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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현대차 신평대리점 기획폐업: “나한테 고지 없이 노조에 가입했으니 나도 고지 없이 대리점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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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8,215회 2019-05-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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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 신평읍에 있는 현대자동차 신평대리점 소장 한길우는 조합원들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대리점을 폐업했다. 그런데 폐업은 원청인 현대차의 지시와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대리점은 내년 8월까지 계약이 돼 있다. 그런데 갑자기 폐업을 했다. 나한테 고지 없이 노조에 가입했으니 나도 고지 없이 대리점을 닫는다는 극악한 노조혐오, 노조탄압은 사실상 원청인 현대차의 지시 아래 이뤄졌다. 20년 가까이 일한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잘렸다.


보통 대리점이 폐업되면 노동자들은 인근 대리점으로 전환배치된다. 하지만 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인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에 가입한 조합원이 있는 대리점은 다르다. 노조탄압을 위한 기획폐업이기 때문이다. 원청은 문제 대리점폐업에서 머물지 않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평생 차를 팔며 살아온 노동자들의 생계까지 막아 버린다.

 

신평대리점 조합원들과 판매연대지회는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전시차량 반출을 막고 4일째 대리점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판매연대지회 김선영 지회장을 만나 투쟁 상황을 들었다.

 

우리도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진_김선영 지회장 페이스북)

 

 

신평 대리점 폐업의 배경은?

 

2015년 노조가 건설되자 현대차는 8개 대리점을 폐업하면서 확산을 막았다. 작년에 힘들게 금속노조에 가입했는데, 작년 가을부터 올 초 사이에 조합원이 많이 늘었다. 200여 명에서 600여 명으로 늘었다. 조합원 상경투쟁을 세 차례 진행했는데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집회 때는 300여 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현대기아차가 깜짝 놀란 것 같다. 다시 폐업전술을 써서 조합원이 늘어나는 걸 막아야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원청 지시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지금까지 원청 지시 아래 대리점을 폐업한 사실이 드러난 예는 수없이 많다. 현대자동차 문래중앙대리점 소장은 원청 지시에 따라 조합원을 해고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기아자동차 목동법원대리점 소장 역시 본사에 수십 번 불려가 조합원을 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시인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노조 조직현황을 파악해 각 대리점에 소속 조합원 명단을 통보하고 노조탈퇴를 종용했다.

 

소장은 530일에 폐업한다고 하면서 폐업 여부는 조합원들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협박했다. 노조를 탈퇴하라는 뜻이었다. 조합원들은 탈퇴하지 않고 우리 권리를 찾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소장이 임금을 엄청나게 갈취했다. 교통비, 당직비를 지급하지 않았으면서도 서류상으로는 25만 원 지급으로 기록한다. 근무하지 않은 아내를 근무했다고 기록했다. 영업 노동자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4대 보험이 아예 안 되지만 내근 노동자는 4대 보험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5년 동안 4대 보험도 지급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딱 최저임금만 줬다. 내근 노동자 포함 7명 모두 지난 1월 노조에 가입했다.

 

사실 조합원들은 이렇게 급박하게 폐업할 줄 몰랐다. 보증금, 위약금, 담보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원청과 얽혀 있다. 이렇게 급박한 폐업이 어떻게 원청 지시 없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바로 이렇게 농성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작년 금속노조 가입하고 1년 동안 조직하면서 조합원이 늘었고 투쟁력이 높아졌다. 그래서 폐업 소식을 듣고 즉각 집회를 열 수 있었다. 다음날 전시차량 빼내고 간판도 떼어갈 수 있다는 걸 예상했다. 우리가 폐업사례를 많이 봐 왔으니까. 이번에는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들도 예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대리점이 늘어나는 걸 반대한다. 대리점 자체가 나쁜 일자리니까. 보통 대리점 폐업하면 인근 대리점으로 보내는데 우리도 그렇게 고용승계하라는 요구다.

 

결코 쉽지 않은 요구라는 건 안다. 현대차 자본은 쉽게 조합원들을 다른 대리점으로 보내지 않을 거다. 그건 노조인정이고 자신들의 패배라고 생각하니까. 현대차는 정말 악독하다. 여기서 며칠 점거한다고 노조인정할 자본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우리도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는다.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끝까지 저항한다는 걸 보여줄 것이다. 너희가 폐업하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걸, 죽기 살기로 싸운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자동차 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다른 비정규직과 비슷하다. 자동차 회사들은 과거 외환위기를 전후해 판매망을 직영점과 대리점으로 나눴고 대리점을 늘리며 노동자들을 지독하게 경쟁시켰다.

 

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라는 동일한 자본에게 똑같이 지휘감독을 받는다. 원청 판매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고도 기본급 차별, 4대 보험 차별, 10년 넘게 근무하고도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하는 노예 같은 취급을 20년 넘게 견디고 있다. 정규직은 노동자로 인정받고 비정규직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노동자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다. 기본급, 퇴직금, 4대 보험 없이 판매수당으로만 먹고 산다. 20년 전과 지금의 노동조건이 똑같다.

 

이 열악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탄압을 받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더 강하게 투쟁하고 연대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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