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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막을 수 있는 범죄를 방치하는 체제, 치료불가능한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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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1,738회 2019-04-2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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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하게 처벌’만 하면 범죄가 사라지나?(사진_연합뉴스)

 

 

417일 진주에서 안인득의 방화 살인으로 5명이 죽고 15명이 다쳤다. 어린아이와 노인이 무참하게 살해됐다. 안인득의 끔찍한 방화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살인자 개인의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자본주의라는 사회적 조건에 책임을 묻지 않은 채 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 공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주변 사람들과 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안인득은 20대 초반까지 순한 성격의 평범한 청년이었다고 한다. 그는 20대 초반 김해의 한 공장에서 허리를 다쳤는데, 산재인정을 받으려다 실패했고 이때부터 이상 징후가 싹텄다고 한다. 피해망상이 시작됐다. 200831살 때 창원의 한 대기업에서 또 허리를 다쳐 산재를 신청했지만, 이 역시 안 됐다. 그 후 피해망상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한 번이라도 산재를 신청해 본 노동자라면 산재 승인이 얼마나 어려운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친 것도 억울한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고, 모든 고통을 혼자 감내해야 한다면 얼마나 견디기 힘들겠는가?

 

공장 노동의 비참함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노조가 없는 곳에선 자본가들의 힘이 일방적으로 관철돼서, 의지가 아주 강한 노동자조차 버텨내기 힘들다. 자기 삶의 속도와 리듬을 찾을 수 없다. 노동자들은 서로를 존중하기도 힘들고, 자신을 돌보기도 힘들다. 자존감은 박탈된다. 수많은 노동자가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겪는다. 종종 이런 증상이 분노로 표출돼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다. 물론 치유되지 못하고 악화될 경우에 말이다.

 

치료, 관리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을 뿐

 

안인득은 20105, 대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충남 공주치료감호소에 들어갔다.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받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과 함께 보호관찰도 선고받았다. 출소 후인 20111월부터 20167월까지 진주시 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20168월부터는 치료를 받지 않았다. 치료를 받지 않는 동안 병세가 심해졌고 지난해부터는 아파트 주민을 폭행하고 난동을 피웠다.

 

그는 치료받아야 했다. 충분한 치료와 상담을 받았다면 잔인한 범죄를 막을 수 있었다. 조현병 자체가 범죄의 원인이 아니다. 정신질환자들의 범죄 가능성은 전체 인구 범죄율에 비해 훨씬 낮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대검찰청의 2016년 범죄분석 기준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0.151%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 대비 범죄율은 1.434%로 정신질환자 범죄율의 9.5배에 달한다.

 

강력한 처벌이 범죄예방책이 되지도 못한다. “치료받지 않은 중증 정신질환자가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주된 이유는 망상과 환청 때문인데, 망상과 환청이 심한 상황에서는 범죄를 저지르면 강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2019418일자 <정신의학신문>)

 

결국 치료와 관리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와 사회가 그렇게 하고 있는가? 전혀 아니다. 한국의 보건예산 대비 정신보건예산 비중은 OECD 평균(5.05%)3분의 1 수준이다. 올해 복지부 전체 예산 725,148억 원 중 보건예산은 약 15%(111,499억 원)인데, 이 보건예산 가운데 정신보건 예산은 1.5%(1,713억 원)에 그친다. 대형병원들도 외래진료를 포함한 정신과 자체를 소홀히 한다. 돈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인력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작년 기준 정신건강보건센터 한 곳당 평균 직원수는 9.7(전국 243개소, 2,365), 이 중 정신질환자와 접촉하는 사례관리 인력은 4명 내외다. 사례관리요원 한 명이 약 60~100명의 등록 정신질환자를 돌본다.(2019422일자 <뉴스1>)

 

정부는 결국 정신질환 치료, 관리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겠는가?

 

끔찍한 사고가 난 후에만 요란하게 떠들 뿐

 

매번 끔찍한 범죄와 사고가 난 후에만 언론과 정부는 요란하게 대책을 떠든다. 그러나 그 때뿐이다. 범죄와 사고는 되풀이된다. 정신질환 자체가 범죄발생의 원인이 아니다. 정신질환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결국 이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사회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이 사회가 생산해낸 재원의 대부분을 자본가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쓴다.

 

모든 자본가정부가 이 자본주의 룰을 집행한다. 도대체 노동대중의 주머니를 털어 조성한 수십조 원의 세금과 수조 원의 의료보험금은 어디로 갔는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의 치료와 지원은 왜 불가능한가?

 

우리는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선량한 노동자를 정신질환자로 만드는 잔인한 착취를 멈추라고.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비용, 노동자 민중의 안전을 위한 비용을 대폭 확충하라고. 나아가 진짜 다른 사회를 상상해야 한다. 자본가들의 탐욕 충족이 최고 목표인 이 사회에서는 노동대중을 위한 진정한 의료정책이 시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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