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현장

1,500명 집단해고, 그러나 불꽃처럼 투쟁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 - 인간 이하 강요하는 비정규직 제도에 맞서 인간의 존엄을 외치다

페이지 정보

이용덕 조회 7,817회 2019-07-02 09:57

첨부파일

본문

 

이 살아 있는 투쟁과 공공부문 총파업, 현대중공업 투쟁을 연결시키자.(사진_노해투)

 

 

인간 이하

 

설사 아니면 화장실 금지.’ 실제로 북여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에게 강요됐던 지침이다. 노동자들은 보통 2시간 일하고 20~30분 쉰다. 그 시간에 동전도 바꿔야 하고, 식사도 해결해야 한다. 여성 노동자들은 생리가 심할 때 특히 힘들었다고 얘기했다. ‘설사 아니면 화장실 금지수준이니 그 고통이 얼마나 컸겠는가?

 

다시 한 번 요금수납원들의 노동조건을 떠올려 보자.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똑바로 가만히 앉아 8시간 있기도 힘든데, 이 노동자들은 몸과 팔을 비틀고 8시간 일을 해야 한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고객들의 온갖 성희롱까지 참으면서 말이다.

 

도로공사와 용역업체들은 정말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했다. 그들은 왕처럼 군림했다.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은 대부분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중년의 여성 노동자들이다. 장애인도 많다. 해고에 대한 두려움은 컸다. 저들은 1~2년마다, 심지어 몇 개월마다 재계약해야 하는 노동자의 불안한 처지를 철저히 이용했다.

 

최저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근로계약서도 제대로 쓰지 않았다. 번호표 식별이 안 되는 차가 통행료를 안 내고 지나가면 그 통행료까지 노동자에게 뒤집어 씌웠다. 현금이 부족하면 노동자가 메우게 했다. 이런 착취와 억압의 토대 위에서 도로공사는 영업이익 9,414억 원(2018년 기준)을 거둬들였고, 수의계약으로 영업소 운영권을 받은 도로공사 고위 퇴직자들도 매년 수억 원을 챙겨갔다.

 

어떤 노동자는 비굴하게 목숨을 연명했다는 표현까지 썼다. 노동자들은 잘릴 게 두려워 용역업체 사장이나 관리자들에게 밥까지 해 먹이고 상품권을 상납하기도 했다. 전국 수백 개 영업소에 흩어져 있고 서로 다른 용역업체에 고용돼 있기 때문에 단결도 쉽지 않았다. 인간 이하의 노동조건 강요와 단결의 봉쇄, 바로 자본가들이 비정규직 제도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억눌려 있던 분노는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다. 한 번 계기가 찾아오자 수많은 노동자가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불꽃같은 열정으로 투쟁하고 있다. 어제는 청와대 진입투쟁을 진행했고, 16명이나 병원에 실려 갔다.

 

자회사라는 가짜 정규직화를 넘어

 

도로공사는 자회사를 받아들인 노동자들에게 인센티브 명목으로 백만 원을 지급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자회사로 간 노동자들의 불만을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속보이는 행동은 자본의 비열함과 자회사의 기만성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1인당 백만 원이라는 돈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돈이며, 누구 마음대로 지급을 결정하는가? 그 알량한 인센티브 지급도 도로공사가 한다. 자회사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71일 출범한 자회사는 노동자들의 근무복 하나도 바꾸지 못했다. 그러면서 3개월, 6개월짜리 계약직 노동자를 뽑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회사의 사례를 알아보기도 했다. 630일 만난 서산톨게이트 한 평조합원은 인천공항공사도 자회사 한다고 들었는데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고 들었다면서, 자회사 돼서 노동조건이 제대로 나아진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서로 영향을 받는다.

 

원래 비정규직? 정규직화 불가 업종? 그런 게 어디 있는가?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은 이명박 정부 때 외주화로 직접고용에서 밀려 났을 뿐이다. 법원조차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도로공사가 모든 걸 지시했기 때문이다. 직접고용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데 직접고용 대신 덩치 큰 하청회사일 뿐인 자회사를 선택하라고 강요한 후, 이를 거부하면 해고라니. 이건 날강도보다 더한 협박 아닌가?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실체를 대낮처럼 훤하게 드러냈다. 공공기관인 도로공사가 막가파식으로 해고를 밀어붙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문재인 정부가 가짜 정규직화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허울뿐인 정규직화 1,500명 집단해고 청와대가 책임져라!’ 바로 이게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이 내건 현수막이다.

 


630일 서울톨게이트에서 진행된 결의대회와 투쟁문화제(사진_노해투)

 

 

인간의 존엄

 

노동자들이 스스로 해고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치열하게 싸울 수 있는 이유는 불법파견을 인정받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법원판결이 일종의 지렛대 역할을 한 건 틀림없지만 앞에서 얘기했듯 억눌려 있던 분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이제 인간 이하의 노동조건을 거부하기로 결심했다. 노동자들은 빼앗긴 인간의 존엄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 2천만 노동자 중에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처럼 너무나 열악한 현실을 참고 견디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투쟁의 기회가 생기기를 기다리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노동자의 삶은 바뀌지 않았고 사회변혁의 가연성 재료는 켜켜이 쌓여 있다. 노동자들의 억눌려 있는 분노가 하나로 모여 폭발했을 때 이 사회가 단 1초라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겠는가?

 

정부와 자본가들이 인간의 존엄과 사회변혁의 가능성을 맘에 들어 할 리 없다. 아무리 오래, 아무리 힘들게 일하면서 사회에 기여했어도 그들에게 노동자란 소모품 아닌가? 가난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고용안정, 노동조건 개선보다는 비정규직 제도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따라서 정부와 도로공사가 지금 당장 노동자의 요구를 온전하게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동자의 힘찬 단결과 연대로 정부와 도로공사를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

 

지금 당장 지지와 연대를!

 

지금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은 민주노총 총파업의 중심에 서 있다. 비록 숫자는 몇 천, 몇 만이 아니지만 이들의 요구와 결의가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망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헌신적인 투쟁이 수많은 노동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톨게이트 노동자투쟁 지원 요청 공문을 산하조직에 내려 보냈다. 청와대 농성장 지지 방문, 지지 현수막 부착, 농성물품 지원, 성명서 조직 등을 하자는 내용이다. 지침으로 조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이 투쟁을 널리 알리자. 공공부문 20만 파업대오에게도 알리고 각 현장의 노동자들에게도 알리자


지침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거나 누가 대신 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자발적인 연대행동을 시작하자. 그리고 이 살아 있는 투쟁과 공공부문 총파업, 현대중공업 투쟁을 연결시키자. 문재인 정부에 맞선 투쟁을 확대하자. 비정규직 철폐의 꿈을 키워가자. 노동자들의 지옥 같은 삶을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차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이라면 충분히 승리할 자격이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이 달려 있다. 힘차게 연대하자!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게시물 검색
로그인
노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