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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얼마나 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 정보경찰과의 핫라인도 ‘교섭전술’로 포장하는 이 시대의 노조관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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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6,926회 2019-07-0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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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몰래 정보경찰에 줄을 대는 건 ‘교섭전술’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팔아먹는 짓에 불과하다.

 

 

삼성이 사주한 정보경찰과 핫라인

 

최근 ‘삼성 노조와해 공작사건’ 재판에서 삼성이 정보경찰(경찰청 정보국)을 이용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 라두식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노조활동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제시됐다. 

 

검찰은 2015년 4월 1일 삼성이 작성한 ‘핫라인 운영결과’ 문건을 공개했다. 그 문건엔 ‘핫라인’ 소통 상황과 임금 협상 결과 5개안 중 4개안이 사측 요구안과 같다는 보고가 담겨 있었다. 삼성이 정보경찰을 이용해 라두식 지회장에게 금품을 전달하며 ‘관리’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최평석 상무(전 삼성전자서비스 종합상황실장)는 검찰 조사에서 “(선거) 명목이 아닌, 임금체계개선위원회 진행비로 자금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정보원 활동자금도 라두식에게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쓴 검찰조서를 보면 “‘사회안정화사업비’로 150만 원 정도 국정원에서 지급받는 돈이 있다. … 대규모 집회나 상경투쟁이 있을 때 쓰이는 돈이다. 이 돈을 라 전 지회장에게 주기도 했다”고 답했다.(7월 2일자 <한겨레>) 최평석은 삼성전자서비스를 넘어 삼성전자 차원에서 노조파괴가 이뤄졌다고 실토했다.

 

기상천외한 합리화

  

라두식은 최근 통합지회장을 사퇴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최평석을 몰래 만나 탄원서를 써 줬던 전 금속노조 경기지부 간부 조건준도 마찬가지다. 사실 라두식은 작년 6월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여태까지 조합원에게는 경찰 만난 사실을 숨겼다. 뼈를 깎는 반성은커녕 ‘언론보도 법적 수단 포함 적극 대응’ 운운하며 물타기를 하고 있다.

 

라두식은 조건준과 똑같은 논리로 최악의 배신을 합리화한다. 경찰에게 ‘교섭 방식, 일정 조율, 지회의 요구’를 전달하기는 했지만 삼성이 직접교섭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회 요구를 삼성에게 전달하는 ‘교섭전술’이었다는 말을 지껄이면서 말이다. 

 

삼성이 과연 지회 요구를 몰라서 직접교섭에 나오진 않았단 말인가? 조합원 몰래 관리자나 정보경찰을 만나는 교섭전술도 있단 말인가?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을 팔아먹는 비밀 만남일 뿐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뿐 아니라 민주노조운동 전체를 두 번, 세 번 욕보인 짓거리다. 

 

경찰들은 염호석 열사의 시신까지 탈취했다. 그런데…

 

조건준은 최평석 탄원서에서 “모든 노무관리에 노조 인정과 부정의 양 측면이 작용한다. 노조 인정은 다양한 대화로 나타나고 노조 부정은 부당행위로 나타난다”고 썼다. 가장 악랄한 노조탄압의 사령탑을 노조를 인정하는 사람으로 둔갑시켰다.

 

라두식이 한 일도 같은 맥락이다. 경찰은 삼성과 짜고 염호석 열사의 시신까지 탈취했다. 극악무도한 범죄행위였다. 그뿐인가? 이 시간에도 경찰은 수많은 곳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가로막으며 자본가들을 비호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그런 자들과 치열하게 맞서 싸우며 노조파괴를 막아냈다. 그런데 라두식은 그런 경찰을 서슴없이 만나왔고, 경찰에게 노조의 정보를 알려줬다. 그리고 ‘교섭전술’ 운운하며 경찰이 마치 민주노조운동에 무슨 쓸모가 있는 존재인 것처럼 얘기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아주 기본적인 원칙은 노조파괴 살인자에 대한 단호한 응징이다. 경찰에 대한 비타협적인 투쟁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노조파괴 살인자를 구속시키지 않으면서까지, 동료의 시신을 탈취한 경찰에게 구걸하면서까지 정규직에 목매고 임금을 올리려는 사람들인가? 결코 아니다. 최종범, 염호석 열사에게,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지금도 노조파괴를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이보다 더한 모욕은 없다. 

 

다른 곳은 상황이 좋아서?

 

노동자투쟁의 성과는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으로 쟁취했을 때만 전진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노동자 스스로 자기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가 되지 않고 어떻게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겠는가? 누가 대신해 성과(?)를 가져다주는 게 노동자운동의 발전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도부는 조합원들에게 ‘모든’ 교섭 과정과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진정한 노동자 민주주의는 단지 교섭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들이 투쟁과 교섭의 전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조합원들은 자본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비판하면서, 민주노조의 진정한 주인공이 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

 

조건준이 아직까지도 합리화하고 있는 소위 블라인드교섭(밀실교섭), 나아가 라두식의 핫라인 등은 이 원칙을 훼손하는 치명적인 대리주의, 엘리트주의가 깔려 있다. 노조관료들은 조합원 대중이 스스로 자기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결코 믿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조합원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민주노조의 진정한 힘(조합원 대중의 힘)을 갉아먹을 뿐이다. 하지만 자본가와 정부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 힘이다.

 

노조관료들은 상황이 매우 어려웠고 교섭은 진척이 없었다며 계속 합리화한다. 거의 10년 가까이 노조파괴를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유성기업지회와 KEC지회는 상황이 좋은가? 처절한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아사히비정규직, 한국지엠 비정규직은 어떤가? 

 

조합원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노조관료들

 

삼성의 노조파괴는 악랄하다. 그런데 무슨 신비로운 수단을 쓰고 있는 건 아니다. 폐업, 징계, 해고, 공권력 투입, 간부 매수 등 다른 사업장에서도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삼성에게 매수당한 것과 다름없는 조건준과 라두식은 삼성의 특수성 운운하며 조합원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었고,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무너뜨렸다.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이라는 모든 노동자투쟁 공통의 원칙을. 

 

노조관료들은 자본주의를 변혁하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열 수 있는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잠재력을 부정한다. 그들은 노동조합을 자본주의 변혁을 위한 대중적 수단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들은 노동조합의 임무를 단순히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에만, 그것도 단기적인 개선에만 묶어두려 한다. 철저히 ‘단기적이고 실리주의적인 관점’에서 사물과 투쟁에 접근한다. 그들은 이런 관점에서 밀실 교섭과 경찰과의 거래도 합리화한다.

 

노조관료들의 관료주의가 민주노조운동 상층뿐 아니라 현장 구석구석에도 퍼져 있기 때문에 평범한 조합원들도 문제의식을 느낀다. 그런데 문제의식만으로는 바뀌는 건 없다. 그들을 제압할 수 있는 물질적 힘을 마련해야 한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며,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되살리려는 노동자들이 노조관료에 맞선 투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다수 대중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노동자들을 행동하는 주체로, 투쟁하는 주체로 우뚝 세워내야 한다.

 

맹목적 단결 논리를 넘어

 

라두식을 비롯한 관료들은 노동자들의 성장을 막기 위해, 자신들의 지위를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 단결 논리를 퍼뜨린다. 라두식은 사퇴 입장 글에서 지회가 삼성과의 첫 단협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내부가 분열 되는 걸 바라볼 수 없어 사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조합원과 조직을 신뢰한다고 했다. (조합원과 조직을 신뢰한다는 사람이 조합원 몰래 경찰을 만나고 이를 숨겼다!)

 

단결은 노동자투쟁의 최고 무기다. 그런데 ‘투쟁을 위한 단결’이 아니라 ‘단결을 위한 단결’이라면, 그 단결은 관료들의 통제도구가 된다. 조건준의 배신행위가 터져 나왔을 때 라두식 집행부는 ‘금속노조에서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조건준을 단호하게 비판하지 않았고, 블라인드교섭을 비롯한 지난 시절의 오류를 철저하게 재평가하면서 원칙을 다시 세워내지 않았다. 지금 드러나고 있듯이 라두식도 공범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이런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진상조사’라는 포장 아래 끔찍한 계급배신행위에 대한 비판마저 물타기하려 한다면, 규율을 단호히 적용하지 않는다면, 이런 배신행위는 또다시 재발할 수 있다.

 

정보경찰과의 핫라인을 버젓이 교섭전술로 포장하는 치 떨리는 배신도 적당히 봐준다면 노조관료들은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파괴할 것이다. 최종범, 염호석 열사를 비롯해 수많은 열사들이 목숨 바쳐 세운 원칙을 말이다. 침묵하지 말자. 함께 대항하자.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다시 되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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