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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우리는 홍콩 시위대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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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6,672회 2019-06-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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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는 전쟁을 벌이듯 시위 진압에 나섰다.

 


이른바 범죄인 인도법안 추진을 계기로 불붙은 홍콩의 시위 규모가 지난 9100만 명, 16150만 명을 기록하며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홍콩 정부는 마치 한국의 독재정권이 광주 시민들을 폭도라고 불렀던 것처럼 이번 시위에 나온 사람들을 폭도라고 부르며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곤봉, 최루탄, 최루액, 고무총탄이 동원돼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고, 사망자까지 나왔다.

 

강경 친중파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시위에 나온 사람들을 향해 떼를 쓰는 아이라며 얕잡아 봤다. ‘떼법운운하며 투쟁하는 노동자를 비방하는 한국의 지배자들과 꼭 닮았다. 그리고 이제 홍콩의 시위 현장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

 

홍콩 정부를 한 발 물러나게 하다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폭력을 휘둘렀던 자들에게 홍콩 시위대는 멋지게 한 방 날렸다. 놀라운 속도와 범위로 투쟁이 확산되자 홍콩 정부는 멈칫거렸다. 612일로 예정돼 있던 법안심사가 연기됐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범죄인 인도법안 추진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자기 세력권에서 갈등이 번져나가는 걸 피하려 한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하더라도, 대대적인 투쟁이 없었다면 이런 후퇴를 강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발표 이후에도 시위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16일로 예정됐던 시위는 그대로 강행됐고, 참가자는 150만 명 안팎(주최 측 추산 2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시위에 참가한 한 고등학생은 홍콩 정부의 보류발표에 대해 손에 칼을 쥔 채 지금은 너를 죽이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범죄인 인도법안 추진 보류가 아니라 완전한 폐기를 요구했으며, 이런 상황을 초래한 캐리 람 행정장관 퇴진까지 요구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홍콩의 시위대.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를 위한 투쟁

 

범죄인 인도법안 자체로만 보면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 법안이 도입되면 통상적인 의미의 범죄인뿐만 아니라 중국 지배계급을 비판하거나 체제에 맞서 투쟁하는 사람들이 언제든 중국 본토로 끌려갈 수 있게 된다. 이미 지금도 홍콩에서 중국 권력자들을 비판하는 책을 내던 사람들이 중국에 잠시 들렀다 납치되거나, 심지어 홍콩에 거주하던 중 납치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범죄인 인도법안은 이런 행위를 합법화해주는 장치다.

 

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는 정당한 기본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노동자와 학생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 감금되고 생사를 알 수 없게 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지난해 용접기계를 제작하는 제이식 공장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세우기 위해 투쟁하다 공장에서 쫓겨난 뒤, 이들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의 연대행동이 쇄도했다. 그러자 중국 지배계급은 이 연대행동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활동가들을 어디론가 납치했고 그 중 일부는 여전히 풀려나지 않은 상태다.

 

한국 노동자들과 학생들도 부지기수로 그런 일을 당해왔다. 민주노조를 세우고 지키려 했던 노동자들,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던 학생들이 어디론가 끌려가고, 의문사당하고, 식칼테러에 희생됐다. 모두가 그런 압제에 맞서 싸우진 못했을지라도, 특권집단이 아닌 한 그런 사회를 지지할 순 없었다. 이런 억압에 맞선 투쟁은 선두에 선 투사들을 지켜내고 민주주의 투쟁을 전진시키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홍콩 사람들 상당수가 시위에 나선 것도 이와 마찬가지의 역사적 의미를 지닐 것이다. 이번 시위는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서 마땅히 지지해야 한다.

 

위가 아니라 아래를 봐야

 

다른 한편 이 투쟁에 노동자, 민중만이 아니라 자신의 특권적 자유가 침해되는 걸 두려워 한 홍콩 자본가들과 기득권자들이 올라타려 한다는 점, 그리고 미국 같은 제국주의의 제왕이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개입한다는 점 때문에 홍콩의 민주주의 투쟁에 대한 지지를 꺼리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한국의 극우세력이 홍콩에서 벌어진 시위를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자신들의 투쟁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도 역겹기 짝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투쟁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대중의 에너지와 열망이다. 지금 당장엔 민주주의 요구를 중심으로 투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투쟁에 나오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볼품없는 저임금과 바윗덩어리 같은 주거비와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지금의 투쟁이 기세를 잃지 않고 전진해나가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불만의 근원이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투쟁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대중의 에너지와 열망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박근혜를 몰아내기 위해 촛불시위가 한창 타오르던 무렵, 자유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년들이 연단에 올라 국정농단뿐만 아니라 일자리도 없고 집도 없고 생활비도 부족한 고통스런 삶을 토로했다. 그 투쟁의 열매를 문재인 세력이 개입하고 낚아챘다고 해서 박근혜 퇴진운동 자체가, 그리고 그 운동에서 표출된 대중의 분노와 열망이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하진 않는다. 우리는 위가 아니라 아래를 보면서 이 투쟁의 의미와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과 나란히

 

홍콩 정부와 중국 정부는 투쟁에 나선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패배감을 안겨주려 애쓴다. 그 결과는 저쪽 지배자들(미 제국주의와 그 패거리) 대신 이쪽 지배자들(중국 지배계급)의 패권을 강화시켜주는 것에 불과하다. 미국과 중국을 오늘날 세계적인 제국주의 경쟁의 양대 축으로 바라보는 우리는 이쪽 주인과 저쪽 주인 사이에서 줄서기하게 만드는 노예의 정치를 거부한다.

 

지금 홍콩에서 벌어진 민주주의 투쟁은 그런 노예의 정치에서 탈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홍콩의 새로운 세대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고 더 원대한 정치적 전망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디딤돌로서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즉 이 민주주의 투쟁 과정에서 노동자의 자주적 조직이 움트고, 이 투쟁의 승리가 열어준 토대 위에서 혁명적 투쟁을 향한 노동자의 결의와 자신감이 전진하게 될 것이다.

 

그런 중대한 의미가 압살되지 않기를 희망해보자. 그리고 이를 위해 중국이나 미국 지배계급이 아니라, 투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노동자, 학생, 민중의 편에 나란히 서자. 그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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