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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 트랜스젠더 동료를 지키기 위해 파업에 나섰던 노동자들이 마침내 공장점거로까지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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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탁영 조회 47,150회 2019-06-2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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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시위에 나선 마디그라프 노동자들

 

 

좌파들은 노동자의 요구를 위해 싸워야 하는가 아니면 트랜스젠더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하는가? 우리는 노동자 중심성을 지향해야 하는가 아니면 차별 없는 다양성을 지향해야 하는가


이런 투쟁들은 종종 상호 배타적인 것처럼 제기된다. 하지만 모두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 그것이 곧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위한 투쟁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아르헨티나 공장의 사례가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북쪽의 도널리 공장은 아르헨티나 최대의 인쇄공장으로, 전 세계 주문고객들을 위한 고품질의 잡지를 제작하고 있다. 2014812, 노동자들이 인쇄소를 접수했다. 이후 그들은 자체 관리 하에 생산을 계속하면서 낡은 공장을 마디그라프(Madygraf)라는 협동조합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점거는 공장 노동자 400명 중 123명을 해고하겠다는 경영진의 계획에 반발한 것이다. 그러나 이게 가능했던 건 노동자들의 오랜 조직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차별에 반대하며

 

그 과정의 중요한 발걸음의 하나로서 트랜스젠더 동료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있었다. 사장들은 인쇄기를 돌리는 작업에 남성만을 고용하는 성차별적인 정책을 취했다. 노동자 중에 트랜스젠더 여성이 있었는데, 그녀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남성복장을 입어야 했다


이것은 경제적 절박함에 떠밀린 트랜스젠더들이 살아가는 데 충분한 생계비를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 정체성을 표현할 권리를 보장받을 건가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를 보여준다.

 

그녀가 처음으로 평소 옷차림으로 출근하자 사장들은 반발했다. 그들은 그녀가 (사무직 노동자들을 위해 마련된) 여자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려 했고, 남성들과 같은 탈의실을 쓰도록 강요했다.

 

노동자위원회는 행동에 나섰다. 총회에서 LGBTI(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동료의 권리를 지지하는 데 표를 던졌다


도널리 공장에는 여성을 위한 탈의실이나 화장실이 없었다. 그래서 노동자위원회는 그것들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그들은 트랜스젠더 노동자가 여성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대부분의 남성이 마초적인 것으로 정평이 난 이 나라에서 남성 노동자들이 어째서 트랜스젠더들의 권리의 기치를 올렸을까? 이는 신시아 아루사가 생생하게 묘사한 2011년 공장 내 여성위원회 구성과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여성위원회 자체는 일찌감치 이뤄진 정치적 작업의 산물이었다.

 

원칙을 지키는 운동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인 안드레아 다트리가 유럽에서 연설하며 지적했듯이, “마디그라프 노동자들의 사례는 수많은 학술 논문의 주제가 돼 왔다. 그러나 이들 논문의 대부분은 공장점거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간단한 진실이 있는데, 이 투쟁이 트로츠키주의자들에 의해 주도됐다는 점이다.”

 

트로츠키주의 정당인 사회주의노동자당(PTS)은 다년간 도널리 공장에서 활동을 펼쳐 왔다. 그들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반관료주의적이고 계급투쟁적인 흐름을 만들어냈으며, 노동자위원회에서 다수를 차지했다. 그들은 노동자계급의 독립성, 노동자 민주주의, 페미니즘의 원칙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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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그라프 노동자들이 공장 안에서 총회를 여는 모습

 

 

트로츠키주의자들과의 수년간의 논의를 통해, 많은 도널리 공장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선 모든 종류의 억압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트랜스젠더의 권리라는 사안에서 노동자들이 사장들에게 승리함으로써, 노동자들은 자신의 힘에 대해 자신감을 얻었을 뿐 아니라 단체행동의 필요성도 이해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단결이 강화됐고, 이후 벌어질 대량 해고에 맞선 투쟁의 준비도 이뤄졌다. 일부 노동자들이 겪는 특정한 억압에 맞서 싸우는 게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는 건 아니다. 정반대다. 억압이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고, 억압에 대항하는 투쟁은 우리를 단결시킨다.

 

일체의 억압에 맞서면서 단결을 강화한다

 

오늘날 사회주의 좌파에 대한 논쟁은 흔히 마치 좌파들이 노동자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과 트랜스젠더로서 억압을 당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거냐 저거냐라는 식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노동자들이 억압에 대항한 모든 투쟁에 앞장설 때, 사장들에 대항해서도 효과적으로 똘똘 뭉칠 수 있다. 진정한 단결은 동등한 권리라는 기초 위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현재 마디그라프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과 더 높은 임금 그리고 지속적인 고용안정을 누린다. 마디그라프 총회 결정에 따라 여성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많은 주부들이 이제는 노동에 참여해 이전 소유주의 성차별적 고용정책을 폐지했다. 공장은 이제 무상보육을 제공한다. 여성위원회는 현재 아르헨티나 낙태권운동의 선봉에 서 있다.

 

무엇보다 마디그라프 노동자들은 지금 민주적 총회를 통해 그들의 일터를 통제하고 있다. 그들은 공장 여기저기에서 다른 직무로 순환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 그렇다고 상황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것은 항상 어렵지만,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통제 하에 몰수를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가 공장 자금 조달의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현재, 이 협동조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축제 같은 문화 활동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전적으로 다수의 남성 노동자들이 트랜스젠더 동료를 지켜내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문

https://www.leftvoice.org/when-workers-went-on-strike-to-defend-a-trans-colleague-and-ended-up-occupying-their-fa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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