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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미포만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투쟁의 뜨거운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성호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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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관 조회 5,559회 2019-05-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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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 단체협약 승계 없는 법인분할은 정규직 문제뿐 아니라 하청 노동자에 대한 엄청난 공격”

“수세적 방어투쟁에서 공세적인 쟁취투쟁은 모든 사내하청 노조가입과 원하청 공동투쟁, 나아가 공동파업 성사돼야 가능”

 

 

지난 5년간 조선산업은 심각한 불황을 겪었다. 불황은 조선산업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 여파로 10만여 노동자가 조선소에서 쫓겨나 고통의 삶을 살아야 했다.

  

현대중공업에서만 정규직 1만여 명과 하청 노동자 3만 5천여 명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구조조정 풍파에서 살아남은 정규직은 임금동결, 휴직, 강제교육, 비정규직으로의 전락 등을 겪었고, 하청 노동자들은 20% 이상의 임금이 삭감돼 생존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경제불황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자본의 공세는 그치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과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로 거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법인분할계획서에는 노조와 단체협약 승계가 빠져 있어 민주노조 파괴공격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게다가 자본은 ‘깐 이마를 또 까듯’ 20% 이상의 임금을 삭감당한 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체불하는 천인공노할 짓까지 벌였다. 이미 하청 노동자 75%가 300만 원 미만의 저임금 상태에 놓여 가계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는데 말이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파괴하는 법인분할 저지를 위해 3,000여 명이 파업집회에 참여했고, 나머지는 퇴근해 조선소를 멈추는 투쟁을 전개했다. 하청 노동자들은 빼앗긴 피땀을 되찾기 위해 임금 25% 인상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5월 21일 현대중공업 자본은 사장 담화문을 통해 ‘고용과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건 말일 뿐이며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관리자와 경비대를 동원해 천막설치를 탄압하면서 믿어 달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하청노동자 조직화와 투쟁의 한복판에서 종횡무진 발로 뛰고 있는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성호 지회장 동지로부터 투쟁 경과, 이후 계획과 포부를 들어보았다.    

 

 

5월 16일 현대중공업지부가 4시간 파업을 했습니다. 이날 울산노동자결의대회에서 지회장님이 “원하청 공동투쟁 법인분할 저지하자!”고 외쳤는데, 하청 노동자들은 법인분할 저지투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나요?

 

지난 4월에는 원청 책임을 촉구하며 체불임금 해결을 목표로 움직였다면, 5월 16일부터는 ‘하청노동자 임금 25%인상’ 요구를 걸고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출근집회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퇴근 후 진행한 법인분할 반대 울산노동자결의대회에 함께 했는데요. 법인분할 문제가 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에 있는 민주노조 사업장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 목소리로 함께 저지하자는 결의에 정말 뿌듯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잔업도 거부하고 집회에 참석한 하청 노동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정문 앞 집회인데도 얼굴도 가리지 않고 참석해 동지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모습과 함께 만장을 들고 행진한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법인분할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청 노동자에게도 엄청난 공격입니다. 임금인상은커녕 또다시 대규모 임금삭감과 체불이 예상되고, 그나마 있었던 성과금, 타결금, 귀향비, 휴가비 명목의 각종 격려금과 학자금 지원, 근속인정 자체가 없어지거나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청 노동자들도 모두가 나서서 법인분할을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하청 노동자들은 법인분할이 무엇인지 그 심각성을 잘 모르고 대다수는 관심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본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법인분할이 하청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많이 알리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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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성호 지회장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뿔이 났는데요. 지난 4월 하청 노동자들은 어떻게 투쟁했고 그 결과는 무엇인가요?

  

구조 상 사내하청의 임금체불은 항상 있어왔는데요.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건조부, 도장부 등 외업 부문에서 고질적인 체불이 계속 됐습니다. 그것이 곪아 터져서 올해 3~4월에 건조1부와 5부 8개 업체, 도장1부와 2부 10개 업체에서 대규모 임금체불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2개 업체가 원청으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했던 것이 하청 노동자가 뿔난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3월에 만들어진 카톡 오픈채팅방 ‘하청다함께’에 하청 노동자들이 모여들고, 4월 8일부터 2천여 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작업거부에 들어가면서 하청노조와 소통해 자발적인 출근집회가 4월 12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체불박살 원청책임 임금인상’ 구호가 적힌 ‘하청다함께’ 노란 몸조끼를 입고 원청 부서, 임원 사무실 앞에서 연좌농성도 하고, 기자회견 참여와 오토바이 경적시위도 벌였습니다. 

 

특히 4월 23일 동구청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 몰려가 ‘체불박람회 중단’을 요구한 것이 언론에 많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 강도가 높아지니 원청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미봉책으로 체불임금을 수습하면서 4월 임금체불 사태는 일단락됐습니다.

 

이번 체불임금 쟁취투쟁을 통해 하청 노동자들은 어떻게 변화됐나요?

 

이번 투쟁으로 하청 노동자들은 공동의 경험을 갖게 됐습니다. 아울러 더 많은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됐고, 현장에서 동료들에게 서로 용기를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2주간에 걸친 투쟁을 하면서 많은 고민도 있었을 것입니다.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 다 포기하고 그냥 다른 업체로 일하러 갈지, 아니면 조선소를 떠날지…. 두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한편으로는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이기겠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나!’ ‘일 한 돈 받자는 건데’로 생각이 발전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를 엄호해주는 노동조합이 있다’, ‘직접 보지 않았느냐’, ‘당당하게 행동하면 그 어떤 불이익도 없다’, ‘내가 증명하고 있지 않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 투쟁을 통해 목소리에서부터 벌써 자신감과 노조에 대한 선입견, 정규직에 대한 편견이 크게 줄어든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의 투쟁과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현재 현대중공업지부와 사내하청지회는 하청 노동자 조직화 사업과 원하청 공동투쟁의 방향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갖고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원하청 노동자의 처지가 달라 생기는 정서적 차이와 현안의 문제 등을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가는가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이번 법인분할 저지투쟁을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만들어내고, 투쟁 속에서 조직화 사업을 전개해 하청 노동자들의 노조가입 대세를 형성하기 위해 여러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규직 조합원들의 파업투쟁과 하청 노동자 조직화 사업이 결합될 수 있는 전술을 숙고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노조파괴 저지투쟁과 하청 노동자 임금인상은 동전의 양면처럼 연관돼 있어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하청 노동자 공동투쟁과 공동파업이 필수적이지 않을까요?

 

조선소 원하청 노동자들에게는 공동투쟁과 공동파업이 절실합니다. 직영과 하청이 단결하지 못하면 각자의 노동기본권과 생존권조차 지킬 수 없다는 것이 지난 5년간의 구조조정에서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수세적인 방어투쟁에서 공세적인 쟁취투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가입과 원하청 공동투쟁, 나아가 공동파업이 성사돼야만 가능합니다. 그 길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입니다. 

 

가장 야만적인 현장 중 하나인 조선소에서 원하청 공동투쟁과 총파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전국의 노동자 동지들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당부 드리고, 전체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투쟁에 복무하는 대중적인 노동조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 하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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