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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협약비준 추진? 정부가 흘린 스모킹 건, 노동개악 입장이 분명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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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조회 6,292회 2019-05-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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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누구의 공약이었을까?


 

결사의 자유 협약(87·98) 비준을 위한 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지난 415일 발표된 경사노위 최종 공익위원안을 포함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오늘(22) 노동부에서 발표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 입장이다. 정부의 입장이 과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것인지, 뭔가 기대할 만한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스모킹 건이 이 한 문장에 들어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이라고 말하지만, 그간 경사노위에서 진행된 논의 양상을 보면 결국 저 의견이란 자본가들의 의견에 지나지 않았다. 비정규직, 청년, 여성을 포함한 노동자 전체의 요구는 가볍게 무시된 반면, 경총 같은 자본가단체의 목소리가 경사노위를 지배했다. 그 구조가 뻔히 보였기 때문에 민주노총도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부는 저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으로 포장된 자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다는 강력한 조건을 걸어놓음으로써, 노조 말살 입법을 동시에 하지 않는 한 ILO 협약 비준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415일 발표된 공익위원 안에 이미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연장,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자본가단체의 요구가 다수 반영돼 있다. 이건 우리가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다. 공익위원안 자체가 ILO 협약에 미달할 뿐만 아니라 협약 위반 소지까지 품고 있다는 점은 공익위원들 스스로도 인정했다.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인 이승욱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솔직하게 말했다.

 

단결권 관련 공익위원안은 국제노동기준 위반마저 감수하고 경영계 요구를 충분히 반영해 노동계 불만이 큰 상황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결성권을 보장하라는 국제노동기구 권고도 있었지만 경영계 요구로 공익위원안에 반영되지 않고 장기과제가 됐다.”

 

노동개악의 물꼬를 터줄 것인가

 

여기에다 또다시 사회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한다는 명분으로 온갖 보수단체, 자본가단체의 로비가 폭주할 것이다. 사실상의 정부 입법안인 한정애 의원의 노동개악안은 이미 ILO 협약과 충돌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는데, 더 개악된 내용으로 바뀔 것이다.

 

이른바 김용균법이 입법예고안에서 국회제출안을 거쳐 최종 통과안이 되는 동안 법의 적용 범위,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전면 작업금지 등의 항목에서 거듭 후퇴하고, 최근 정부의 시행령·시행규칙은 거기에서 더 개악된 사례를 보더라도 이는 자명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님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산안법이 통과됐는데 누가 하위법령을 이렇게 쓸모없게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걸 모두 올해 정기국회에서 함께 논의되도록 한다면, 노동조합 때려잡기 위한 슈퍼개악안이자 경총 요구를 100% 수용해 발의된 자유당 추경호 입법안이 병합 논의될 것이다. 그런 논의과정에서 노동기본권 보장 취지가 담긴 내용은 남김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회의 몫으로 넘기는 건 굶주린 하이에나에게 사냥감을 넘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총선을 앞두고 돈에 목마른 기성 정당들 상대로 돈줄을 죄며 진행될 자본가단체들의 파상적인 로비 공세, 권력을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 준비가 돼 있는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뻔하기 때문이다.

 

국회만 쳐다보고 있을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한 투쟁을 조직해야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라는 명분 아래 그들은 누가 더 자본가들의 이익을 잘 챙겨줄 수 있는지 충성 다툼을 벌일 것이다. ILO 협약 비준과 노동개악 입법이 동시에 정기국회에서 논의되는 순간, 노동개악 입법 통과 없이는 절대로 ILO 협약 비준은 안 된다고 자본가들과 여야가 합창을 해댈 것이다.

 

충성 다툼의 과정에서 노동개악 입법과 ILO 핵심협약 비준 모두가 무산되더라도, ILO 협약을 비준해야 할 진짜 책임자인 정부는 그 책임을 국회로 돌리고 뒷일은 난 몰라 하면 그만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ILO 핵심협약 네 개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비준하겠다고 약속했다. 협약 비준에 따라 국내 법령을 개선해 가겠다고 했다. 그들은 여전히 노동존중을 입에 담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책임을 외면하며 도망칠 구멍을 내고 있다.

 

당장 국무회의를 열어 ILO 협약을 비준할 권능이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 이건 우리만의 견해가 아니다. 59ILO 코린 바르가 국제노동기준국장은 법제가 완벽해질 때까지 협약 비준을 미룬다면 노동권 보호는 지체될 것이라며 입법에 앞서 정부가 협약을 먼저 비준할 것을 공식 권고했다. ILO 회원국이자 이사국인 한국 정부는 오늘 ILO의 권고를 사실상 걷어찬 것이다.

 

말로만 노동존중, 입으로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칠 뿐, 문재인 정부는 자신의 공약이자 노동기본권의 일보전진에 불과한 ILO 핵심협약 비준을 거부한 것이다. 오늘 발표한 그들의 입장은 최저임금 공약 파기에 이은 또 다른 공약 파기다. 무엇보다도 자본가들과 함께 노동개악으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노동존중을 참칭하지 말고, 노동모독 재벌존중 정부라고 고백해야 하지 않겠나. 그들의 입장에는 기대할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도 없다. 자신의 책임은 슬그머니 뒤로 감춘 채 국회만 쳐다보고 있게 만들려는 문재인 정부의 농간에 노동자가 맞장구쳐줄 이유가 하나도 없다. ILO 협약 비준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더 이상 문재인 정부에 헛된 기대를 보낼 게 아니라 노동자의 전면적인 총파업을 조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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