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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비정규직 투쟁을 노동해방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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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자로부터 조회 5,950회 2019-05-1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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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한 독자가 보내온 이 기고문에는 정규직화를 지향해온 비정규직 투쟁이 협소한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비정규직 투쟁이 처한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우리가 그동안 취해온 관점과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고용형태 차이, 비정규직 내의 다양한 조건 차이를 넘어 공동의 투쟁을 확산시킬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한 표현으로서 의미 있다고 판단해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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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공무원U신문

 

 

2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공동파업 돌입 선언 등 비정규직 투쟁이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그동안 비정규직 투쟁은 정규직과 동일하게 일하면서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당해온 현실에 대해 알리고 투쟁을 조직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규직화 요구는 자회사 정규직화로 귀결되고, 결과적으로 비정규직보다 못한 정규직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투쟁의 슬로건은 다시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됐다. 그런데 저 제대로 된 정규직화란 도대체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 스스로 정확히 무엇을 바라는지 구체화하지 않은 채 정규직이라는 딱지에만 매달려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건 아닐까?

 

또한 이 과정에서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을 바라는 비정규직의 염원(?)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정규직이 구사대 역할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슬로건은 정규직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멀어지게 만든다. 정규직이 숭고한 정신과 도덕심을 발휘해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 하라는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는 정규직들은 불쌍한(?) 비정규직을 위해 함께 싸우지 않는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인 집단이란 말인가?

 

자본의 노동착취 강화를 위해 비정규직이 확산된 것은 맞다. 그러나 이제 비정규직의 문제를 노동해방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노동자투쟁의 목표는 개별 자본의 무분별한 경쟁을 위해 끊임없이 생산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아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자본의 축적과 경쟁, 자본주의 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노동자가 건설할 사회는 노동자대표들이 모여 노동시간, 임금, 생산량을 결정하는 사회일 것이다. 노동자들은 일하는 분야에 따라 하루 몇 시간만 일할 수도 있고, 1년 중 몇 달만 일할 수도 있으며, 자기에게 할당된 노동시간을 채우기 위해 자기에게 편한 일을 자유롭게 할 수도 있다. 또한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일을 찾아갈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모든 노동자가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더 이상 실업이 없고 휴직이 있을 뿐이며, 새로운 일을 배우기 위한 훈련기간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노동해방 세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비정규직 투쟁의 방향은 비정규직 차별철폐, 처우개선, 노조할 권리 보장이 돼야 할 것이다. 계절노동, 기간제 노동, 단기 아르바이트, 특수고용직 등을 모두 아우르면서 투쟁을 확산시킬 수 있는 폭넓은 요구와 전망이 필요하다.

 

정규직과 동일하게 일하면서도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당연히 정규직이 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유행어가 있듯이, 일도 좋지만 자신의 개인적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이들 중에는 몇 달 일하고는 그 돈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한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고용형태를 넘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삶을 보장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삼성화재 애니카지부 투쟁에서 배울 점이 있다. 초기에 애니카지부는 퇴직금 소송과 정규직화가 주된 요구였다. 회사는 2009년 정규직이었던 애니카 사고조사원 인력을 대체하면서 특수고용 형태의 계약직으로 새로 뽑았지만, 회사는 여전히 정규직처럼 관리, 감독을 했다. 애니카지부 사고조사원들은 이런 조건에서 일차적으로 퇴직금 지급, 정규직화 요구가 투쟁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다른 보험회사 사고조사원들은 대다수가 정비공장 소속의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이 상황에서 오직 정규직화 요구에만 주목한다면 다른 보험사 사고조사원들의 투쟁으로 확산되기는 힘들 것이고, 삼성화재 애니카지부의 투쟁으로 한정될 우려가 크다. 정규직화 요구를 넘어 수수료 인상 등 다른 사고조사원들과 함께 투쟁할 수 있는 요구를 내걸고 투쟁한다면 보다 많은 지지와 연대투쟁을 조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도, 1년에 몇 달만 일하고도, 자유로운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로 일하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차별철폐, 처우개선, 노조할 권리 보장,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투쟁의 목표로 해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 조선 등 고용불안과 저임금 강요에 대한 정규직 투쟁, 노조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전교조 등과도 함께 연대투쟁을 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의 염원인 노동자 민주주의, 노동해방 세상은 정규직,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더 나아가 전 세계 노동자의 연대투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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