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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 투쟁하는 젊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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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5,758회 2019-05-3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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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에서 젊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입사 14년차, 8년차, 5년차 등 입사년도가 다 달랐으나 모두 30대 젊은이들이었다. 열정적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그들은 현대중공업의 악랄한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에 뜨거운 분노를 토해냈다. 더불어 현대중공업지부가 하청 노동자를 적극 조직하고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노조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익명으로 인터뷰를 싣는다. 누가 발언했는지는 따로 구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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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주주총회에 모든 사람의 이목이 쏠려 있다. 주주총회 변경 가능성과 그 이후 투쟁 방향은?

 

: 중공업 본관 건물이나 체육관으로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한다. 그에 대해 어떻게 할지는 솔직히 답이 안 나오는데 지도부가 논의하고 있을 것이다. 

 

: 31일 이후가 진짜 싸움의 시작이라고 본다. 31일까지 결론이 안 나면 실망해서 떠날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그 때부터는 해고 각오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본다. 

 

: 회사는 장소를 옮겨 밀실에서 ‘땅땅땅’ 때리고 끝이라 우길 수 있다. 그런데 회사가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도 그만큼 맞대응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 투쟁은 끝까지 갈 거다. 이제 정부도 이 문제를 모른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와의 투쟁이 필요하다. 

 

: 지금 장소변경 가능성에 대한 뉴스도 나오는데 지부에서 이렇다할 얘기는 없다. 우리는 어떤 경우든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겠지만 일방적으로 강행되더라도 그게 싸움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한다. 우리가 1사1조직으로 돼 있는데 하청 노동자 조직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선업 노동자 모두의 투쟁과 파업, 금속노조·민주노총의 투쟁과 파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도부가 빠르게 대안을 제시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저는 이번엔 우리가 끝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중간지주회사를 만들고 현대중공업이 자회사가 되더라도, 즉 법인을 분할해도 단협을 승계하고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말하는데?

 

: 노동조합과 ‘협의’하자는 것뿐이다. 단협승계, 고용승계 합의서를 쓰지도 않는다. 왜 협의를 얘기하는가? 단협 중에 자기들 입맛에 맞는 거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삭제하겠다는 거다. 

 

: 제가 입사 5년차인데 한두 번이 아니라 열 몇 번은 속은 것 같다. 회사는 무조건 두루뭉술 얘기한 후 나중에 엄청나게 공격한다. 법인분할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단협승계니 고용승계니 협의니 얘기할 이유조차 없다. 

 

: 2017년에도 자회사 분할이 있었다. 그 때도 말로는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했지만 실제 분할된 4개 회사에서 교섭을 들어갔을 때는 하지 않았다. 4개월 동안 투쟁해야 했다. 그런데 그때는 수평분할이고, 이번에는 중간지주회사가 들어가는 수직분할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민주당인 울산시장도 반대하는데?

 

: 법인분할은 사실상 오케이고, 본사만 울산에 두겠다는 얘기다. 그건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저는 이번 투쟁이 낼모레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임시주총을 또 열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총저지를 넘어 확실히 법인분할 폐기를 쟁취해야 한다. 

 

조합원들은 왜 분노하고 있는가?

 

: 현대중공업이 자회사가 되고 대부분의 빚을 떠안게 되는데 그러면 지금까지 정규직보차 몇 년 동안 임금이 계속 동결됐는데 노동자들 임금 또 안 오를 거다. 그리고 회사가 힘들다는 이유로, 빚이 많다는 이유로 또 자를 게 분명하다. 

 

: 저는 법인분할이 사실상의 정리해고라 본다. 노동자 동의도 없이 누구 마음대로 퇴사를 시키고, 신설회사에, 자회사에 자기들 입맛에 맞는 근로조건을 제시하면서 입사를 시키는가? 이게 합법이라니. 그래서 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 제가 현대중공업에 입사를 했지,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나 자회사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노조약화를 노리고 있고, 단체협약도 없애려 한다. 그래서 여기에 있다. 

 

: 지엠에서도 법인분할을 했다. 현중에서도 통과되면 현대차, 기아차 등 다른 수많은 사업장에서 이런 신종 구조조정, 노조탄압이 등장할 것이다. 현대중공업만의 일이 아니다. 

 

하청 노동자들과의 연대에 대한 생각은?

 

: 가장 크게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금속노조에 가입했지만 우리가 실질적인 산별노조운동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기업 내에 머물러 있었고 정규직만의 투쟁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1사 1노조도 지부에 힘을 싣기가 어려워지니까 뒤늦게 그렇게 추진한 면이 없지 않다. 지금처럼 하면 노조는 계속 후퇴할 것이다. 임금도 전체 임금을 올려야 한다. 지금까지 정규직 임금도 계속 동결이었지만 하청은 기성급 삭감이니 뭐니 계속 임금체불을 당하고 있다. 

 

: 평소에 임단협하면 하청 관련 부분은 한 줄 들어갔다. 하청 처우 개선한다는 정도. 그것도 막연한 게 대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지도부는 이렇게 생각한다. 일단 정규직 조합원들의 문제를 푸는 것도 힘드니까. 진성성이 드러나야 한다. 우리가 뭘 포기하더라도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그리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예를 들면 휴일에 같이 쉴 수 있게 만든다던가. 

 

: 저는 하청지회 유인물을 같이 뿌린다. 오늘도 여기 있다가 아침에 잠깐 나가 유인물을 함께 뿌렸는데 한 명의 하청 노동자가 제 손을 꼭 잡으면서 “나도 하청노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가입하고 싶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죄송하다” 이러고 갔다. 최근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2,000여 명의 성과급 쟁취투쟁도 있었는데 여기 하청 노동자들도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지금 현대중공업 직영 노동자들도 싸우고 분위기가 바뀌는 걸 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지금 당장은 법인분할 문제가 크지만 이 투쟁에서 승리하고 이 분위기를 살려서 하청 노동자 조직화로 이어가야 한다. 

 

지금 파업공간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예를 들어 현장에서 하청지회와 함께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작업중단만이 아니라 집단가입을 호소하고 설득하는 일은 어떤가?

 

: 하청 노동자 같이 끌고 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엔 당장 우리 역량이 부족한 것 같다. 하청지회가 이 기회를 활용해 하청지회 자신의 조직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 할 수는 있지만 가입하면 명단이 사측에 들어간다. 하청에 있었던 제 동기도 파업에 동참하곤 했는데 사측이 알고 압박을 해서 지금은 부산에 가 있다. 가입도 중요하지만 가입했을 때 보호할 수 있는 틀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 그렇게 하면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금도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뼈 빠지게 일하고 있다. 정규직이 아니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조합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쉽게 나설 수 없다. 블랙리스트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단체협약이나 규약으로 노조 가입 시 고용보장을 확보해야 한다.

 

: 작년에 하청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하청 노동자들 찾아가서 노조와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처음에 들어가니 정규직에 대한 반감이 엄청 심했다. 설명도 못했다. 그런데 그 때 회사가 전 공장에 CCTV를 설치하려고 해서 반대서명을 받았는데 하청 노동자들도 동참을 해 줬다. 자신들도 그건 불만이라고 하면서. 계속 그런 걸 찾았으면 한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말 불만을 느끼는 부분을 정규직이 대신 투쟁해서 따줘야 한다는 게 아니라, 계속 설명해주고 함께 바꿔나가자고. 지금도 해야 하고 오랜 기간 해야 한다.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물량팀이 많아서 얘기를 나눴던 하청 노동자가 1주일 지나면 사라진다. 그리고 블랙리스트 제도 때문에 하청 노동자들이 모여서 가입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현대중공업의 노조탄압은 악명이 높다. 

 

: 최근 새로 들어온 사람들, 고등학교 졸업하고 막 들어온 사람들에게 엄청 세뇌교육을 시킨다. 노조는 폭력적이고 무조건 나쁘다고 주장한다. 입사하자마자 회사 눈치를 보게 된다. 정말 압박이 심하다. 

 

: 제가 겪어본 현대중공업은 정말 악랄하다. 조금이라도 파업에 관심을 보이면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노조나 조합원들을 관리하는 기술이 엄청나다. 오로지 노무관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마스터보드(팀장급)니 주니어보드(앞으로 팀장할 사람들)니 하는 사람들에게 엄청 교육을 시킨다. 

 

: 사측이 경고장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대오가 갑자기 들어나니까. 견책 두 번 나오면 상여금 깎는다고 공문 날린다. 조합원들이 안 받으니까 가정으로 경고장을 발송하고 있다. 가정을 흔들려는 의도다. 악랄하다. 어떻게든 물적분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의 열기가 뜨겁다. 

 

: 그동안엔 지부가 싸우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저도 지부 지침을 다 따랐지만 내가 왜 이렇게 해야 하냐는 의문을 가졌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31일에 끝나는 게 아니다. 지도부가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면 여기서 조금 줄어들 수도 있지만 많은 대오가 함께 싸울 것이다. 

 

: 사실 놀랐다. 기자회견도 다니고 연대도 다녔지만 머리수 채워주는 느낌. 형식적인 게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간부들 발언도 다르다. 그동안 지도부 의지도 안 보이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도 안 보이는데 이번에 지도부가 결단하니까 사람들이 감동을 했다. 

 

: 거꾸로 조합원들이 뭔가를 보여줬기 때문에 지도부도 결단할 수 있었다. 조합원이 2,000명, 3,000명 나오니까 지도부도 결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저희 부서는 거의 안 나오다가. 최근에 꽤 많이 나왔는데 어용 대의원들이 누가 나오는지 다 보고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압력이 심해졌다. 어용 대의원들 눈에 띄면 안 되니까 다른 지단에 가 있는 경우도 있다.

 

: 오랜 어용시절을 지나 2013년 말 민주집행부가 등장했지만 너무 안이했다. 쉽게 승리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구조조정이 얼마나 심각하고 크게 오는지를 얘기했어야 했다. 물론 구조조정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승리한 경우가 많지 않다. 그 부분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조합원을 믿고 투쟁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 정규직 임단협 투쟁만 하지 말고, 내 임금만 올릴 생각을 하지 말고 노동시간을 줄이고 하청 노동자를 조직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 많이 달라져 있을 거다. 4년 동안 정규직 4천 명 이상이 나가고, 하청 노동자 3만 5천 명 이상이 나갔다. 그래서 지금 상황을 보면 조직력이 약해지자 가장 센 공격이 왔다. 하청 노동자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쉽다. 반드시 이번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투쟁을 계기로 모든 조선소 노동자가 공동투쟁으로 나가갔으면 한다. 

 

: 피도 눈물도 없는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잘려 나갔다. 희망퇴직 압력으로 나간 사람도 있고, 계속 임금이 동결되니까 자식은 먹여 살려야 하는데, 오랜 고민 끝에 나간 동료들도 있다. 마음이 정말 아프다. 더 이상의 구조조정을 막아야 한다. 

 

: 이번엔 몸이 부서지더라도, 피를 흘리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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