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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밀어주기 정치’의 결과를 똑똑히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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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5,267회 2019-07-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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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공백상태를 싫어한다는 말이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이 실패하고 해체된 이래, 그 자리는 공백으로 남아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도 되는 것처럼 노동존중을 떠들어대고, 자유한국당 같은 반노동 우익정당에 맞설 유력한 대안인 것처럼 행세했다.

 

민주노총 안에서도 지금으로선 민주당 정권을 밀어주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최선인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독립적인 노동자정치가 서 있어야 할 자리를 민주당 밀어주기 정치가 차지했다.

 

우익정당에 대한 정당한 반감

 

물론 노동자들이 자유한국당 같은 우익정당에 반감을 갖는 건 아주 정당하다. 74일 국회 연설에서 나경원이 내뱉은 말은 혐오스럽기 짝이 없다. “기업은 절망하고 있습니다.” “(노조의) 불법행위, 더 이상의 관용은 안 됩니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을 추진하겠습니다.” “근로기준법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근로기준의 시대에서 계약자유의 시대로 가야 합니다.”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저들이 원하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선명하게 그려진다. 어디에서도 더 이상 안정적으로 이윤을 얻을 수 없는 자본가들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 마치 1799년 영국 자본가들의 청원으로 단결금지법이 만들어진 것처럼 노동자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단결력을 해체하려 한다.

 

이런 우익정당의 시각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나경원이 국회에서 흉악한 언어를 쏟아내기 하루 전, 자유한국당은 파업에 나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에 대해 아이들의 밥상까지 볼모로 잡는 어른들의 이기심”, “(9급 공무원 80% 수준의 임금인상은) 무리한 요구라고 비난하는 대변인 논평을 냈다. 역시 한 마디 한 마디가 흉악하다.

 

그래서 저들을 향해 노동자들의 분노가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을 퇴출시키고 그들의 당을 해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우리는 그런 노동자들의 감정과 요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런데 이런 열망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일단 그나마 말로라도 노동존중 운운한 민주당 정권에 힘을 실어주면서 그들의 구호와 요구를 따라 외치는 게 상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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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자유한국당은 돌아와서 일 좀 해라라고 적힌 손피켓.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해서 하게 될 이란 무엇일까?

 


착시효과

 

자유한국당이 워낙 끔찍한 망언을 남발하기 때문에, 그 반사효과로 민주당이 더 나은 대안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엄청난 착시효과다. 최근 한 달여 사이에도 민주당은 이 착시효과의 실상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 많은 증거를 만들어냈다.

 

531, 또 다른 구조조정을 낳을 게 뻔한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을 위한 도둑주총 성사를 위해 공권력을 투입했다. 주총 참여 권리를 갖고 있는 조합원들의 출입까지도 폭력적으로 봉쇄했다.

 

바로 그 전날인 530, 국회에서 노동개악 반대투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간부 세 명을 동시에 구속했다.

 

621, 같은 건으로 민주노총 위원장까지도 도주 우려운운하며 구속했다.(보증금을 내고 조건부로 석방)

 

625일 진행된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의 항의투쟁을 빌미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서 무단 점거, 시설물 훼손운운하며 원상복구 및 민형사 조치 압박을 넣고 있다.

 

626, 현대차 아산공장 현장에 경찰 30여 명이 침탈, 현장투쟁 중이던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을 연행했다. 현장 안에 경찰투입은 공장 설립 이래 최초 사례라고 한다.

 

629, 트럼프가 방한한다는 이유로 전교조, 공무원 등 청와대 앞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631, 자회사를 앞세운 껍데기 정규직화를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 1,500명이 일거에 해고됐다. 청와대는 도로공사도 정부이고 이 해고는 노동자들 스스로 선택한 거라며 망언을 쏟아냈다.

 

71일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을 만난 자유한국당 나경원은 최저임금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박영선의 인사청문회 발언을 상기시키며 너무 반가웠다고 칭찬했다.

 

73일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앞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에 일방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상생의 메커니즘을 갖추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주장했다.

 

74일 조정식 더민주 정책위원회 의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 과로사로 목숨을 잃어가는 집배원 노동자들의 파업을 앞두고 불편과 혼란을 야기하는 단체행동을 중단하라며 민주노총을 비난했다.(자유한국당의 파업 비방 논평과 뭐가 다른가.)

 

박근혜 정부 2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졌을 일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말과 행동이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에 반발하며 그러면 박근혜 시절로 돌아가자는 거냐라고 항변한다. 박근혜 시절로 돌아갈 것도 없다. 문재인 정부 자신이 박근혜 정부 2정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민주당이 한사코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종용한 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자유한국당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한국당을 향해 노동관계법 등 각종 민생법안”, “민생과 개혁입법을 함께 논의하자고 재촉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마음이 급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4개월 연속 경기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미친 영향에 이어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뒤따르면서 이런 추세가 심화될 전망이다.(첨부자료 참조)

 

자본주의를 잘 관리, 보호하는 게 근본 전망인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결국 역대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자본가 살리기에 온 힘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 따라 정도와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뿐, 자본가 살리기라는 기본 방향에서 차이가 없는 자유한국당과 최대한 빨리 협력하는 게 그들에게 절실한 과제로 다가온 것이다.

 

그런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꾸준하게 국회의 문은 열려 있으니 어서 돌아와서 함께 일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에 대한 탄압조치를 실행함으로써 자유한국당에게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안겨주는 게 필요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민주당 문재인 정부가 보여주는 박근혜 정부 2현상이다. ‘지금은 민주당 정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은 이 과정을 촉진하는 것이기도 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민주당 밀어주기 정치와 단절하자

 

더 이상 문재인 정부에게 뭔가 기대할 수 없다는 걸 느낀 노동자들은 단호한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주총장 점거농성을 불사하며 당당한 투쟁의 힘을 보여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정당하게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 73일 공공부문 총파업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렇다.

 

하지만 민주노총으로 모여 있는 조직 노동자들 다수가 민주당 밀어주기 정치와 확실하게 단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의 가슴 속에는 그래도 민주당이 자유한국당보다는 낫지’, ‘박근혜 시절로 돌아갈 순 없잖아하는 환상이 남아 있다. 이 환상을 걷어내지 않는 한, 노동자운동은 거듭 민주당 정부의 디딤돌 역할로 남아 있을 것이고, 민주당 정권은 그런 노동자운동의 등짝을 밟고 서서 자유한국당과 함께 노동개악을 추진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집 나간 자유한국당은 돌아와서 일 좀 해라라는 민주당 식 구호의 결말이다. 민주당 밀어주기 정치는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노동자운동의 목을 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다른 길이 있다.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민주당과도 단절하고, 문재인 정부에 어떠한 신뢰도 주지 않으며 독립적인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의 길이다. 이 노동자투쟁이 더 멀리 뻗어나가면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일체의 자본가정당들로부터 단절할 수 있게 하는 것, 집단적인 투쟁 속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체의 환상을 씻어내는 것, 이것이 새로운 노동자정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첨부자료] KDI에서 20196월에 발표한 <경제동향 주요지표> 일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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