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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 아르헨티나에서 배워온 다섯 가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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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탁영 조회 47,504회 2019-06-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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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 번역 기사는 2년 전 미국 <레프트보이스 Left Voice> 회원들이 아르헨티나의 크고 작은 노동자투쟁 현장을 방문하고,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의 한 축인 사회주의노동자당(PTS), 좌파노동자전선(FIT), 여성단체 빵과 장미회원들을 만나고 토론하며 배울 점을 기록한 글이다. 우리에게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남미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의 현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 운동의 발전을 위한 모색의 재료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이후에도 아르헨티나 사회주의 운동의 흐름과 발전 양상, 그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을 기회가 되는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본문에 삽입한 편집자 주는 꺾쇠괄호[   ]로 표시했다.

 

 

<레프트보이스>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아르헨티나에 약 2주 동안 머물며 대규모 다국적기업들에 대항해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만나고, 노동자들이 통제하는 공장을 둘러보고, 가장 역동적인 사회주의 여성단체의 투사들도 만나고, 선명한 혁명적 사회주의 전선체(좌파노동자전선, FIT)가 거의 백만 표를 획득한 선거를 관찰했다. 이것은 확실히 고무적인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영감만으로 혁명조직을 건설하는 건 아니다. 사회주의노동자당 지도부와 평당원들, 그들의 국제경향인 트로츠키주의분파’(FT) 동지들과 토론하고, 다른 여러 경험에 대해 논의하면서 아르헨티나의 경험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의 중요성을 확신하게 됐다.

 

다섯 가지 교훈은 정확히 짚어야 한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 교훈으로 동료들을 어떻게 챙겨줘야 하는지, 스테이크를 잘 굽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도 추가할 수 있겠지만, 혁명을 향해 나아가는 데서는 다음 다섯 가지로 충분할 것이다.

 

1. 디지털·인쇄 뉴스네트워크를 통한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국제주의

 

2014년 아르헨티나에서 <일간좌파 La Izquierda Diario>라는 대규모 네트워크가 시작됐다. <레프트보이스>는 그 일부에 불과했다. 그 후 3년 동안 <일간좌파>11개 나라에서 5개 국어로 뉴스와 분석을 내보내는 웹사이트와 잡지들의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독자 수를 보면 지금까지 2천만 명, 월 평균 40만 명이 네트워크에 속한 웹사이트를 방문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일간좌파>는 매달 2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뉴스사이트의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인상적인 것은 이들의 주장이 퍼지는 범위라기보다는, 신문과 웹사이트들이 어떻게 집단적 조직가가 됐는가 하는 점이다. <일간좌파>가 운영되고 있는 11개 나라에서 그런 네트워크를 만들고 확장시키며 조직화의 발판이 세워지고 있다. 적어도 아르헨티나에서는 그런 발판이 전국적이고 국제적인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당[사회주의노동자당]의 힘을 강화시켰다


이 네트워크는 각각의 기사들을 노동자계급의 강령에 덧붙여준다. 여러 웹사이트에서 매일 발표하는 수많은 기사들은 혁명으로 가는 청사진을 정교하게 다듬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것은 국제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많은 나라의 투사들이 각 나라와 세계 전체의 현재 상황을 전체적으로 포착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를테면 <레프트보이스> 대표단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머물고 있을 때 샬롯츠빌(미국 버지니아주 도시)에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신나치 집회가 열렸고, 몇 시간 만에 <일간좌파>는 관련 기사를 발표했다. 자연스럽게 많은 사회주의노동자당 투사들이 우리에게 미국의 극우세력에 대해, 그들과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지에 대해 물어왔다. 지금도 <일간좌파>는 허리케인 하비가 일으킨 참상, 자본주의적 기후변화가 야기한 인간적, 정치적 위기에 대해 상당히 많은 기사를 쓰고 있다.

 

지속적인 평가와 분석을 통해 형성되는 독자층과 조직화의 발판 만들기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써, 브라질 <일간좌파>가 있다. 지우마 대통령을 겨냥한 쿠데타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브라질 <일간좌파>는 성장해가는 좌파(노동자당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에게 제시한 입장을 바탕으로 수십만 명의 독자들에게 다가갔다. 그 입장은 쿠데타와 노동자당의 타협 둘 다에 반대했다. <일간좌파> 덕분에 트로츠키주의분파의 브라질지부인 혁명적노동자운동’(MRT)이라는 작은 조직이 여러 해에 걸쳐 한 명 두 명 늘려나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폭넓게 주위를 조직할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다섯 개 언어로 읽고 쓰고 번역하는 작업을 통해, 여기저기서 열리는 회의로 이뤄지는 국제주의가 아니라 서로 다른 나라의 지부들과 예비 지부들의 끊임없는 정치적 교류를 발전시키는 국제주의를 만들어냈다. 레닌의 포부는 러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노동자신문을 만드는 것이었다. 트로츠키주의분파는 오늘날의 기술을 이용해 남북미 전체와 세계를 아우르는 신문을 만들려고 한다. 사회주의 노동자들과 혁명에 국제주의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특히 미 제국주의의 역할을 고려할 때, 미국의 혁명가들은 국제적인 사고와 조직화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일간좌파>가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2. 지역적 사안을 전국적이고 국제적인 본보기로 만들어낼 역량을 충분히 발전시킨 조직

 

트로츠키주의분파가 국제경향을 형성하는 동안,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아르헨티나 계급투쟁에 깊게 뿌리를 내렸다. 이것은 일관되고 의식적인 현장이전 활동의 결과였다. 투사들은 전략적인 지향 아래 일자리를 구했고 선진 노동자들을 결집하면서 전국에 걸쳐 투쟁을 이끌어나갔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역시 서둘러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크라프트, 브루크만 같은 공장들뿐만 아니라 사논 공장에서 벌어진 투쟁이 전국적이고 국제적인 뉴스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주의노동자당 신문이 빠르고 반복적으로 소식을 전달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한 덕분이다. 마디그라프와 펩시코 투쟁에 관한 최신 뉴스가 더 넓고 빠르게 공급되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뉴스 사이트들의 효율성이 증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당의 구조 또한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이 점을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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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하는 펩시코 노동자들과 함께한 <레프트보이스> 방문단


 

사회주의노동자당은 불과 몇 천 명 정도의 정당이지만, 그들이 가진 힘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투쟁이 가라앉은 시기와 분출하는 순간 사이에서 유연하게 움직인다. 이것은 정치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조직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우리의 아르헨티나 형제자매들은 상당한 투쟁의 역사와 혁명에 가까이 다가갔던 순간들에 대한 경험, 그 시기에 단련된 지도력을 가지고 반()식민지 나라에 살고 있다는 이점이 있다


우리는 어떻게 더 적은 수의 혁명가들로 사회주의노동자당 같은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배우기 위해 애써야 한다. 우리가 올바르게 탐색하기만 한다면 향후 20년간 쓸 데 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모든 사례를 바이러스처럼 퍼뜨릴 수 있는 매체를 설립하는 것인데, [미국에서는 좌파 잡지인] <자코뱅>이 그 길을 시작했고, <레프트보이스>를 포함한 다른 매체들도 그 길에 합류했다.

 

물론 어떤 패턴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우선 본보기가 필요하다. 이런 사례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날 수도 있지만, 또한 좌파 투사들에 의해 준비되기도 한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이 선호하는 모델은 [파산한 후 자본가들이 버리고 도망친] 공장을 운영하고 지역사회에서 헤게모니를 구축할 수 있는 노동자계급의 독립적인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혁명적인 노동자정부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작은 맛보기다


자본주의라는 바다에서 협동조합 식의 구명정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이상, [파산에서] 회복시킨 공장의 운영을 과도하게 포장해선 안 된다. 하지만 이것은 노동자들이 그런 공장과 생산의 국유화를 위해 투쟁하면서 산업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희망을 퍼뜨리는 근거가 된다. 또한 이런 급진적인 기반은 보육, 문화활동, 그밖의 공동기업 경험을 통해, 삶을 설계하는 데에서 이윤 동기가 유일한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방식으로 기여한다.

 

미국에서 좌파와 노동자들에겐 옹호할 만한 소련식의 사례는커녕, 가장 초보적인 반격과 계급 독립성의 사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 사례들은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현장투쟁을 통해 우리의 일터에서,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마중물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투쟁이 어떻게 발발하든, <레프트보이스>와 모든 사회주의 조직들은 이 거대하고 이질적인 나라 도처에 흩어져 있는 동지들이 투쟁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교훈을 일반화하기 위해 현재 있는 조직들을 통해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아르헨티나 동지들은 아마도 대부분의 미국 혁명가들보다 제임스 P. 캐넌과 패럴 답스[20세기 초중반 미국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의 대표적인 리더들]의 책을 더 많이 읽었을 것이다. 그들은 1934년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팀스터노조 파업이 어떻게 미국공산주의자동맹 건설로 이어지고, 그 파업이 어떻게 산별노조 평조합원들의 힘을 보여줬는지 열정적으로 이야기해준다. 이 구체적인 사례는 1937년과 그 이후 벌어진 더 큰 파업들을 촉발한 불꽃이 됐다. [1886년 미국 노동자 총파업에서 유래한] 노동절의 경우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의 역사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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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9일 아르헨티나 아틀란타 축구경기장에 20,000명이 모인 좌파노동자전선 집회에 사회주의노동자당이 함께 하고 있다.

 

 

3. 정치와 노동조합을 아우르며 정치적 사안에서 형성되는 좌파 부문을 지향하기

 

올바른 혁명노선은 초좌익 종파주의와 우익 기회주의라는 두 가지 위험 사이에서 전진해나간다. 초좌익 종파주의와 우익 기회주의는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는 노동자계급의 능력을 헤아리는 것에 대한 무시 또는 무능력이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 길을 잘 찾아가기 위해 중요한 건, 혁명조직들이 이 세계의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우리 밖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자생적인 운동이 취하는 모습에 신축성 있게 대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혁명적 원칙을 희생시켜선 안 되고, 시류에 끌려가서도 안 된다. 모든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런 뻔하고 진부해 보이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러나 트로츠키주의분파는 수십 년간의 형성 과정에서 그 갈림길에 여러 차례 직면했고, 각각의 분기점마다 앞으로 밀고나가면서 이 노선을 뚜렷하게 입증해 보인다.

 

브라질에서는 이런 노력이 <일간좌파>에 의해 구체화됐다. 브라질 <일간좌파>는 지우마 대통령을 노린 쿠데타가 벌어지던 동안, 그리고 그 뒤에 들어선 테메르 정부 아래에서 좌파가 전진할 수 있는 길에 대해 좌파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했다. 우익과 당시 집권당이었던 노동자당의 배신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지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


<일간좌파>는 노동자계급과 다른 사회부문들에게 스스로 권력을 쥐기 위해 분투하는 독립적인 세력으로 결집하자고 끊임없이 호소하며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지향은 혁명적노동자운동(MRT)의 사회주의해방당(PSOL) 가입 캠페인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사회주의해방당은 노동자당 내 좌파가 당에서 축출된 뒤 만든 정당이다. 이 가입 캠페인은 여러 경향이 뒤섞여 있는 사회주의해방당 내 우경적 부분의 반발 때문에 아직 성공하진 못했다. 그래도 혁명적노동자운동은 이들 정당들의 좌파를 향해 꾸준히 말을 걸고 있다.

 

노조에서는 몇 가지 가장 중요한 일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 그것은 아르헨티나 노동조합들을 망쳐놓은 관료적 행태에 대항하면서 형성된 [노동조합을 탈환하기 위한] 공동후보진이나 현장조직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노동조합들은 실리적 조합주의가 미국 노동운동을 후퇴시킨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타락해왔다. 역사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노동자들에 대한] 포섭과 억압으로부터 각 나라 노동조합들의 문제가 유발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근본적으로 그 재앙은 계급타협적 지도부가 낳은 것이다. 해결책은 사회주의정당과 함께 강화되고 혁명적 열망에서 영감을 얻음으로써 힘을 기른 평조합원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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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펩시코 공장 현장위원회 대표 카밀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지하철노조 내의 사회주의노동자당 투사들은 트로츠키주의자들이 노조 내부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모범을 보여준다. 원칙의 문제로서,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실제 도움이 될 사례로서, 사회주의노동자당 투사들은 적색노조’[전투적, 혁명적 노동자들이 다수 대중의 노조에서 떨어져 나와 따로 만든 노조]를 건설하지 않으며, 그들 자신을 노동자계급 조직에서 분리시키지 않는다. 대신에 그들은 끈질기게 보수적 지도부에게서 노조를 되찾으려 한다. 아르헨티나에서 이것은 종종 어렵고 거친 싸움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노조 내부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운수노조인 UTA에서 좌파들은 6시간 노동제 도입, 그리고 노동개악과 몇 년 전부터 진행된 지하철 민영화의 결과인 유연화의 종식을 위해 투쟁하도록 노조를 밀어갔다. 이 투쟁으로 노조 지도부의 양보를 끌어내면서 대의원 선거를 실시했다. 그 선거에서 좌파는 평조합원 노동조합운동이라는 강령을 바탕으로 움직였다.

 

사회주의노동자당과 다른 사회주의 단체들의 투사들은 노조를 탈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직책에 도전했고, 사장들에 맞서 직접 행동에 나서면서 그렇게 했다. 각각의 파업, 특히 부당해고에 맞선 파업에서 그들은 평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었다. 노조 바깥에 이중적으로 조직을 만들거나, 완전히 부패한 UTA 관료들을 그저 비난하면서 평생 야당 노릇만 하는 대신, 노동조합 내의 사회주의 투사들은 노조를 탈환하기 위한 선거와 투쟁에서 자신들의 손을 더럽힌다. 우리는 이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두 번째 논점은 UTA의 선출직 대의원들이 축출되면서 지하철 노동자들이 새로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데 찬성하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는 노조 내의 분열에 반대하지만 새로운 상황에서 항상 단호하게 좌파의 위치에 있으려 하는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이 새로운 노동조합을 향한 호소에 동참했다. 이런 선택은 새 노조가 그 전에 포괄했던 노동자들을 여전히 대표했다는 점 그리고 정치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입장은 일관성을 잃은 것처럼 비칠 수도 있지만, 우리의 길잡이별인 계급 독립성에 바탕을 둔 전략적 유연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새 노조 안에서 현재 사회주의노동자당 투사들은 새 지도부의 반대편 후보진에 속해 있다. 새 지도부는 평조합원들 속에서 선출됐지만, 자본주의에서 노동조합이 수행하는 모순적인 역할 때문에 낡은 관료들과 똑같은 관료적 경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평조합원들의 진정한 이익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노동자 투사들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지속적으로 혁명적 요구를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정당이 필요하다. 단지 생존만을 위한 조합주의는 언제나 새로운 보호막을 낡은 것으로 전락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조성되는 노조 내 상황에서 좌파를 지향하기 위해선 노조 민주주의와 당면 요구들을 향한 투쟁에 앞장서야 하지만, 항상 그것은 독립적인 계급정치와 반란을 향해 자라나는 노동자투쟁에 복무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좌파의 요구대로 노조 밖에 머무는 게 아니라 노조 안에 있어야 한다. 그것도 개방적인 사회주의자이자 당의 건설자로서 노조 안에 있어야 한다. 기회주의자들은 이런 사실을 감추고 싶어한다.

 

더 넓은 정치 차원에서 그리고 노동조합 안에서 현실 대응력 있는 좌파가 되려면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우리 주위의 현실에 귀를 닫아선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빠르게 움직이며 우리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 즉 혁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노동자계급 혁명기관의 두뇌로서 혁명정당이 권력을 쥐어야 한다는 주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어야 한다.

 

4. 조직들과 당을 통한 선거활동과 계급투쟁의 종합

 

사회주의노동자당이 창립 주체로 참가한 좌파노동자전선은 현실의 좌파 내에서 이념적 깃대를 세운 사례다. 그것은 앞에서 경고했던 종파주의나 기회주의의 수렁에 빠지지 않았다. 그것은 또한 선거활동과 계급투쟁을 결합시킨 하나의 상징이다


좌파노동자전선의 결성은 투쟁이 벌어지고 있던 정치영역의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현장에서 지속되고 있는 낮은 수준의 계급투쟁을 고려한 전략적 방향전환이었다. 물론 특정 공장들에서 일어난 점거파업을 매개한 계급투쟁의 사례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부각시키며 앞에서 설명한 주장들의 사례로서 전국적, 국제적으로 소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중을 향해 나아가는 데에서 정치투쟁이 더 효과적인 통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사이트[<일간좌파>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선거는 지역의 투쟁을 확산시키는 또 하나의 전선이다.

 

좌파노동자전선이 배출한 의원들은 노동자와 학생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도로봉쇄투쟁을 벌이고 점거한 공장 밖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일 때 그들과 나란히 최전선에 선다. 그렇게 언론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의회에서도 계급투쟁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 예컨대 마디그라프와 여타 공장들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를 승인하고, 그런 공장들의 국유화와 보조금 지원을 위한 법안을 제기하고 논쟁을 벌인다. 선거과정에서 하루 6시간 노동에 대한 8시간 임금 같은 이행요구, 그리고 부자들에게 그들이 야기한 위기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이행요구를 내건 캠페인이 널리 알려졌다.

 

아르헨티나에서 어떤 정당들이 총선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득표를 얻는지 판별하는 예비선거는 일종의 여론조사 성격을 갖는다. 그 예비선거의 몇 주 전에 벌어진 펩시코 노동자들의 투쟁은 투표에 엄청난 영향을 줬고 좌파노동자전선은 노동자계급과 빈민지역에서 강력한 지지를 끌어냈다. 계급투쟁의 대체품이 아니라 보조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선거활동은 노동자들의 진지를 강화하고 노동자의 힘과 독립성을 측정하는 척도로 기여할 수 있다. 투쟁이 강력해질수록 선거결과도 훌륭해지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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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아르헨티나의 선거제도도 우리와 매우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계급의식과 계급행동의 수준이 확연하게 차이난다는 점은 더욱더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더 왕성한 노동운동이나 혹은 적어도 실질적으로 꿈틀거리는 노동운동이 없다면, 미국의 사회주의자들은 선거라는 바구니에 너무 많은 계란을 담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사회주의자들이 선거에 나가게 된다면 개방적인 사회주의자로 뛰어야 하며, 부자들의 정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현장의 투쟁성을 증폭시키는 데 활용돼야 한다.

 

5. 사회주의노동자당과 트로츠키주의분파는 착취에 맞선 투쟁과 억압에 맞선 투쟁을 결합시킨다

 

기생충계급[자본가계급]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승리는 남성 산업 노동자들이 점점 더 나은 임금을 받고 세력을 형성하면서 권력 장악으로 나아가는 그런 [단순한 공식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그 이상이어야 한다. 혁명은 모든 억압을 뒤엎어야 한다. 이는 백인 남성 산업 노동자들이 세계 노동자계급의 실제 숫자에 비할 때 아주 적기 때문만은 아니다. 혁명은 가장 착취당하고 가장 억압 받는 사람들의 관점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바탕을 둔 단결은 모든 개량주의적 타협과 포섭 책동을 이겨낼 것이고, 모든 문제들을 뿌리부터 뒤흔들 것이다. 반대로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혐오 따위에 맞서는 데 실패할 때마다 노동자계급 내의 분열은 가중된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은 그들이 참여하는 모든 투쟁에서 모든 억압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즉흥적인 방식으로 그렇게 한 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정치적으로 헌신하기 위해선 조직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다면 선의의 원칙일지라도 어려움을 겪는 동지들에 의해 방기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은 빵과 장미라는 여성단체를 만들었다. 브루크만 공장을 접수하는 투쟁의 용광로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단체는 더 큰 규모의 여성운동 안에서 계급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결성됐다. ‘빵과 장미는 처음에는 해마다 열리는 전국여성대회에 소규모로 개입하면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후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브라질, 칠레, 우루과이, 볼리비아, 멕시코, 스페인 등에서 국제적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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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전국여성대회에 참여한 빵과 장미참가단

 

 

공장 안에서 투사들은 조직을 강화하고 특히 육아 문제처럼 개인에게 떠넘겨진 문제와 그것의 집단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함께 만든 여성위원회를 유지한다. 또한 이들 위원회는, 화려할 것도 없고 더디게만 이뤄질지라도, 자본주의에 의해 고통을 겪는 노동자계급 내의 성차별과 노동자들 자신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 편견에 맞선 선동을 수행한다. 공장 밖에서 빵과 장미는 때로는 획득하기도 하고 때로는 유실되기도 하는 개혁에서 정치적, 사회적 평등을 쟁취하기 위해 국가에 맞선다. 물론 그 개혁이란 프랑스 68혁명 시기에 종종 볼 수 있었던 길거리 낙서처럼 마지막 관료의 창자로 마지막 자본가의 목을 매달 때까지전진하지 않는 한 결코 확고한 것이 될 수 없다.

 

낙태할 권리를 위한, 그리고 여성살해와 폭력에 맞서는 캠페인은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됐다. 이들 투쟁은 빵과 장미의 여성들이 주도하지만 모든 성별의 사람들이 함께한다. 이런 방식으로 빵과 장미는 현장과 정치영역 둘 다에서 여성해방의 전략적 필요성을 설파하고 당 내에서 여성 지도력을 키워주는 조직화 전술이 됐고, 여성들은 조직을 통해 성공을 거뒀다. 미국에서 성차별은 중대한 억압이며 [이에 맞선] 전략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인종차별은 미국 자본주의의 주춧돌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런 장애물들에 맞붙어 싸워야 하며,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그런 투쟁을 포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빵과 장미의 설립은 우리가 문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금까지 살펴본 다섯 가지 교훈은 이 조직들의 보다 총괄적인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사회주의노동자당과 트로츠키주의분파가 활력 있는 국제경향을 건설하는 데에서 일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방법과 관련해 두 개의 좌우명을 뽑아본다면, 그것은 전략과 창의력이 될 것이다.

 

전략은 각각의 투쟁의 장에 대한 주의 깊은 계산을 수반한다. 세 가지 투쟁 영역에 대한 엥겔스의 개념화를 받아들여,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세 영역 모두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경제투쟁의 전선에서는 사장들 그리고 노동자투쟁을 방해하는 보수적인 노조 지도부와의 격돌이 있다. 정치투쟁 전선에서는 좌파노동자전선이 움직인다. <일간좌파> 네트워크가 쌓아올린 이데올로기 투쟁의 무대에서 이 두 개의 전선을 함께 묶어세운다.

 

이들 각각의 무대에서, 트로츠키주의분파는 그 지도부에서 평회원에 이르기까지 내려진 결정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즉 현재의 트로츠키주의분파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구성원들이 의식적으로 심사숙고한 끝에 결단하고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면, 정치는 일종의 전쟁이 되고 전략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토론에서 클라우제비츠에 대한 이야기가 되고, 트로츠키주의분파의 잡지인 <국제전략>이 발행되고 널리 읽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투사들의 규율과 대의에 대한 그들의 헌신뿐만 아니라, 당장의 문제가 아무리 크더라도 큰 그림에 대한 점검이 모든 논의에서 항상 이뤄진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더 세부적인 과제들과 마찬가지의 중요성과 명확성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미국 좌파에게서만 볼 수 있는 현상 같은데, 회원제도를 두 부위로 나누는 경향이 있다. 한 부위는 지역에서 직접 발로 뛰는 회원들로 구성되고, 다른 부위는 조직을 운영하는 데 기여하는 핵심간부들로 구성된다. 이것은 당의 규약에 의한 구분이라고 보긴 어렵고, 관행적으로 만들어진 구분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선 모든 당원들이 전략적 논의에 참여하는 핵심간부인 것처럼 보인다.

 

투쟁의 현장에서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창조적이며, 여간해선 똑같은 전술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장들과 국가의 공격에 대응하고 행동에 나서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 한다. 피켓시위를 벌이거나 특히 도로봉쇄투쟁을 벌일 때 당은 경찰보다 한 수 앞질러 나가면서 대중의 지지를 끌어내고 노동자계급의 독립적인 힘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것은 사소한 세부사항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회주의노동자당이 성장해온, 특히 청년층과 노동자계급 속에서 훌륭하게 성장해온 배경에는 계획적인 긴 호흡의 사고와 신속한 현장대응의 결합이라는 요소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 교훈과 함께 이제 미국 좌파의 재건을 향해 나아가자!

 

 

원문: https://www.leftvoice.org/from-argentina-with-communism-five-lessons-an-american-learned-in-buenos-ai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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