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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왕뚜껑 나왔을 때 진짜 뚜껑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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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옥KEC지회 수석부지회장 조회 8,010회 2019-06-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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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가기 싫을 때? 거의 매일.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출근하면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은? 밥시간.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이럴 것이다. 반도체기업 KEC에서 일하는 우리는 10년째 밥 먹는 즐거움을 빼앗기고 있다


어느 날 식당에 갔더니 우유를 한 컵씩 줬다. 다른 회사 같으면 200ml 우유를 개인별로 하나씩 주지만 KEC는 달랐다. 1,000ml 우유를 1인당 한 잔씩 따라줬다. 울컥 짜증이 치밀지만 노조파괴 기업답다며 그러려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67일 아침, 식당에서 200ml 우유를 하나씩 나눠줬다. 깜짝 놀랐다. 갑자기 회사가 왜 이럴까 궁금해졌다. 그런데 유통기한을 보고 나서 한 번 더 깜짝 놀랐다. 유통기한이 하루 남은 우유였다. 유통기한이 3일정도 남은 우유는 팔지도 못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유통기한이 다 된 우유를 어디서 거저 얻었거나 땡처리 제품을 사온 것이 뻔하다. 세상에 이런 회사는 없다. 아니 있어서는 안 된다.

 

KEC 구미공장은 600여 명이 일한다. 금속노조 KEC지회는 2019년 임단협에서 식사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식사 질 개선투쟁을 벌이고 있다. 20081,600원이던 식사단가는 20091,700원이 됐다. 꼴랑 100원 올랐다. 그리고 지금까지 10년 동안 식사단가는 쭈~욱 그대로다.

 

.. 뚜껑 열렸네

 

얼마 전 식사로 나온 왕뚜껑 컵라면 사진이 SNS에 올랐다. 난리가 났다. <경향신문>컵라면 나온 날 뚜껑 열린 노동자들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회사는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도리어 기자가 사실을 왜곡했다며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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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뚜껑 먹고 열심히 일 하세요~”

 

 

KEC가 노동자들에게 식사로 컵라면을 먹이고, 우유는 잔으로 배식하고, 1,700원짜리 밥을 주는 이유가 뭘까? 돈이 없어서일까? 결코 아니다.

 

음식은 단지 입에 풀칠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고 정성이다. KEC 식단은 회사가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에 여성기숙사에 용역깡패를 투입해 폭력을 자행했고, 2년에 걸쳐 두 번의 정리해고를 저질렀다. 2012년 정리해고는 KEC지회를 깨기 위한 부당노동행위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밥 먹고 일 못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KEC는 올해 또다시 공장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공장을 밀어내고 거기에 터미널과 복합쇼핑몰을 짓는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노후산업단지 리모델링 사업으로 불리는 구조고도화 민간대행사업의 재추진을 공언하고 있다.

 

공장 땅을 상업용지로 바꿔 땅투기를 하려는 KEC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장을 유지하다가 노동자들을 쫓아내면 그만이다. 그런 KEC 자본에게 노동자의 밥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2010년부터 계속된 노동탄압을 이겨내고 일터를 지켜왔던 것처럼 KEC지회는 조합원들과 함께 2019년에도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지금은 이 밥 먹고 일 못 한다는 구호와 함께 출발하지만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밥다운 밥을 먹으며 지금의 일터도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10년 동안 자본의 탄압 속에서도 민주노조를 꿋꿋하게 지켜왔던 KEC지회답게 오늘도 힘차게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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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구호를 외치는 KEC지회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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