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정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들, 갑(甲)에게 책임 묻다 - ILO 협약 즉각 비준! 노조법 2조 개정! 원청의 사용자책임!

페이지 정보

오민규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조회 7,636회 2019-05-07 16:00

첨부파일

본문

 

 

cc9072cce24445be4499b0291dfb2a59_1557212402_8168.jpg

저기 배짓는 노동자들은 누구의 책임이란 말이오?”

 

 

누가 하청 노동자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나요? 하청입니까, 원청입니까?”

 

하청 노동자들에게 이건 상식에 속한다. 노조로 조직돼 있건 그렇지 않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청 노동자 임금과 고용은 물론이요, 생사여탈권까지 원청 사업주가 결정한다는 사실을. 하청업체가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현장에서 단 며칠만 일해 봐도 알 수 있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죽어간 김군, 태안화력에서 죽어간 김용균 노동자 . 하청업체는 아무런 권한도 없었다. 안전조치 하나 하려 해도 원청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했다. 하청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역시 당연히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

 

하청노동 없이는 배 못 짓는 조선소

 

현대중공업에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배를 짓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벌써 몇 년째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건조 1부와 5, 도장 1·2부의 10여개 하청업체들이 원청에서 주는 기성금이 부족하다며 임금체불을 선언했다. (관련 기사: 여기가 임금체불 왕국이냐!” -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일어선다)

 

현대중공업 원·하청 자본은 언제나처럼 노동자들이 체념하고 포기할 거라 넘겨짚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지난 몇 해 동안 반복된 임금체불과 고용불안, 켜켜이 쌓인 불만이 누적돼 폭발했고 하청 노동자들은 단결과 투쟁의 길을 선택했다. “돈도 안 주는데 왜 일 시키냐며 자발적인 작업거부와 집단 출근투쟁이 시작됐다.

 

깜짝 놀란 현대중공업 원·하청 자본은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보자며 타협안을 내밀었다. 정규직이 파업을 해도 도크장은 문제없이 돌아가지만, 온갖 힘든 일과 위험한 일에 투입된 사내하청 없이 배를 짓는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하청 노동자의 임금, 노동조건은 현대중공업 원청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진짜 사장, 현대중공업에 교섭과 책임을 요구하다

 

그렇다면 하청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현대중공업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하청 노동자 진짜 사장이 현대중공업 원청이라는 사실만큼, 하청노조가 교섭을 한다면 원청을 상대로 요구해야 한다는 것 역시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이 상식은 왜 그동안 현실이 되지 못했을까?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3년 사내하청노조가 결성되자 현대중공업은 노조 간부가 속한 업체들만 골라서 폐업시키는 가공할 탄압을 자행했다. 그들은 사내하청 조합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과 탄압을 가함으로써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에게 공포를 조장하고 무권리 상태를 강요했다.

 

2004년 박일수 열사는 하청 노동자도 인간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몸을 불태워 참혹한 현실을 고발했다.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2012년 조선업 위기로 수만 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먼지처럼 사라져갔다. 이제 더 이상 참아선 안 된다. 아니, 더 참을 수도 없다. 하청 노동자의 고통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자들, 원청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424, 금속노조 현중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시급 2,100원 인상 휴가, 휴일 정규직과 동일적용 학자금, 명절귀향비, 휴가비 정규직과 동일적용 물량팀 해소와 고용형태 전환 휴업수당 미지급 근로기준법 위반 근절 등 정말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요구 아닌가!

 

저기 배짓는 노동자들은 누구 책임이란 말이오?

 

교섭요구 공문 보낸 지 5일 만에 현대중공업은 신속하게 답신공문을 보내왔다. 빠른 답변은 좋은데 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 단체교섭을 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음을 알리는 내용이다.

 

 

cc9072cce24445be4499b0291dfb2a59_1557212365_723.jpg 

 

 

그럼 도대체 하청 노동자들은 누구와 단체교섭을 하란 말인가? 하청업체와 교섭을 하면 사소한 요구 하나까지 원청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며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결정권자인 원청과 교섭하자니까 자신들은 단체교섭을 할 지위에 있지 않다, 그러니까 책임이 없다고?

 

하청노조가 만들어진 지 무려 16년이 지났다. 그동안 총선과 지자체선거 4, 대통령선거는 3번이나 진행됐고, 그때마다 정치인들은 원청이 사용자이며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하청업체에 인력을 몇 명이나 둘지, 임금은 얼마로 할지, 여름휴가는 며칠로 할지, 성과급은 얼마를 줄 건지까지 모조리 원청이 결정하는데 자신들은 교섭 책임이 없다니!

 

대법원 판결과 ILO 협약이 말한다. 원청이 책임지라고!

 

사내하청노조 간부들이 속한 업체만 골라서 폐업시킨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원청인 현대중공업의 부당노동행위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폐업이 벌어진지 무려 7년이 지난 2010년에 나온 것이라 폐업과 집단해고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대법원도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8881)

 

대법원은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면 노동조합법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률용어가 섞여 있어 좀 어렵게 느껴지긴 하겠지만, 결론적으로 하청 노동자의 상식(진짜사장 = 원청)이 옳다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ILO 협약도 마찬가지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원청 사업주가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상대가 된다는 점을 당연한 상식처럼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2006년과 2008, 2012년과 2015, 무려 네 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에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건설 현장에서 원청업체의 지배적인 위치를 가정하면, 아울러 지역 및 산업 수준에서 단체교섭의 일반적 부재를 감안하면, 원청업체와의 단체협약 체결은 전체 건설 현장에서 효율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상 합의 체결을 위해 실현 가능한 선택임이 분명하다. (2006년 권고, Case No. 1865)

 

한국 정부에 금속 부문, 특히 현대자동차기륭전자, KM&I, 하이닉스매그나칩의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기간과 조건에 대하여 교섭 역량 강화 등의 방식을 포함하여 단체교섭 성사를 제고할 수 있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2008년 권고, Case No. 2602)

 

위원회는 노조 권리의 행사를 회피하기 위해 사내하청을 활용한다는 지속되는 혐의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위원회는 이 점에 관해, 관련 노조와 하청, 파견 노동자의 고용기간과 조건을 결정하는 당사자 사이의 단체교섭이 항상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2012년 권고, Case No. 2602)

 

정부가 본 제소의 대상이 된 금속산업에서의 하청 및 파견 노동자의 단체교섭을 촉진하기 위해 이루어진 어떠한 조치도 밝히지 않고 있음을 주목하면서, 위원회는 다시 한 번 정부에게 이러한 목적을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 특히 해당 사업장의 하청, 파견 노동자의 노동조합이 교섭을 통해 조합원의 생활 및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단체교섭권을 실효성 있게 행사할 수 있도록 교섭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을 촉구한다. (2015년 권고, Case No. 2602)

 


이보다 더 구체적인 권고가 가능할까?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한국에서 벌어진 매우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기륭전자, KM&I, 하이닉스매그나칩, 삼성전자서비스 등 직접 원청사업주 이름까지 공개하며 권고를 작성했다. “하청 노동자의 고용기간과 노동조건 관련 원청 사업주와의 단체교섭이 항상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ILO의 분명한 입장이다.

 

하청 노동자에게 권리를! 원청 자본과 문재인 정부에게 책임을!

 

하청업체는 권한이 없다고 발뺌하고, 실권을 가진 원청 자본은 법적 책임이 없다고 도망간다. 자본가들만이 아니다. ILO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사기를 쳐온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하청 노동자들과 원청 자본 사이에 단체교섭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역할을 다하라는 ILO의 권고를 무시하고 있지 않은가. 하청, 파견, 도급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한국 자본주의는 참으로 무책임하다.

 

그래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하청 노동자들이 단결했다. 원청 자본과 문재인 정부, 아니 한국 자본주의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 말이다. 영리하게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만이 아니라 한국지엠, 현대제철, 포스코,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아사히글라스, 대우조선해양 등 10여개 대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제히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투쟁을 시작했다.

 

끝까지 원청 사업주들이 교섭에 나오지 않는다면 하청 노동자들은 지노위, 중노위에 쟁의조정신청을 넣는 등 쟁의절차에 돌입할 것이다. 노동위원회가 손쉽게 기각, 각하 결정을 내릴 거라고? 그래, 한번 해보시라. 노동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행정기구이며, 정부기관이 원청사용자책임을 부정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ILO 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가 된다.

 

오는 610, 제네바에서 ILO 100주년 총회가 시작된다. ILO는 협약 비준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조연설을 부탁한다며 초청장을 보내왔다.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째깍째깍 흐르고 있다. 자신의 약속이 사기였음을 스스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이제라도 ILO 협약 비준과 원청사용자책임을 법제화하는 노조법 2조 개정에 나설 것인지! 원청 자본과 문재인 정부에게 확실한 책임을 지우기까지 하청 노동자들의 단결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게시물 검색
로그인
노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