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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피디 최승호가 MBC 사장 최승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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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7,341회 2019-06-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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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22일 광화문광장에서 해고 항의 기자회견을 연 계약직 아나운서들

 

 

안타까운 건 그러한 퇴보의 주체들이 모두 MBC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김재철 사장, 그 측근들, 하수인들이, 후배들을 잘라내는 인간 백정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다른 데서 날아 들어온 사람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같이 MBC에서 일한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한솥밥을 먹고, 같이 일하고, 이야기하고, 술 마시고, 한때는 노조운동도 함께했던 사람들이란 말이죠. 이 사람들이 지금까지 벌여온 일들을 보면, 인간에 대한 회의도 느끼지만 동시에 그동안에 지속돼온 우리 내부의 한계와 모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최승호,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 뉴스타파 최승호 피디의 한국언론 이야기>, 철수와 영희, 19)

 

해고자 시절 최승호 피디는 이렇게 얘기했다. 마치 MBC 피디 최승호가 MBC 사장 최승호에게 하는 말처럼 보인다. 지금 최승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후배들을 잘라내는 인간 백정 노릇이란 표현을 후회하고 있을까?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을까? “서 있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라는 송곳의 대사를 떠올리고 있을까?

 

우리는 건물 안에

 

최근 언론에 나온 별도의 방사진은 충격적이었다. MBC는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을 치졸하고 비열하게 괴롭히고 있다. 아나운서국이 있는 9층이 아니라 12층에 격리하고 아무런 업무도 주지 않는다. 회사 게시판과 이메일 접속도 막아 놓았다. MBC는 복직결정이 나자 아나운서들에게 월급은 줄 테니 출근은 안 해도 된다는 황당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다.

 

MBC의 해명이 가관이다. “이전 경영진은 (파업 참가 인력을) 일산으로 보내는 식이었지만 우리는 같은 건물 안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이전 경영진은 눈엣가시인 사람들을 건물 밖으로 보냈지만 우리는 건물 안에는 둔다. 건물 안과 건물 밖. 이게 방송개혁인가?

 

명백한 부당해고

 

이 노동자들은 2016년과 2017년에 1년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계약기간은 형식에 불과했다. MBC는 정규직 신입 아나운서들에게 실시된 채용전형과 거의 동일한 절차와 방식으로 이들을 선발했다. 면접 때는 여러분의 20년 후 MBC에서의 모습을 이야기해보라”, “장기적으로 MBC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나라고 물었다. 아나운서국장을 비롯한 인사권자들은 너희는 정규직이다”, “형식적 계약서에 구애받지 말라”, “너희는 우리 후배다”, “공채 기수다라고 했다. 급여체계, 방송비 등 받는 항목도 정규직과 같았다. 누가 봐도 근로계약 갱신은 당연했다.

 

그런데 최승호의 MBC는 노동자를 해고했다. 2016년 입사자는 계약이 1회 갱신돼 2년 동안, 2017년 입사자는 갱신 없이 1년 동안 근무했는데 계약만료라는 이유로 갑자기 쫓겨나야 했다. MBC는 지난해 4월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대상으로 특별채용 전형을 실시했고 그 결과에 따라 해고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우긴다.

 

과연 문제가 없을까? 특별채용 절차는 정규직 전환이나 재계약 절차가 아니었다. 사실상 신규채용 절차였으므로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겐 너무나 불공정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는 평가기준, 절차, 반영비율, 선발인원, 평가근거 자료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특별채용을 하려면 업무평가를 해야 하는데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1~2년간 수행한 기존 업무평가는 반영도 하지 않았다.

 

MBC는 아나운서들이 이런 채용 방식에 동의했다고 주장하지만, 계약직이라는 굴레를 쓰고 있는 아나운서들이 일방적 시행을 막기는 어려웠다. 적극 반대할 수 없었을 뿐이다. 16, 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 11명 가운데 특별채용된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계약직 아나운서를 대거 자르기 위한 꼼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비판의 과녁

 

지노위와 중노위는 노동자들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며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MBC는 인정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더 심한 게 아닌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한 것도 모자라 이렇게 치졸하고 비열하게 괴롭히기까지 하니 말이다.

 

노동자들은 2017년 파업기간에 입사한 게 아니다(일부는 파업 4개월 전, 일부는 15개월 전 입사). 물론 MBC가 아나운서들의 적극적 파업 참여를 막고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계약직이라는 형식으로 아나운서들을 뽑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뽑힌 노동자들은 한 달 동안 방송을 했다.

 

그러면 이 아나운서들을 향해 이후 파업기간에 이용될 수 있으니 입사 시험도 치지 말았어야 했고, 파업 기간에 잘릴 각오를 하고 방송을 하지 말아야 했는데 입사도 했고 방송도 했으니 문제라고 비난하는 게 우선일까?

 

그 때 MBC 이외에는 채용공고를 내지 않았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수많은 청년에게 이 시험은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다. 정규직 공채와 동일한 수준인 1,700여 명이 지원했다. 2012MBC 파업 때 있었던 시용기자모집과는 달리 거의 모든 준비생이 응시했다. (MBC 2012년 파업 기간 중 채용한 정규직 대체인력에 대해선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근로계약 갱신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계약직이었다 하더라도 계약직 신분은 정규직보다 지위가 훨씬 불안정하다. 더군다나 무턱대고 조합 가입과 파업 참여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이런 맥락을 진지하게 고려해보자. 비판의 화살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계약직을 뽑은 안광한, 김장겸, 그리고 비정규직의 불안한 처지를 이용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대립시키는 경영진 아닌가?

 

설사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점이 있다고 해도, 이들이 해고돼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 문제는 부당해고 쟁점과는 아예 관련이 없다. 그런데 MBC는 부당해고도 모자라 치졸한 괴롭힘까지 저지르고 있다.

 

저항의 역량

 

아직 공영방송에 남아 있으면서 아우슈비츠 같은 어려움 속에 있는 동료들과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


최승호는 영화 <자백>으로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을 때 이런 소감을 얘기했다. 더 이상 이 시절의 최승호는 없다. 최승호는 아우슈비츠 같은 어려움 속에 있는 동료들을 생각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노동자를 아우슈비츠 같은 어려움 속으로 내모는 장본인이 돼버렸다. MBC 노동자들이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는데 인력충원은커녕 계약직 아나운서를 내치고 있다.

 

누가 아우슈비츠 같은 어려움 속에 있는 동료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누가 사장 교체를 넘어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우리는 최승호 사장이 아니라 최승호 피디의 말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PD수첩>에 대한 탄압이 한창이었던 2011년 최승호 피디는 이렇게 얘기했다.

 

제가 이렇게 낙관하는 것은 아직 MBC에 저항의 역량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MBC노조가 건재합니다. 과거 3년 동안 여러 차례 파업을 하고 조합의 동료들이 징계도 많이 받았습니다.” 최승호 사장 역시 이 말에서 자신의 방향을 잡지 않을까? 저항의 역량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방향 말이다.

 

우리는 언론노조와 언론노조 MBC본부가 계약직 아나운서 해고사태에 침묵하지 않길 바란다. 그들은 적폐가 아니다. 노동자들이 촛불을 들고 응원한 이유는 정권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을 바랐기 때문이다. 해고를 무기 삼아 비정규직 탄압하는 MBC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우리는 MBC본부가 방송국 안팎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길 바란다. 방송스태프노조, 방송작가지부와 함께 투쟁하길 바란다. 민주노조가 모든 노동자의 울타리가 될 때, 계약직 노동자도 자기 권리를 말하며, 파업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지 않겠는가?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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