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현장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노동자의 대의

페이지 정보

이용덕 조회 5,359회 2018-03-28 18:33

본문

a8062b437a7e2b843363245060911bd4_1522229560_149.jpg
사진_판매연대노조 

 

312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자동차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인 전국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 226일 금속노조 중앙위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그동안 정규직 노조인 현대차 판매위원회, 기아차 판매지부는 욕설은 기본이고 심한 몸싸움까지 벌이면서, 대의원대회와 중앙위 의사진행을 방해하며 안건을 무산시켰다.

 

이런 일이 2년 가까이 반복됐다. 하지만 최근엔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대의원대회 현장발의에 기아차 판매지부 금속대의원 5명이 참가했다. 현대차 판매위원회 내에서도 판매연대 가입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몇몇 현장조직이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가로막고 있는 판매위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비난 때문에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이 판매연대노조 가입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지만(원래 노조가입은 위원장 전결사안이지 의결기구의 의결사안이 아니다),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당장 현대차 판매위원회와 기아차 판매지부가 판매연대노조를 인정하고 공동투쟁을 결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직 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판매수당 인상, 정규직화 등을 쟁취해 기존 정규직과 등등한 대우를 받는 걸 못마땅해 하는 노동자들도 많고, 판매연대노조 때문에 정규직의 처지가 불안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들을 설득하려면 당위적인 비판을 넘어 구체적인 비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본에 맞서 모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

 

무한경쟁의 근본원인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반대한 한 대의원은 나는 이 대의원대회에 오는 시간에도 (대리점에) 또 실적을 빼앗겼다대리점은 (판매가격을) 더 깎으면서 대리점과 직영 간 충돌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판매를 둘러싼 경쟁과 대립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인정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그 원인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있는 건 절대로 아니다.

 

현대차 판매 정규직 노동자가 그랜저 한 대를 판다고 가정하자. 이 정규직 노동자는 차종별 판매수당을 받는다. 그랜저 한 대를 팔면 40만 원을 받는다. 물론 이 노동자는 기본급이 있고, 상여금이 있고, 성과금이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출근하면 일비(활동비)21,000원을 받는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랜저 한 대를 판다고 가정하자. 차량가가 3,0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부가세(1.1%)를 제외한 가격(2,700만 원)의 약 6%를 판매수당으로 받는다. 150만 원이다. 여기서 대리점 소장에게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줘야 한다. 그리고 온갖 할인을 해주기 위해 쓴 비용까지 계산하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별 거 없다. 그런데 대리점 소장은 수수료를 떼어줄 필요가 없으니 더 많은 돈을 가져갈 수 있고, 더 많은 할인을 해줄 수 있다. 만약 출혈경쟁의 주범을 지목하려 한다면 자본가들과 소장들을 가리켜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가 더 받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덜 받는다는 현상만을 가지고 논쟁해서는 안 되며 근본원인을 따져야 한다. 근본원인은 판매체계의 이원화, 수당체계의 상이함에 있다. 자본가들은 어차피 팔 수 있는 차는 팔고 있으니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는다. 노동자들만 무한경쟁에 내몰리며 어려움을 겪는다.

 

대리점 노동자들은 지점 정규직 사원과 동일한 제품을, 동일한 가격에, 동일한 방법으로 똑같이 판매하는데도 기본급, 4대 보험,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한다. 오직 건당 수수료로 살아가야 한다. 너무나 힘들기에, 제 살 깎아 먹으면서 할인을 해줘 판매량으로 벌충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본급과 4대 보험, 퇴직금을 받을 수만 있어도 현실은 확 바뀔 것이다.

 

물론 정규직 노동자도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기 돈 들여 할인을 해줘야 한다. 그랜저 한 대 팔 때 이러저러한 비용으로 최소 25만 원은 든다고 한다. 하지만 기본급조차 없는, 그래서 차를 한 대도 팔지 못하는 달의 임금이 0원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보다는 훨씬 낫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경쟁시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원청인 현대기아차 자본, 그리고 대리점 대표(소장)이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니다. 대리점 대표들은 원청의 지시 아래 사용자로서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고 수수료를 챙긴다. 땅 짚고 헤엄치기다.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판매 비정규직의 문제가 생산 사내하청 문제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본질은 똑같다. IMF 이전에 현대기아차의 판매 대리점은 없었다. 자본은 IMF 이후 대리점을 급속히 늘렸다. 생산의 외주화와 똑같은 판매의 외주화다. 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자동차 배지를 가슴에 달고, 현대에서 생산된 차를 판매해왔다. 현대차는 대리점 판매노동자들이 하는 업무의 모든 과정에 개입했다. 사원증을 발급하고 취소하는 권한도 사실상 현대차가 갖고 있었다. 생산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해왔던 짓과 똑같다.

 

단협 폐기?

 

현대차 판매위원회와 기아차 판매지부는 판매연대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자신들이 단체협약으로 확보한 권리가 무력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필사적으로 대리점 확장을 막아왔던 자신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아차는 대리점 관련 합의가 단협에 포함돼 있고, 현대차는 국내영업 노사 간 대리점 관련 각종 합의서 형태로 돼 있다. 이 합의는 단협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

 

이 각종 합의서에는 대리점 개소 및 폐쇄, 대리점 인원등록, 거점이전, 대리점 직급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현대차 판매위원회 조합원만 7,000여 명이나 된다. 사측이 단협을 일방적으로 후퇴시키면 이 수많은 조합원들의 힘을 동원하면 되지 않는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기아차 사내하청지회가 생긴 지 수년이 흘렀지만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의 단협이 폐기됐는가?

 

내수판매량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도 자본가들이 대리점을 늘리려는 이유는 노동자 사이의 경쟁을 심화시켜 착취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런 자본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 바로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이다. 대리점 확장정책 반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동의 요구가 될 수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대리점 확대로 이득을 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크게 뭉쳐 집단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제기하며 싸울 때 자본은 정규직 노조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조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비정규직 확대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나아가 정규직 전환 투쟁이야말로 대리점 확대정책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투쟁이다.

 

왜 집단가입이어야 하는가?

 

일부에서는 개별가입을 통해 몇 개의 지역지회로 편재할 수 있는데 판매연대가 계속 집단가입을 주장하는 것은 의미 없는 자존심 싸움이라고도 얘기한다. 판매연대노조는 이미 2년 전에 조직형태변경 총회를 통해 집단가입을 결정했다. 그리고 20159월에 설립신고필증을 발급받은 이후 현재까지 2년 넘게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싸워왔다. 20165월에 산별기금을 납부했다. 그리고 작년 5월부터 250명분의 조합비를 납부했다.

 

사용자들은 교섭을 거부했고, 그에 따라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 사건소송이 진행되고, 부당노동행위와 해고 조합원들에 대한 원상회복 소송 및 투쟁, 노조법 상 근로자성을 다투고 있는 소송과 투쟁만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조직형태변경을 통한 집단가입이 아니라 개별가입을 하라는 것은 현재 판매연대노조의 법적, 조직적 지속성을 포기하라는 것인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모든 법적 조치와 투쟁을 다시 시작하거나, 판매연대노조와 금속노조 판매연대지회 이렇게 두 개의 노조를 유지하면서 수많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21명이 개별조합원으로 금속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건 판매연대노조가 법원에 금속노조 조합원지위 인정 소송을 내면서 발생한 문제다. 오죽했으면 법원에 소송을 냈겠는가? 그런데 노조 할 권리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 맡기면 안 된다는 판단으로 소송을 취하했다. 다만 판매연대노조 위원장은 개별가입 신청을 하지 않았다. 집단가입을 결의한 2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대세를 만들자

 

앞에서 말했듯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대세로 만들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현대기아차 생산현장의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이 이 문제에 더 달라붙는다면, 전국의 활동가들이 판매연대노조와 더 적극적으로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실천에 옮긴다면 확실한 대세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또 중앙위나 대의원대회에 이 안건이 올라올 경우 대대적인 참관운동도 조직하자.

 

전국에 10,000명의 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정보와 투쟁상황을 공유하는 밴드방에도 2,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가입돼 있고, 금속노조 가입 건을 주시하고 있다. 금속노조 가입은 또 다른 시작으로서 대대적인 조직화 운동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것은 현대차 판매위원회와 기아차 판매지부 정규직 노동자들이 격화되는 경쟁의 압력에서 탈출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기회이기도 하다. 최저생계비도 못 받고 실적의 노예로 살아가야 하는 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계급적 단결의 길을 만들어내자.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게시물 검색
로그인
노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