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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현중투쟁: 파업대오 힘으로 하청 노동자 대규모 집단행동 끌어내야 돌파구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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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울산노동자배움터 조회 6,207회 2019-06-1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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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시청까지(사진_현대중공업지부) 

 

 

시청까지 18km를 행진한 현중 파업대오

 

614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3천 파업대오가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시청까지 18km를 행진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32년 만에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남목고개를 걸어서 넘었다.

 

5.31 도둑 주총에도 굴하지 않고, 지난 2주 동안 법인분할 무효화를 외치며 힘차게 이어온 현중 노동자들의 파업 열기가 울산의 거리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지난 세월 자본의 구조조정에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던 노동자들이 더 이상 아니었다. 또 다른 구조조정, 고용불안, 임금삭감, 노조무력화로 이어질 법인분할 만큼은 결단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현중 노동자들의 강렬한 투지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러나 이날의 행진은 낙관적인 분위기만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파업대오의 거침없는 행동으로 생산을 실제 멈춰 세우는 부분파업이 지난 2주 동안 힘차게 이어져 왔지만, 법인분할 무효화투쟁은 뚜렷한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아직은 파업동력이 살아있지만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사측과 정부는 파업대오를 자극하지 않으려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여차하면 징계와 탄압의 광포한 칼날을 휘두를 틈만 엿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참으로 잘 싸워왔다. 하지만 이제 법인분할 무효화투쟁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아직은 힘찬 에너지를 갖고 있으나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찾지 못한 막막함과 고뇌가 이날의 행진 속에 함께 담겨 있었다.

 

정부가 나서길 촉구할 것인가? 강력한 대정부투쟁에 나설 것인가?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문제,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14일 행진을 알리기 위해 현중지부가 낸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그래서 현중지부는 긴 행진 끝에 도착한 시청에서 송철호 울산시장과 면담을 추진했고, 17일부터는 청와대 앞 농성을 위해 일부 대오를 파견하기로 했다. 현중지부가 추진 중인 한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중지부가 정부에게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 데는, 촛불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그래도 현중 노동자의 억울함을 이해해주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깔려 있다. 특히 삭발까지 한송철호 시장이 뭔가 좀 더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바람이 깔려 있다.

 

그러나 현중지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듯이, 현중 법인분할사태는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산업은행과의 합의에서부터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장은 주총도 열리기 전에 유럽 각국을 순방하며 기업결합 심사의 원만한 통과를 위한 사전작업에 나섰다. 현중 자본이 330초짜리 도둑주총을 끝낼 수 있도록 결정적으로 도운 것은 울산대 체육관을 봉쇄한 경찰병력이었다.

 

이런 사실들이 말하는 바는 간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현중 자본과 더불어 법인분할사태를 기획하고 실행했으며 후속조치까지 주도면밀하게 추진해온 또 하나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전체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을 찬탈한 또 하나의 자본가정부임을 노동자들은 수많은 사건 속에서 거듭거듭 확인해왔기 때문이다.

 

삭발까지 했다는 송철호 시장의 행보도 지극히 기만적이다. 모두 알다시피 그는 법인분할 자체를 반대하지 않으며,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울산 존치를 주장할 뿐이다. 한국조선해양 본사가 울산에 남으면 뭐가 달라지는가? 지금 송철호 시장의 행보란 현중 법인분할에서 비롯된 노동자의 거대한 분노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정면으로 겨냥하지 않게 하려고 거짓 생색을 내는 물타기 사기극에 다름 아니다.

 

현중지부는 “2017년 법인분할 이후 알짜회사 모두 빼돌린 뒤 구조조정과 배당잔치를 벌인 정몽준 총수일가의 파렴치한 행위가 중단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적으로 동의하고 지지한다. 그런데 정몽준 총수일가의 파렴치한 행위가 법인분할과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더 크게 계속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게 바로 문재인 정부다.

 

또 하나. 저들의 파렴치한 행위는 중단시킬 뿐만 아니라 준엄하게 단죄해야 한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2016~17년 촛불항쟁으로 타오른 거대한 민중의 분노는 이재용과 박근혜를 구속시켰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현중 법인분할과 대우조선 인수를 지원하며 현중 재벌 3세 승계를 옹호하는 행위는 박근혜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지원하며 삼성 재벌 3세 승계를 옹호한 것과 본질적으로 얼마나 다른가?

 

정몽준 총수일가와 문재인 정부에게 준엄히 책임을 묻는 노동자, 민중의 거대한 항쟁 또한 얼마든지 불타오를 수 있다. 그 출발점은 현중지부가 법인분할사태를 낳은 또 하나의 주범으로 문재인 정부를 단호히 규정하고 그 책임을 묻는 강력한 대정부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 조직화가 해답: 가슴을 뒤흔드는 대규모 집단행동을 조직하자

 

하청 노동자의 운명바꿀 수 있도록 엄호하겠습니다.” 현중지부가 발행하는 중앙쟁대위 유인물 <결사항전>12일자 1면 제목이다. 현중지부가 하청 노동자 조직화에 대대적으로 나서겠다는 이 선언은 11일 하청지회와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먼저 공표됐다. 현중지부는 하청 노동자 조직화의 흐름을 20일 원하청 공동집회와 26일 전국노동자대회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중지부가 추진 중인 또 하나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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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 파업대오의 힘으로 대대적인 하청 노동자 조직화에 나서자! (사진_현대중공업지부) 

 

 

현중지부가 앞장서서 하청 노동자를 대대적으로 조직하는 것, 바로 그것이야말로 현장 작업자 가운데 하청이 훨씬 많은 오늘의 현실에서 조선소를 완전히 멈춰 세울 수 있고 따라서 사측을 굴복시킬 수 있는 유일하고도 획기적인 방안이다. 그리고 현대중공업에서 시작된 원하청 공동투쟁의 태풍이 전국의 모든 현장을 휩쓸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김으로써 정부 또한 굴복시킬 수 있는 위력적인 방안이다.

 

만일 그런 투쟁 앞에서 사측과 정부가 굴복하지 않고 도리어 도발한다면, 현중 노동자의 원하청 공동투쟁이 전국 노동자들 속에 불러일으킬 거대한 감동은 지축을 뒤흔드는 역사적인 총파업으로 전환돼 온 나라를 집어삼킬 것이다. 1990년 현대중공업 골리앗파업에 대한 공권력 침탈이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전국총파업을 불러일으켰던 그 역사적 경험이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얼마든지 재현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목소리가 있다. “하청 노동자 누구나 가슴 속에 큰 응어리를 갖고 산다. 그러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떨쳐나설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저 두려워한다. 한 번만 어떤 계기가 주어진다면 그다음부터는 막 나갈 수 있을 텐데, 그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14일 저녁에 열린, 체불임금투쟁 속에서 만들어진 현중 하청 노동자 카톡방 <하청다함께>100일 기념 전체모임에서 어느 하청 노동자가 쏟아낸 말이다.

 

비슷한 말들이 여러 방식으로 이어졌다. “하청노동자는 어릴 때부터 자기를 옥죄었던 쇠사슬에 짓눌려 힘이 세진 뒤에도 그 쇠사슬을 깨부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어른 코끼리와 비슷하다. 자기 힘을 깨닫는다면, 그리고 쇠사슬을 깨부순다면 얼마든지 자유를 찾을 수 있는데 말이다.”

 

하청 노동자들이 쏟아낸 이런 절절한 말들은 어떻게 해야 하청 노동자의 대규모 조직화가 가능할지, 반대로 어떻게 하면 실패할지를 말해준다. ‘현중지부 간부들이 출근시간에 하청 노동자들을 찾아가서 조직화 방침 설명회를 하고 가입을 유도한다. 그렇게 해서 상당수의 하청 노동자가 가입하면 하청 자본에 교섭을 요구하고 찬반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을 진행한다.’ 간단히 말해서, 이런 밋밋한 방식으로는 하청 노동자 대규모 조직화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런 방식으론 출발부터 실패할 것이다. 단지 설명회를 듣고 가입을 결단할 하청 노동자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하청 노동자들의 가슴이 두근두근 마치 터져나가기라도 할 것처럼 뛰게 하는 그런 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거친 숨결을 주고받으며 불끈 쥔 주먹을 함께 치켜 올릴 수 있어야 한다. 하청 노동자들을 짓누르고 있는 모든 두려움과 망설임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평소라면 그런 방법은 없다. 그러나 지금은 3천의 막강한 정규직 파업대오가 있다.

 

현장을 멈춰 세운 수백 수천의 정규직 파업대오가 한 영역의 하청 노동자들에게 다가가 지금 당장 함께 일어서서 이 조선소를 송두리째 바꿔내자고 호소하고 선동해야 한다. 소수지만 하청지회 간부와 조합원들이 그 전면에 나서야 한다. 수백 수천의 정규직 파업대오가 수백의 하청 노동자와 함께 공장 안을 행진하고 그 대오가 다시 다음 영역으로 다가가 또 다른 수백의 하청 노동자를 행진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렇게 정규직 파업대오를 중심으로 하청 노동자를 눈덩이 불리듯 합류시키며 공장 안을 휩쓸고 다니는 거대한 행진을 벌여야 한다. 그런 행진을 다음날 또 다음날 두 번 세 번 되풀이하고 나면, 이제 2만 하청 노동자 속에서 스스로 더 힘차게 행진에 나서려는 분위기가 강력하게 형성되지 않겠는가! 또한 그쯤 되면 이제 노동조합 집단가입은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하청 노동자들이 대규모 집단행동의 첫 발을 떼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그다음은 하청 노동자 스스로가 그동안 켜켜이 억눌렸던 분노를 해일처럼 터뜨리며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거대한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승리하는 길로, 위대한 도약으로 단호하게 전진하자!

 

만일 법인분할 무효화투쟁을 법적 소송 중심으로 사고한다면 하염없는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파업수위를 낮추게 되면 파업열기가 식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곧바로 자본의 야수 같은 탄압이 시작될 것이다. 현장의 많은 동지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이것은 패배로 가는 길이다.

 

법인분할 무효화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길은 파업의 힘을 가장 강력하게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3천의 정규직 파업대오가 하청 노동자의 대규모 집단행동을 끌어내기 위해 가장 대담하게 나아갈 수 있느냐에 법인분할 무효화투쟁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하청 노동자의 대대적인 조직화를 실현해내고 이를 통해 조선소를 완전히 멈춰 세운다면, 법인분할 무효화투쟁은 결정적인 승기를 잡을 수 있다. 하청 노동자의 가슴 속 켜켜이 쌓인 응어리를 풀어낼 결정적인 기회도 만들 수 있다.

 

정규직 파업대오의 힘으로 하청 노동자의 대규모 집단행동을 끌어낸다는 것은, 그래서 대규모로 조직된 하청 노동자들이 위력적인 파업을 전개해낸다는 것은, 또한 그럼으로써 원하청 노동자 공동파업을 조직해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위대한 도약이다. 그 자체로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최대 사건이다.

 

이 위대한 도약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설프고 우유부단한 태도로도 결코 이루어낼 수 없다. 오직 이 길밖에 없다는 확신, 반드시 이루어내겠다는 확고한 의지, 거침없는 대중의 물결을 타고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곳까지 끝도 없이 나아갈 역동적인 태세를 갖춘 진정한 투사들만이 뚫어낼 수 있는 길이다. 정규직과 하청을 막론하고 현대중공업의 모든 노동자투사들이 스스로의 의지와 실천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이 시대 한국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희망을 일구어내길 간절히 기대하면서 가장 뜨거운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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