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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철폐 요구는 노동자 단결투쟁의 출발점: “비정규직 투쟁을 노동해방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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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엠 노동자 조회 6,167회 2019-05-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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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일자로 게재된 기고문 비정규직 투쟁을 노동해방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를 읽고 의견을 밝힌다. 기고문의 필자가 주장하려는 의도와 달리, 그 글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점이 있다는 판단이 든다.

 

기고문에서 말한 것처럼 비정규직 제도란 자본이 노동자 착취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이는 노동자의 단결을 막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자본가에게 이용된다. 어느 비정규직 동지는 이를 빗대어 비정규직 사용의 최대이익은 비용절감보다 노동자 단결을 막는 데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비정규직 철폐 요구는 노동자 총단결투쟁을 전진시키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십 수 년 전부터 이어져온 비정규직 투쟁은 여전히 제대로 된 승리의 기억을 갖지 못한 채 패배의 경험을 쌓고 있다. 자본가들은 자신의 계급이익을 위해서 사활적으로 달려드는 반면, 노동자들은 단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배의 기억 때문에 때로는 비정규직 철폐 요구에서 물러나 우회로를 찾기도 하고, 일부 조합원만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편협한 사고가 나타나기도 한다. 비정규직 철폐보다는 자신의 정규직으로의 신분상승을 최종 목표인 것처럼 여기는 왜곡된 관점이 자리 잡기도 하고, 노동자 단결투쟁 대신 법률적 소송에만 기대는 부적절한 후퇴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 모든 잘못된 후퇴의 근원으로 정규직화 요구를 지목하며 이제 정규직화 요구는 의미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이 반감을 갖기도 한다는 점 역시 사실이다. 극도로 고통스러운 취업난에 시달리던 청년들이 취업 후에는 자본의 논리에 동원돼, 노동자의 공통이익보다는 자기가 겪었던 고통에 대한 보상심리를 더 앞세우는 모습이다. 이런 현실의 압력 때문에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요구를 내세우는 걸 꺼려할 수도 있다.

 

그런데 비정규직 철폐 요구를 대신해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내걸면 정규직들의 그런 반감이 없어질까? 다른 구호를 내걸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공동체적 삶과 투쟁의 경험을 통해 함께 자신감을 키우면서, 그런 반감이 사측이 조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걸 이해하고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한 사례로 한국지엠 현장에는 지엠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하나된 투쟁 - 함께살자 공동행동이라는 공동투쟁체가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연대투쟁으로 시작했지만, 그간의 투쟁을 거치면서 비정규직 문제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문제에도 함께 맞서는 투쟁까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단결의 정신은 단순히 누가 누굴 도와준다는 선의나 도덕심 문제를 뛰어넘어 함께하는 행동을 통해서 자라날 수 있다.

 

기고문에서 예로 든 보험사 사고조사원(애니카지부)의 경우 원청을 상대로 한 정규직화 요구를 내거는 것이 다른 보험사 사고조사원과의 연대를 어렵게 만든다고 판단한 부분도 동의하기 힘들다. 투쟁으로 수수료를 올린다 한들 일감을 안 줘버리면 아무 소용없게 된다. 오히려 애니카지부 노동자들이 유리한 상황(기존에는 정규직 일자리였던 상황)을 활용해 원청을 상대로 정규직화를 내걸고 단호하게 싸운다면, 다른 업체 노동자들도 투쟁의 타깃을 분명히 하고 함께 연대를 확장해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비정규직 제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노조할 권리를 제약할 목적을 갖고 있는데, 그런 비정규직 제도를 내버려둔 채 노조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모순적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철폐를 대신해 비정규직 차별철폐, 처우개선, 노조할 권리 등을 앞세우는 것이 오히려 투쟁의 전망을 협소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경우에 따라선 일부 노동자도 고정된 정규직 고용이 아니라 단기 아르바이트 형태의 자유로운노동을 선호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그것이 정말로 자유로운노동인지. 일부 젊은이들이 진정으로 그런 일자리를 선호해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아니 어쩌면 그 자유가 또 다른 고통스런 굴레의 위장된 형식에 불과한 건 아닌지.

 

기고문의 필자가 주장하듯이 자본주의를 넘어 노동해방으로 나아가려면, 그것을 가능케 할 힘의 뿌리인 노동자계급의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자본가계급이 갈라놓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를 허무는 투쟁이 사활적이다. ‘비정규직 철폐는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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