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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 “여기가 임금체불 왕국이냐!” -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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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현대중공업 노동자 조회 7,720회 2019-04-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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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일 진행된 현대중공업 생산기술관 앞 중식투쟁

 

 

반복되는 임금체불에 맞선 작업거부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 중 건조부와 도장부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 임금체불 문제가 2018년에도 반복됐다. 작년 5월에도 40개 하청업체 3,200명이 임금체불로 고통을 받았다.

 

올해 역시 현대중공업 건조1, 건조5부의 8개 업체와 도장1, 도장2부의 10개 업체는 현대중공업에서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기성금(공사 완성 정도에 맞춰 원청이 하청에 지급하는 돈)이 부족해 전자서명(하청 노동자 임금지급 등)을 거부하고 48일과 9일 임금체불을 발표했다.

 

임금이 체불돼 생계위협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만 2,000여 명에 달한다. 하청 노동자들은 쌔빠지게 일했는데 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느냐며 강하게 분노했다. 하청 노동자들의 분노는 집단행동으로 이어져 작업거부에 들어갔다. 이렇게 419일까지 건조부 2개 업체를 제외하고 임금이 지급될 때까지 작업거부가 일어났다.

 

저가수주 책임, 하청 노동자에게 떠넘겨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은 하청 노동자를 먼저 겨냥했다. 지난 5년간 벌어진 구조조정에서 현대중공업에서만 하청 노동자 25천여 명과 정규직 노동자 1만여 명이 쫓겨났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하청 노동자들은 퇴직금과 임금을 삭감 당했고, 노동부에 체당금을 신청해 해결하면서 많은 경제적 손실과 고통을 감수해왔다. 최근 수주가 늘어나 조선산업이 회복된다고 해서 이제 임금체불은 안 하겠지라고 생각한 하청 노동자들은 또 다시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이 저가로 배를 수주했기 때문에 임금체불이 일어났다고 얘기한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부터 폴라리스쉬핑사()가 발주한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15척을 수주해 생산하고 있다. 이 배들을 저가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중공업은 저가수주와 공기연장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하청업체 기성금 삭감으로 해결하고 있다. 기성금 삭감은 고스란히 하청 노동자 임금체불로 이어진다. 앞으로 광석운반선을 15척이나 생산해야 하니, 임금체불은 지속적으로 하청 노동자들을 괴롭힐 수밖에 없다.

 

임금체불, 업체폐업, 신규업체 모집 무한반복


현대중공업은 임금체불 대책이라며 상생지원금3~4월에 지급하고 있다. 하청업체당 5천에서 1억 원 또는 2억 원까지 대출해준다. 하청업체들은 빚으로 임금을 줘야하기 때문에, 빚을 갚기 위해 하청 노동자 임금을 대폭 삭감하고 빚을 눈덩이처럼 불리는 방법 말고 답이 없다. 이미 하청 노동자들은 쫓겨날 만큼 쫓겨났고, 임금은 삭감될 만큼 삭감됐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대한기업처럼 원청을 상대로 소송을 통해 손실을 보충 받는 방법을 택하거나, 업체 이름을 변경하고 다시 하청업체를 운영해 손해를 보상받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기성금 단가를 현실화하지 않는 한 하청 노동자 임금체불, 업체폐업으로 이어지는 고통을 끝장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국내외 기업들 간의 치열한 경쟁

 

조선산업 기업들은 다른 산업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이 서로 경쟁하며 죽고 죽이는 생존싸움을 해오고 있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 간의 수주경쟁은 피할 길이 없다. 이런 구조에서 조선산업 위기는 발주회사에 가격경쟁력 높이기, 즉 저가수주 방법을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대기업 원청들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끊임없는 양보와 희생을 강요했다. 그 결과 대형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은 조선산업 경기변동에 따라 고용, 실업, 임금삭감, 체불, 업체폐업, 다른 업체로의 이동 등 악순환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이 움직인다

 

지난 4년간의 구조조정 시기에도 임금체불이 반복됐다. 업체사장들은 기성금 전자서명을 거부하고 하청 노동자들을 퇴근시켜 현대중공업을 압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제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하청업체 모두에게 분노하며 작업거부에 나선 것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하청 노동자들은 지난 412()부터 15, 16, 19일 정문 앞 출근선전전을 진행하고 16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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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일 출근투쟁을 마치고 약식집회를 진행하는 노동자들

 

 

하청 노동자들은 <하청다함께>라는 단체 카톡방에 모여 저마다의 불만과 고통을 얘기하며 권리 찾기에 나섰다. 이곳에 올라온 제5호 선전물 하청작업자 아내입니다라는 글을 소개한다.

 

열심히 일했는데 당연히 제날짜에 떳떳하게 통장으로 급여가 들어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카드 값이라도 내야 부족한 돈 당겨 쓸 수 있는데 이번 달은 기약이 없다니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뉴스에 나오는 일가족 빚에 쪼달려 목숨 끊어라는 기사처럼 되는 건 아닐지 두렵고 눈물이 납니다.”

 

그냥 제날짜에 들어오는 봉급에 가족들 간만에 삼겹살에 소주 먹는 행복만큼은 어느 누구도 뺏어 가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다른 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발판삼아 본인들의 뱃속 이익과 행복을 누리려고 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하청다함께> 7호에는 하청 노동자 아내가 기자회견에서 낭독한 내용이 실려 있다.

 

고등학교 아들에게 아빠 월급이 안 나오고 있으니 이번 달 알바비는 교통비로만 사용하라고 했더니 아들이 말하더군요. 아빠는 왜 월급도 안주는 회사에 다니느냐고.”

 

하청 노동자들은 다른 하청 노동자 아내의 구구절절한 처지와 호소를 접하며, 똑같은 처지에 공감하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은 <하청다함께> 5호와 제7호 선전물을 잊을 만하면 다시 퍼 올리며 서로를 격려하고, 끝까지 싸우자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단결만이 살길이다, 더 멀리 전진하자

 

이런 가혹한 현실이 하청 노동자들을 떨쳐 일어나게 했다. 더 이상 고통의 악순환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당당하게 단결투쟁에 나선 하청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로 화답하자.

 

지금은 임금체불 당사자들만 나서고 있지만, 앞으로 더 멀리 전진하기 위한 길을 찾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임금체불이 해결된 하청 노동자들도 다른 업체가 해결될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예림과 하양 업체의 폐업 및 임금체불이 해결될 때까지 단결투쟁을 멈추지 말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하청 노동자들의 변화는 임금체불이 반복돼 또 다시 투쟁해야 하는 조건에 처했을 때 더 큰 단결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결국 사내하청지회와 <하청다함께>는 노동자 단결의 무기인 민주노조의 깃발을 움켜쥐게 될 것이다.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책임지라고 요구한다. 하청 노동자들이 더 큰 단결로 전진할 수 있게 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지와 엄호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이후 현대중공업에 맞서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들이 하나의 대열에서 함께 투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청 노동자들의 인간선언은 더 큰 단결과 전진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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