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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에 올라간 노동자가 농락까지 당해야 하는 비참한 현실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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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8,027회 2019-04-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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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 화면 갈무리

 

 

농락당한 기분

 

427일 한남동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40m 높이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 한 명이 추락했다. 다리가 부러졌고,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노동자들은 롯데건설 하청에서 일했다. 하청업체인 원영건업은 정산이 안 됐다는 이유로 제 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롯데건설과 원영건업은 노동자를 우롱했다. 크레인에 올라가니 두 명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항의 차원에서 더욱 위험한 곳으로 옮기니 작업팀 28명 몫을 지급했다. 그래도 여전히 체불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300~400명에 이른다. 타워크레인에 올라갔던 노동자의 한 명인 이종원 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노동자를 너무 무시하는 거 같아요. (임금을 받아도) 기분이 좋은 게 아니고 뭔가 농락당한 기분입니다.”

 

악랄한 착취시스템: 다단계 하청구조

 

원청 자본은 재하청과 재재하청, 그리고 최저낙찰제로 고용과 임금에 대한 책임을 비껴간다. 하청업체가 한 달 치 작업물량을 정산해 원청에 올리고, 원청은 이를 다시 발주처에 제출한다. 이후 발주처는 1개월 단위로 진척된 작업물량을 기준으로 임금이 포함된 기성금(공사대금)을 원청업체에 지급한다. 원청은 자기 몫을 다 계산하고 나서 뒤늦게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한다. 하청업체는 또 자기 몫을 다 계산하고 나서야 뒤늦게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

 

다단계 하청구조 아래서 노동자의 임금은 뭉텅뭉텅 잘려 나간다. 이게 수많은 건설현장에서 이른바 쓰메끼리로 불리는 유보임금 - 임금늑장지급이다.

 

조선소에도 이 악랄한 착취시스템이 그대로 가동된다. 얼마 전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투쟁을 벌였다. 현대중공업 내의 10개 업체는 원청이 지급하는 기성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임금을 체불했다. 노동자들은 분노했고 작업거부와 출근선전전을 진행했다. 동구청 채용박람회에도 가서 강력히 항의했다. 임금체불 방치한 채 채용박람회가 웬 말이냐는 항의였다.

 

간단한 해결 방법

 

현대중공업과 롯데건설이 어떤 기업인가? 현대중공업지주는 작년 272,636억 원의 매출과 8,68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정몽준, 정기선 일가는 거액의 배당금 836억 원을 챙기며 대우조선해양을 현금 한 푼 들이지 않고 인수했다. 롯데건설도 시공능력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다.

 

문제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원청이 직접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게 만들면 된다. 최저임금 문제의 해결 방법도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된다.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원청 분담을 의무화하고, 공공부문 입찰계약 시 최저임금 인상분이 자동 연동되도록 계약제도를 개편하면 된다. 그리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수준의 현행 임금체불 사업주 처벌기준을 대폭 강화하면 된다.

 

이 간단한 방법이 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가? 한 줌 자본가들의 이윤만 고려하지 않으면 이런 방법은 지금 바로 도입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체제와 정부의 우선순위는 바로 한 줌 자본가들의 이윤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해결책마저 가로막히고 있는 것이다. 건설 노동자 임금을 공사비와 구분해 지급하고 퇴직공제금 지급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조차 수년 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야만의 세계

 

지난해 누적 임금체불액은 201713,811억 원보다 3천억 정도 늘어난 16,472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민주노총이 430일 발표한 노동상담 DB 분석결과에 따르면 총 1159건의 상담건수 중 임금상담이 36.4%로 가장 높았다. 임금상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여성이 41.6%, 10대가 62.2%,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가 54.15%, 단시간 노동자가 70.2%를 각각 차지했다. 가장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이 임금체불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는 한 줌도 안 되는 자본가들과 지배자들이 이 사회의 부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한다. 수많은 노동자가 임금체불과 극도의 저임금에 동원되는 가혹한 착취 아래 신음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타워크레인에 올라가야만 쥐꼬리 만한 임금을 지급한다. 그것조차 농락하면서 말이다. 야만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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