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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승리하려면 어디로 나아가야 합니까?” -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뜨거운 의지와 치열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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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6,288회 2019-06-1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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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민여론이 관건이 아니고 현장의 힘, 파업의 힘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사진_현대중공업지부)

 

 

우리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법인분리 주주총회를 봉쇄하기 위해 한마음회관을 점거했을 때 젊은 노동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530일자 현대중공업 - 투쟁하는 젊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2주가 흐른 지금, 투쟁은 전진과 후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다시 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때 인터뷰하지 않았던 노동자도 새로 만났다.

 

현대중공업 투쟁은 정말 오랜만에 일어난 대규모 구조조정 반대투쟁이다. 문재인 정부 아래에선 사실상 처음이다. 오랫동안 관료적 후퇴를 거듭한 대공장 정규직운동이 혁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원하청 공동투쟁의 가능성이 움터 나오고 있다. 투쟁의 무게를 생각하며 치열하게 실천하고 고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지난 한마음회관 점거와 주주총회 봉쇄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평가가 궁금하다.

 

: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모두 열심히 싸웠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주주총회 장소를 옮기고 도둑놈처럼 그렇게 한 거는 우리가 잘 싸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우리가 진 싸움이 아니다.

 

: 조합원들의 평가는 상당히 좋다. 작년부터 한마음회관 점거 전까지는 지부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었다. 2018년 투쟁에서 집행부가 수시로 투쟁을 가로막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불신은 임단협 부결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엔 반응이 좋았다. 믿음이 생겼다.

 

: 연대의 힘을 느꼈다. 우리는 용역깡패의 침탈을 생각했다. 긴장했다. 전국에서 노동자들이 달려왔기 때문에 안도감도 느꼈고 안정감을 찾았다. 총회 장소로 불같이 달려가 싸울 수 있었다. 그 투쟁 덕분에 아직까지도 파업대오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힘들수록 연대투쟁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점거투쟁 후 2주가 흘렀다. 지금 상황과 쟁점은 무엇인가?

 

: 당장 다음주엔 월요일(17) 쟁대위 2시간 파업 외에 파업계획이 없다. 목요일 4시간 파업과 원하청 결의대회가 있다. 조합원들은 상당히 난해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왜 파업수위를 낮추는가?

 

: 주주총회 봉쇄투쟁 끝나고 그다음 첫 주까지는 현장파업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밖에서의 일정을 많이 잡고 있다. 조합원들은 여기에 문제의식이 많다. 지금 동구 주민들과 울산 시민들의 여론은 노동자 편이다. 지금은 시민여론이 관건이 아니고 현장의 힘, 파업의 힘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란 얘기다.

 

: 어제 시청까지의 18km 행진은, 행진까지는 좋았는데 송철호(울산시장)를 만나 자꾸 대화, 협상으로 풀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송철호나 정부에게 해결을 촉구한다는 명분 아래 파업 수위를 낮추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월요일부터 청와대 상경투쟁이 있다고 하는데, 정치권에 기대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그들은 노동자 편이 아니다. 숱하게 겪어봤지만 노동자계급의 힘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 여기서 밀리면 고소고발, 징계·해고, 손해배상 끝도 없다. 대량 고소고발은 이미 시작됐다. 민주노조가 죽고 사느냐의 문제다. 지금 여러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기는 하지만 조합원들은 의지는 분명히 살아 있다. 조합원은 어차피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한다고 한다.

 

지부가 하청 조직화를 선언했다. 지부장이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질적인 행동이 없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 하청 조직화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오랜 침묵과 회피 때문에 어렵다. 반대로 이 어려운 과제에 도전해야 승리할 수 있다. 도전할 수 있다. 하청 노동자들이 딱 봤을 때 정규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싸운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하청에서 또 체불임금 문제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문제가 잘 부각이 안 되고 있다. 노조 소식지에도 잘 안 나오고.

 

: 말로는 하청을 조직해야 한다, 다음주에 하청하고 같이 집회를 한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게 진짜 되려면 하청 사람들을 자꾸 만나는 쪽으로 전술을 써야 한다. 전기를 끊어 잠깐이라도 공장을 세우고 그랬는데 하청 노동자들이 이런 모습을 본다. 최소한 그 정도라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전무하다시피 하니까 .

 

: 앞전에 현장에서 전기를 내리면서 작업을 중단시킨 적이 있다. 현장순회만 하고 빠져나오는 게 아니라 일정한 간격에 따라 노동자들이 앉아서 버텼다. 일종의 부분점거. 방법은 좋았다. 하청 노동자들이 그 시간에 쉬고 있었는데, 하청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뭔가 하는 게 없었다. 집단행동을 하지 못했다. 다음엔 그걸 제안하고 함께 해야 한다. 행진이든 뭐든.

 

파업의 위력을 키우기 위한 고민이 치열하다.

 

: 노동자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현장을 장악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 의지를 살려야 한다. 지금 우리는 물류 흐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지단도 노력하고 있다. 크레인은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데 크레인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다.

 

: 아침에 대의원들이 집회를 하면서 봉쇄하니까 조합원들 호응이 좋았다. 막혀서 일 못했다는 빌미가 있으니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했다. 지부가 계속 파업지침을 내려야 이런 시도를 확장할 수 있다.

 

: 그런 투쟁은 반드시 필요하고 확대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조선업 자체가 원청이 파업해도 일은 돌아간다. 그런 면이 답답하다. 하루라도 빨리 방법을 강구해서 현장을 더 조직해야 한다. 하청을 조직해야 한다.

 

: 생산에 타격을 주면서 하청 조직화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바깥으로 힘을 빼지 말고. 현장에서 대규모 천막이라도 치고. 지단별로 알아서 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지부가 전체 파업계획을 세워야 한다. 어용대의원이 많은 지단은 지단별로 알아서만 하라고 하면 쉽지가 않다. 조직력이 강한 지단이 조직력이 약한 지단을 쳐주는 방법도 꼭 써야 한다.

 

다른 하고 싶은 얘기는? 전망에 대한 고민은?

 

: 승리하려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정말 토론이 필요하다. 솔직하게 얘기하겠다. 힘든 투쟁인 것 맞다. 하지만 지금은 힘들더라도 파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때가 아니라 유지하고 확대해야 한다.

 

: 사측은 불법파업 운운하며 견책, 경고를 퍼붓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월차를 쓰고 파업에 참석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결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 전망이 필요하다. 하청 조직화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조직력이 있는 1, 2, 6분과 파업대오가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적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한 곳만 뚫리면 확산되는 건 시간문제다.

 

: 집행부가 조합비 문제를 걱정하는지 모르겠는데, 파업지침수행비 지급이 중단되면 조합원들이 안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파업지침수행비 때문에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게 아니다. 제 주위 조합원들은 조합비를 올리려면 빨리 올리든, 아니면 파업지침수행비 지급 중단하라고 얘기한다. 법인분할 자체가 노조 조직력 약화, 노조말살 목적이 깔려 있다. 조합비가 중요하지 않다. 수행비가 중요하지 않다. 다 털어넣더라도 막아야 한다. 당장 조합원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조합원을 믿고 투쟁해야 한다. 그것만 명확하면 된다.

 

: 법인분할 이후 대우조선 합병과정에서 얼마나 거대한 공격이 다가올 것인지 조합원들에게 알려야 한다. 중복·과잉부분 구조조정이란 명목아래 설비축소, 도크장 폐쇄, 인력감축 공격이 펼쳐질 게 확실하다.

 

: 소송을 믿고 기다렸다가는 그야말로 큰 코 다친다. 그거 신경 쓰면 제대로 된 파업도 못하고, 하청 조직화도 못하고 쪼그라든다. 지난 번 <인사저널>에서 79명 징계를 얘기했다. 우리의 기세가 꺾이면 자본의 융단폭격이 시작될 거다. 모든 걸 건 투쟁이라 봐야 한다. 이런 투쟁의 기회가 언제 또 오겠는가? 기세가 있을 때 투쟁과 연대를 확산시켜야 한다.

 

: 문재인 정부 또한 우리 편이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울산대체육관 틀어막은 게 누구였나. 국민연금의 물적분할 찬성만 보더라도 문재인 정부는 우리 편이 아니다. 정치권에 기대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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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현대중공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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