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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파업과 껍데기 버스 준공영제를 넘어, 진짜 민주노조를 향해 진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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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5,447회 2019-05-1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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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이윤을 공격하기를 겁내지 않아야 실질적인 대안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난 15일 전국 11개 지역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산하 버스노조들이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일단 파업이 철회됐다. 기형적인 임금구조에서 발생하는, 52시간 노동제에 따른 임금삭감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버스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였다.

 

자동차노련 발표에 따르면 전국 버스 노동자 평균임금이 346만 원인데, 그중 기본급은 169만 원(49%)에 불과하다. 나머지 51%는 잔업, 특근 등 초과수당 110만 원(32%)과 상여금 67만 원(19%)으로 구성돼있다. 이런 기형적 임금구조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평균임금이 최대 100만 원까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노동시간 단축의 전제조건인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충족되지 않은 결과물이다. 내년 1월부터 300인 이하 사업장에도 주52시간제가 도입되면 이런 문제는 더욱 큰 무게로 우리 노동자들 앞에 다가올 것이다.

 

자동차노련의 요구는 정당한가?

 

버스 노동자들의 절실한 임금인상 요구는 물론 완전히 정당하다. 그러나 남는 문제가 있다. 이 정당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한국노총 자동차노련은 국토교통부나 서울시, 경기도 등과 협상을 벌였고, 투쟁 대상도 바로 그런 기관들이었다. 자동차노련이 추구하는 해법이 정부나 시 보조금 인상, 버스요금 인상을 통한 버스 노동자 임금인상이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자동차노련은 임금투쟁의 직접적 대상인 버스 자본가들을 향해서는 주먹을 치켜들지 않았다. 오히려 버스 자본가들과 하나의 진영을 이루면서, ‘적자노선 정상화, 정부 보조금 인상, 버스요금 인상등의 요구를 함께 외쳤다.

 

일종의 자본파업이라 부를 만한 상황이 조성됐다. 버스 자본이 내걸 만한 요구를 노동조합이 대행하는 것 말이다. 반대로 임금인상이라는 정당한 요구를 내건 버스 노동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고 더 비싼 버스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다수 노동자 민중과 대립하는 지경에 빠져들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나?

 

수많은 시민들의 목숨을 싣고 달리는 버스 노동자들이 과로로 인해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 거의 모든 노동자 민중의 바람이었다.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저하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급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을 통해 가능했다.

 

그러나 버스 자본은 그것을 거부했다. 자동차노련은 버스 자본에 맞선 임금투쟁으로 임금구조를 개선하고 임금의 획기적 인상을 끌어내야 했다. 그러나 노사협조주의로 일관해온 자동차노련은 다른 해법을 모색했다. 버스 자본과 상생하는 길, 즉 버스 자본의 부담을 줄이고 심지어는 자본의 이익을 지켜주는 길 말이다.

 

그 수단이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 인상, 버스요금 인상이었다. 이렇게 되면 버스 자본은 손 하나 안 대고 코풀게 된다. 임금인상액은 공공보조금이나 버스요금 인상액으로 충당하면 되고, 더 나아가서 더 높은 이윤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버스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인상 요구가 노동자 서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원성까지 받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관료들의 노사협조주의, 그리고 전체 노동자 민중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들의 조합주의적 이익만 지키려는 태도가 문제였다. 자동차노련 관료들의 협조 덕분에 진짜 원흉인 버스 자본은 저 멀리 피신하면서 노동조합이 독박을 쓴 것이고, 진짜 이익은 버스 자본이 챙겨간 것이다.

 

버스 준공영제의 허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경기도는 어떻게 대응했는가? 우선 서울시를 보자.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와 이번 버스노조 파업은 사실 큰 상관이 없었다. 이번에 파업에 나서겠다고 한 250여 개 버스노조 상황을 국토부가 확인해본 결과, 이미 200여 개 노조의 노동시간이 주52시간 이하였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버스노조들이 거기에 해당됐는데, 지난해 주52시간 노동제 시행 발표 후 추가로 필요한 기사들을 이미 뽑아놓은 상태였다.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이것이 남은 문제였다.

 

서울시 버스 자본이 기사들을 추가로 뽑은 것은 노동자들에게 우호적이어서도 아니었고,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버스 준공영제를 통해서 서울시가 적자(?)를 메워주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04년부터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는 지금까지 총 37,155억 원을 지원했다. 2016년 이후 매년 3,000억 원 가까이 지원하다 지난해는 5,402억 원이 서울 시내버스회사 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갔다.

 

버스 자본은 준공영제를 통해 정부나 시에서 지원받는 돈으로 노동자 임금도 처리하고, 안정적인 이윤도 확보해왔던 것이다. 현금수입을 축소해 신고하는 등 탈세를 비롯한 버스업계의 비리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지원이 낭비된 사례도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적자타령을 일삼는 버스 회사들 대부분이 사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만성적자를 이유로 서울시의 재정지원을 받는 시내버스 회사들이 지난해에만 197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 지원으로 적자 신세를 면한 버스업체들은 순이익의 약 70%를 배당에 썼다. 배당액 대부분은 소수 주주에게 집중돼 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혈세가 버스회사 오너들의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회사의 절반 이상(15)은 주주가 5명 이하였다. 소수의 주주가 배당을 결정해 수억 원의 배당액을 나눠 갖는 구조인 셈이다. 통상 주주들이 임원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봉 외에 추가로 거액의 배당금을 가져간다는 추정이 가능하다.(519일자 <연합뉴스>)”

 

모든 이들이 다 눈치채고 있듯이, 버스 회사 적자타령은 눈가리고 아웅하기다. 버스 자본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조사, 영업비밀 공개가 빠진 상태에서 준공영제 확대 도입이란 버스 자본의 이윤을 안정적으로 더 늘려주는 짓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런 식의 왜곡된준공영제는 버스 자본과 버스노조 관료들이 결탁해 노사협조주의를 지속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이다. 자본과 노동조합이 임금을 두고 싸우는 대신, 정부나 서울시를 상대로 보조금을 더 따내고 버스요금을 인상시키는 간편한 해법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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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타결이란 정부에 의한 자본가 퍼주기의 다른 말이다.(사진_뉴스1)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제 내년부터 노동시간 단축 적용을 받는 300인 이하 사업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버스처럼 준공영제로 정부와 시의 보조금이 나오는 곳이 아닌 다른 부문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심지어 버스의 경우에도 300인 미만 사업장(이들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더 낮다) 노동자들의 임금감소 문제는 내년부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미 서울시 버스보조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계치에 이르고 있다.

 

계속 버스 자본과 한통속이 돼 껍데기 버스 준공영제를 요구하며, 사실상 보조금 인상을 통해 버스 자본을 지원하라고 노동조합이 요구하면 할수록,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노동자 서민들은 노동조합에 반발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서울시는 버스 자본에게 퍼주는 보조금을 줄이면서 버스 자본의 이윤을 압박하는 대신, 버스 자본 살리기를 준공영제 확대로 포장하는 데 급급하다. 왜인가? 간단하다. 버스 자본가들과 그들이 사실상 한통속이기 때문이다. 즉 정부와 서울시가 버스 자본의 이윤을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버스요금 인상

 

재정이 튼튼하지 않아 보조금을 주기 어려운 지자체의 경우에는 더욱 가관이다. 가령 경기도다. 52시간제 도입으로 경기도 버스회사들이 6월 말까지 뽑아야 하는 버스기사가 3,000여 명쯤 된다. 버스 자본의 적자를 메우려면 매년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3,000억 원의 추가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경기도의 계산이었다.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경기도는 아예 버스요금 인상을 해법으로 꺼내들었다. 버스요금을 200원 더 올려 매년 2,500억 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여기에 간접적인 지원책까지 합쳐 버스 자본의 부담을 털어주겠다는 것이 경기도의 제안이었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이유로 지하철 등에 거의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 버스 출퇴근 비율이 대단히 높은 경기도 노동자 서민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노동자 서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데는 과감하지만, 버스 자본가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거들면서 노동자파업의 힘을 버스 자본의 요구를 관철하는 데 활용하며 자본과 한 팀을 이루는 것이 바로 자동차노련 관료들이다.

 

다른 대안은 없는가?

 

껍데기 버스 준공영제, 버스요금 인상 등 버스 자본의 이익을 보전하는 것 말고 다른 해법은 없는가? 책임을 자본에게 묻고, 자본의 이윤을 수탈해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지켜주는 해법 말이다. 버스 노동자의 생존과 전체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하나의 밧줄로 연결해 서로를 단결시키는 해법 말이다. 잔업과 특근 없이도 주40시간 이하 노동으로 안전하게 버스를 운행하고 생활임금을 확보하는 해법 말이다.

 

껍데기 버스 준공영제명실상부한 버스 완전공영제로 바꾸면 된다. 적자타령을 하는 버스 회사를 접수해서 국가와 시가 완전공영제로 운영하면 된다. 완전공영제로 바꾸면 버스 자본이 정기적으로 수탈해가는 이윤을 없앨 수 있고, 그것으로 버스요금도 낮추고 버스 노동자의 생활임금을 보장해줄 수 있다.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낮춰 버스 승객들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 자본의 이윤을 공격하기를 겁내지 않는다면, 이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아가서 이렇게 완전공영제로 운영되는 국유화된 버스회사들을 버스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게 하면 된다. 국유화된 버스 공무원 자격으로 노동자들은 무한한 책임성을 갖고 버스를 공공적으로 운영할 것이다.

 

이런 전망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조직이 자주적이고 노동자 전체의 대의에 충실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자동차노련의 어용노총 관료집단의 노사협조주의를 뚫고, 자본과 비타협적으로 맞서 싸우면서 전체 노동자와 어깨 거는 진정한 민주노조를 향해 버스 노동자들이 전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노동자들은 이런 정신으로 충만한 버스 노동자들이 내거는 완전한 버스 공영제, 버스 노동자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버스요금 인상 반대 요구를 열렬히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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