퇴직자인 용역사장들만 먹여 살린 셈입니다.

 

원래 도로공사 정규직이었던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도로공사 정규직이었는데 구조조정과 외주화 때문에 용역업체 노동자로 전락했습니다. 그렇게 전락한 우리는 매년 최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서도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사장, 사무장들의 온갖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고 눈감아 줄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것들이 비정규직이어서 겪었던 설움입니다.

 

자회사는 기존 용역사와 다름없는 덩치만 커진 외주 하청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로공사는 자회사 가도 정년도래가 있어 별도의 인원감축은 없다고 하지만, 경영위기를 핑계로 한 해고는 부당해고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방법으로 수많은 노동자를 해고할 것입니다. 도로공사의 책임이 아니라 자회사 책임이라 하면서. 도로공사는 대법에 계류 중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수납원이 승소하면 그에 따른 임금차액을 지급해야 하고 직접고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우리를 자회사로 보내려 합니다.

 

법원에서도 불법파견이니 도로공사가 우리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우리는 사법부 판결마저 무시하는 도로공사와 그 뒤에서 도로공사를 움직이는 정부를 상대로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톨링이 시작되면 대량 인원감축을 할 게 불 보듯 뻔한데, 그걸 알면서 자회사를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는 630일 새벽 4시에 여기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 올라와 오늘(7.20)21일째입니다. 이곳은 소음과 매연이 심합니다. 차가 지나갈 때는 진동으로 흔들림을 심하게 느낄 정도로 구조물이 약합니다. 너무나 열악하지만 계속 싸울 것입니다. 도로공사는 불법파견이라는 불법을 저질러 왔습니다. 우리는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습니다. 떼를 쓰는 게 아닙니다.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해고돼 투쟁하고 있는데, 다른 공공기관에도, 다른 업종에도 정말로 많은 비정규직이 있다는 것도 이번 계기로 알게 됐습니다. 우리보다 일찍 아픔을 겪고 있는 노동자분들이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찾아와 주시고 있는데 많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정말로 비정규직은 이 나라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세 딸이 있는데 비정규직이라는 단어 자체를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 뜨거운 캐노피에서 힘차게 투쟁합니다.

 

청와대와 고용노동부 면담을 통해서 촛불정부라고 하는 문재인 정부가 우리를 해고한 공범이라는 것을 확인 했습니다.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분들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기필코 승리하겠습니다. 직접고용을 쟁취하겠습니다. 희망 잃지 말고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때까지 힘내어 끝까지 투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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