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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 이제야말로 양보의 객관적 결과를 생각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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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5,197회 2018-03-2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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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한국GM지부 사무지회


희망퇴직을 신청한 한국GM 군산공장의 마흔일곱 살 노동자가 2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7일에는 부평공장 노동자가 자살했다. 이번에 자살한 노동자는 주변에 실직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사에 대한 댓글은 온통 자살한 노동자와 귀족노조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안타까움이나 회사에 대한 분노는 찾아보기 힘들다. GM 노동자들을 둘러싼 사회의 시선이 얼마나 차가운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GM지부는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다.

 

물론 이런 따가운 사회적 시선과 고립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바꿔내야 하고, 바꿔낼 수 있다. 어떻게? 일부는 노동자의 양보를 주장한다. 그러나 그 의도가 무엇이건 이 길은 자본가계급의 주문을 받아들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노동자들을 더 절망적인 상태로 내몰 것이다. 사회적 헤게모니를 쥘 수도 없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현장 노동자들은 왜 양보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는가?


GM의 말을 믿는 현장 노동자는 사실 한 명도 없다. 지난 수 년 동안 GM의 거짓말을 숱하게 겪었기 때문이다. 당장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이 유지되더라도 3~4년 후 또 다시 철수문제가 불거질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또 속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회사에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한 번의 양보로 상황이 정리되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또한 비정규직이나 부품사 노동자들보다 자신의 처지와 조건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고용만 유지되면 임금과 복지는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믿을 만한 투쟁 지도부가 없다는 것도 양보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노동조합의 양보는 때 이른 시점에서부터 노동조합이 얼마만큼 양보해야만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을까라는 문제로 몰고 간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2,500명이 넘었지만 회사는 외국인투자지역 신청서에서 3,500명을 더 줄이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노조가 군산공장 폐쇄철회 등을 전제로 기본급 동결, 성과금 반납 입장을 밝혔는데 GM1,200억을 더 줄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양보할 생각이 있다면 추가 구조조정에 동의해라, 군산공장 폐쇄도 받아들여라, 더 많은 임금과 복지를 내놓아라 등등.

 

이렇게 상황은 노동자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무엇이 GM의 회생에 도움이 되는 진짜 양보인가라는 주제가 부각된다. 위기에 직면한 자본가들의 공격성은 일상시기보다 몇 배 더 증폭된다. 지금 GM이 그렇다. 그리고 자본가들은 한결같이 주장한다. “희망퇴직을 비롯한 구조조정을 확대하면 할수록 GM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회적 지지를 넓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아직 단호하게 양보를 거부하는 노동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양보의 객관적 결과는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도 드러났지만, 군산공장 폐쇄가 결정되고 GM 철수론이 본격화되면서 더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는 군산공장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에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고, 끈질긴 장기투쟁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동자들이 더 이상의 양보를 거부하고 책임을 GM과 정부에게 묻는 투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자본가언론은 융단폭격을 퍼부을 것이다. 그들은 소위 사회적 여론으로 포장된 자본주의 체제의 압력을 끊임없이 퍼뜨릴 것이다. 당장 이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자본가계급의 여론에 끌려 다니지 않고 사회적 지지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규직, 비정규직, 그리고 부품사 노동자들의 단결과 공동투쟁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공장 밖의 힘을 전취하는 전략의 핵심이다. 노동자계급 전체의 단결투쟁을 위해 전진하면서 노동자계급 내에서 원군을 조직하고, 자본가들과 정부를 포위해가는 것만이 사회적 주도권을 쟁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 지금은 노동자계급 내에서도 GM 정규직 노조에 등을 돌리는 노동자들이 많다. 그동안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고통을 방치하고 외면했기 때문이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이익만 챙기면서 비정규직을 배신해왔기 때문이다. 취업비리, 납품비리 등 온갖 비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부품사 노동자들과 손잡고 군산공장 폐쇄철회,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보장 등 모두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결의해야 한다.

 

보통 노동자들의 반응은 이런 것이다. “GM 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동안 많이 벌었던 귀족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잘려도 살만 하다. 그러나 GM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가난한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잘리는 건 마음이 아프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런 다수 노동자로부터 지지받으면서 고립을 타개할 길도 분명해진다. 정규직만이 아니라 사내하청 노동자, 중소 부품사, 하청 노동자 전체의 요구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군산공장 폐쇄 반대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수만 명 노동자들의 생존권 사수가 군산 전체 노동자 민중의 생존의 버팀목이라고 외치며 당당히 치고나가는 것이다. 반대로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를 방치하면서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고 정규직이라도 살겠다고 할수록 고립은 깊어지고, 살 길은 막힐 것이다.

 

당장 이렇게 과감하게 자기고백에 나서고 계급적 대의를 주장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노동자들부터 진지하게 과거를 돌이켜보고 새로운 투쟁을 시작할 수 있다면 수많은 노동자가 응답할 것이다. 이것은 당위적 원칙만의 문제가 아니며, GM 투쟁이 뻗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현실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420일까지 안 하면 부도? 급한 건 GM 자본


GM2월 말 데드라인, 3월 말 데드라인 하더니 이제는 420일까지 합의 안 하면 부도를 신청하겠다고 협박한다. 그걸 넘기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실제로 GM이 임금체불, 성과급 지급유예, 위로금 지급연기 같은 카드를 쓸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면서 부도나 법정관리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모든 채권이 동결되기 때문에, GM은 한국에서 뽑아가고자 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뽑아갈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부도나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해서 모든 생산, 판매, 수출이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일정한 타격은 입겠지만 기본적으로 그간의 판매망을 위한 생산, 판매, 수출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만약 위로금, 성과금, 임금 등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도 생산에 타격을 주는 강력한 전술을 동원해 저들을 압박하면 된다.

 

3월 말이 다가올수록 저들의 압박은 거세질 것이고, 그동안 동요했던 GM지부가 더 많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GM지부의 배신적 타협을 경계해야 한다. GM지부가 투쟁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활동가들과 평조합원들이 자신의 투쟁의지를 더 분명히 밝히고 현장의 투쟁대열을 조직해야 한다. 군산공장 조합원들이 200명씩 부평공장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부평공장 노동자들이 함께 현장을 누비면서 투쟁대열을 늘려갈 수 있는 소중한 발판이 마련됐다. 이제 뭉치면 된다.

 

싸울 수 있을 때 싸워야 한다, 바로 올해!


한 번의 양보로 상황이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GM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올해만 어떻게든 넘기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지금까지 그렇게 하다가 이 지경까지 왔다. 그나마 트랙스, 스파크 생산이 계속되고 있고 위상이 확고한 디자인센터가 있는 바로 올해 투쟁해야만 GM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실사는 빨라야 5월 초에 끝난다. GM의 계획, 정부의 판단이 다 드러나는 건 그때다. 군산공장 폐쇄철회, 비정규직 포함 총고용보장의 깃발을 놓지 않고 지금부터 5~6월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GM의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단결하자. 투쟁의 깃발 아래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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