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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장의 담화문: 거짓으로 가득 찬 사탕발림, 더 큰 투쟁으로 날려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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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예주 조회 9,230회 2019-05-2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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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발린 거짓말을 늘어놓은 현대중공업 사장의 담화문

 

 

오늘(21일) 오전 현대중공업 사장이란 자가 담화문을 발표했다. 각종 전문가 토론회와 기자회견, 90% 넘는 조합원 서명에도 꿈쩍하지 않던 저들은, 분노가 폭발한 노동자들이 공장을 멈춰 세우자 곧바로 입장을 낼 수밖에 없었다.

 

“단체협약, 기존대로 승계하겠습니다.” 단체협약을 승계한다고? 3월 8일 법인분할 이사회 의결 후 두 달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수도 없이 물어봤지만 단협 승계에 대해선 한 마디도 없다가 이제 와서 저 말을 믿어달라는 건가!

 

게다가 사장이 언급한 승계 내용을 보라. ▴기존 근로조건과 복리후생제도 ▴연월차 ▴연장수당 ▴근속수당 ▴각종 휴가제도 ▴자녀 학자금 …. 이건 대법원 판례에 의해 당연히 승계돼야 할 노동조건이다. 단체협약의 핵심 내용은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단결해 회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노동조합의 권리다. 그런 내용이 승계된다는 얘기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회사 창립기념일도 3월 23일 그대로 유지된다? 올해 1월 1일자로 한국지엠에서 법인이 분리된 신설법인(GMTCK) 역시 창립기념일은 기존과 동일하게 10월 17일로 유지된다. 이러고도 “특정 기업(한국지엠)의 사례”와 다르다고 강변한다. 변명할 게 없어서 겨우 창립기념일 타령이란 말인가! 이래서 회사 얘기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어선 안 된다.

 

“다만, 단체협약 승계는 회사의 일방적인 선언보다는 노사 간 합의가 중요합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노사 실무협의체’에 참여해서 진솔한 자세로 협의해야 할 것입니다.”(담화문 중)

 

그렇다. 회사는 단협을 온전히 승계할 생각이 없다. 회사가 분할계획서에 “기존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승계한다”고 딱 한 줄만 집어넣으면 단협은 자동으로 승계된다. 그런데 이제 와서 ‘노사 합의’ 운운하다니? 이건 명백히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5월 31일 주주총회 날을 받아놓고 노사 합의를 말하는 건 협박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단체교섭도 아니고, 노사협의회도 아닌, 고작 ‘실무협의’로 하자니 이게 말인가 막걸리인가. 최근 시작된 임금교섭에서는 물적 분할 관련 한 마디도 못 꺼내게 하지 않았나! 온갖 감언이설로 눈속임을 하려 하지만 사장 담화문의 속내는 결국 이런 얘기에 다름 아니다.

 

“회사 분할은 기정사실이고, 노조가 말 잘 들으면 단협 승계도 검토해볼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노조도 양보해야 된다. 노조가 양보해야 할 리스트 놓고 실무협의 하자. 하기 싫으면 아무것도 없다. 이게 바로 ‘노사합의’가 중요한 이유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짚어야 한다. 단체협약 승계만 되면 회사 분할은 괜찮은 것인가? 온갖 부채를 다 떠넘긴다. 지주사 밑에 중간지주사, 하청의 재하청으로 만들어 노동자 쥐어짜고 정 씨 일가 배만 불린다. 우리 노동자들은 물적 분할 자체를 반대한다. 회사가 진정으로 대화할 생각이 있다면 회사 분할 계획부터 중단하고 노동자들에게 석고대죄 해야 한다.

 

진짜 투쟁은 지금부터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사장의 오늘 담화문은 회사가 기존에 보이던 태도와 사뭇 다른 것만은 사실이다. 왜 이런 입장을 발표했을까? 그렇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의지를 모아 파업을 결행했기 때문이다.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회사가 저런 정도의 입장을 내지 않으면 분노의 불길을 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과 3일의 파업, 3천 집회 대오의 힘이 사장의 저런 담화문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상상해보자. 지금까지 파업에 들어오지 못했던 부서까지, 그리고 하청 노동자들까지 가세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주주총회가 열리는 시점까지 하루하루 더욱 강도 높게 파업을 끌고 간다면 현중 자본의 태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바람아, 불어라! 더 세차게! 이번 파업으로 노동자의 힘이 무엇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젊은 세대들은 빠른 속도로 배우고 있다. 아니, 이건 그저 맛보기일 뿐이다. 지금보다 훨씬 멀리 나아갈 수 있다. 1994년 이후 4반세기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노동자들의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과감하고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현대중공업 민주노조 역사를 새로 써갈 차례다.

 

평범한 조합원들도 회사가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간부들과 활동가들이 정말 사생결단의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간부, 활동가를 믿고 미련 없이 한판 싸움에 나서기 위해 조합원들은 답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아무것도 약속한 게 없어요. 또 우리를 속이려고 장난치는 거죠. 이럴 때일수록 더 세게 밀어붙여서 쐐기를 박아야 합니다! 이제 공수 교대에요. 지금까진 회사가 공격하고 우리는 수비만 했죠. 이제야말로 우리가 공격할 차례인 거죠. 제가 앞장설게요. 함께 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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