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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발언대: 한국GM 노동자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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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분회 조회 4,995회 2018-03-2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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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연합뉴스


사측의 희망퇴직 요구에서 대안에 이르기까지, 여러 쟁점에 대해 현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여기 소개된 이야기들은 <가자! 노동해방>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발언과 풍성한 토론이 필요한 지금, 각각의 주제들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다양한 시각이 폭넓게 공유된다면 우리 모두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희망퇴직, 받아들일 수 없었다


희망퇴직을 왜 쓰지 않았냐고? 하루라도 희망퇴직을 고민하지 않은 날이 없다. 그런데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들더라.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냐 말이다. 누가 나한테 뭘 잘못했는지 제발 설명 좀 해달라. 내가 납득되면 희망퇴직 당장 쓸 테니까. 내가, 그리고 우리가 대체 뭘 잘못했단 말인가?”(사무지회 조합원)


군산공장 폐쇄 발표하고, 곧바로 희망퇴직 서류 날아오고, 공장은 가동되지 않아 매일 집과 동네만 오가고 있었으니, 2월 말에 불안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공장 동료들, 형님들, 동생들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불이 났다. 어떻게 해야 되냐고, 지금 희망퇴직 써야 되냐 말아야 되냐고. 불안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태도는 분명치 않았다.”(군산지회 조합원)


정년퇴직 1년 남았다. 나라고 왜 계산기 두드려보지 않았겠는가. 희망퇴직 안 쓰면 3~4천만 원 손해가 나더라. 어떤 관리자는 나보고 후배들 미래를 위해 선배님이 결단해 주셔야지 않겠냐고 얘기하더라. 아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남아야 한다. 어차피 내년에 나가는데 1년 앞서 나가는 게 후배 위한 길이라며 세 치 혀를 놀리는 놈들이 나가야 한다. 집사람도 내 생각에 흔쾌히 동의해주었다.”(창원지회 조합원)


군산에서는 일부 임원들이 먼저 희망퇴직 쓰면 부평, 창원으로 전환배치해줄 거라고 꼬드겨서 쓴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실제로 지금 희망퇴직 승인도 불승인도 아닌 보류자들이 있다. 승인이면 승인이고 아니면 아니지 보류가 대체 뭐란 말인가? 이가 갈린다. 저렇게 꼬드긴 놈들이야말로 회사에 전혀 도움 안 되는 놈들이다.”(사무지회 조합원)


군산공장, 해법이 있을까


수십 년 이 공장에서 일했다. 부평이나 창원으로 가는 대안이라도 붙잡으라고? 안 된다. 못 간다. GM이 공장폐쇄를 끝내 철회하지 않는다면, 기왕에 이렇게 된 거 군산공장 제3자 매각이나 공기업화, 국민기업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군산지회 조합원)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 닫을 때 지역 민심은 차가웠다. 모조리 비정규직만 사용했던 것 때문이다. 하지만 GM 군산공장 문 닫는다 하니 살려야 한다는 민심이 뜨겁게 올라온다. 부평, 창원공장으로의 전환배치? 그건 군산공장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다. 지역민들도 이렇게 도와주고 있는데 어딜 가란 말인가.” (군산지회 조합원)


군산공장 동지들에게만 모든 짐을 지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일단 군산공장 폐쇄철회를 걸고 싸우더라도, 만에 하나 길이 열리지 않을 경우 전환배치라는 카드 하나쯤은 남겨놓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부평공장 조합원)


회사는 절대 먼저 전환배치 카드를 들이밀지 않을 거다. 노동조합이 지치고 지쳐 전환배치를 요구하며 납작 엎드리도록 하려는 거 같다. 전환배치하려면 단협, 복지 후퇴 다 받아들이라고 들고 올 거다. 우리가 한 번 양보하면, 회사는 그건 기본이고 더 양보하라고 다그친다. 노동조합이 알아서 기어도 짓밟으려 할 거다. 우리가 이 본질을 잘 알아야 한다.”(사무지회 조합원)


“5월 말에 진짜 군산공장이 폐쇄된다면 비정규직지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 부평, 창원 동지들과 함께 싸우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이번 공장폐쇄 발표 이후에 해고된 군산 비정규직들이 비대위를 만들었다. 우리 2015년 해고될 때 선전전하면 욕하고 지나가고, 노동자들에게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고 선동했던 사람들도 상당히 섞여있다. 그렇지만 그들도 결국 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왔고, 억울하니까 비대위를 만든 것이다. 군산 비지회는 과거야 어찌됐든 억울한 노동자들이 함께 싸우자고 비대위에 제안했지만, 독자적으로 가겠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 계속 제안해볼 생각이다.”(군산 비정규직)


구조조정, 끝이 아닐 텐데


군산만 노리는 게 아니다. 올해 캡티바 단종되면 하반기에 곧바로 부평2공장을 1교대로 돌리자고, 그게 아니면 내년에 1, 2공장 통합을 얘기하며 사실상 2공장 폐쇄를 밀어붙일 것이다. 솔직히 막막하다. 군산에 이어 부평으로, 창원으로 줄줄이 순서는 다가오는데 도대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말이다.”(부평공장 조합원)


창원공장, 내년에 유럽 수출물량 사라진다. 벌써부터 저놈들 1교대 얘기를 살짝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4년 뒤에는 신차가 오니까 그때까지 생산성도 높이고, 1교대도 가고, 인원도 줄이고, 비용도 줄이자는 거다. 이거 4년 전에 우리가 군산공장에서 봤던 거랑 똑같은 상황 아닌가.”(창원지회 조합원)


보령(변속기)공장은 오히려 잡수(시간당 생산량)를 늘려달라고 요구한다.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시행되면 생산량 뽑아내기 위해 인원충원이 필요한데, 그걸 하기 싫다는 거다. 거의 합의가 이뤄질 뻔 했었는데 조합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왜 양보를 하느냐고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변속기 생산 늘려야 하니 공장 더 짓는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이젠 조용하다. 그러는 사이 회사는 철수 운운하며 또다시 잡수 조정 밀어붙이고 있다.”(보령지회 조합원)


정리해고는 쉽지 않다. 정부랑 교섭하는 중인데 정리해고한다면 판 엎자는 거 아닌가. 차입금 회수도 쉽지 않다. 27억 달러 본사 차입금 모두 출자전환한다고 약속해놓고, 차입금 회수해 버리면 약속 안 지키겠다고 선언한 꼴이 되니까 말이다. 지금 상황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저놈들도 쉽지 않다.”(부평공장 조합원)


정규직 창원지회가 노동부를 찾아가서 수시근로감독 결과 발표를 신차배정 이후로 늦춰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났다. 인소싱을 합의해서 비정규직을 내쫓은 것도 모자라서 정말 이럴 수 있는가. CUV라는 게 실체도 없고, 온다고 해도 4년 뒤인데 그 때까지 물량은 계속 줄어든다. 잡다운, 1교대 전환도 들고 올 것이다. 그런데도 정규직들은 물량에 완전히 사로잡혀서 이제 나는 괜찮을 거다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군산공장이 딱 그랬는데. 함께 살자고 싸워야만 되는 문제인데 답답하다.”(창원 비정규직)


GM, 철수할까


“GM은 한국에서 계속 사업할 생각이 없다. 나갈 거다. 다만 그 시점이 2~3년 뒤냐, 5~6년 뒤냐를 모를 뿐이다. 이미 국민들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정상적으로 사업할 놈들이라면 외국인투자지역 신청서에 인원을 6천 명 줄이고 생산량도 줄인다는 얘기를 써선 안 된다. 철수하기 전에 몇 년 더 있을 생각도 있는데, 그 비용은 정부와 노조에게 대라며 배 째라 아닌가.” (부평공장 조합원)


“2022년 창원공장에 CUV 신차가 오면 20만 대 생산이 된다 하고, 북미 수출물량도 안정적으로 보장된다고 한다. 물론 그때까지 3~4년 동안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GM이 아직은 한국에 남아 있을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노동이사제를 비롯해 경영참가 전술을 쓸 필요가 있다. GM의 경영 전횡을 막아내고 노동자들이 대안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사무지회 조합원)


창원공장에 다니는 입장에서 CUV 신차가 오고 공장도 다시 팽팽 돌아갈 거라는 회사 말을 믿고 싶다. 하지만 CUV 생산은 스파크와 완전히 달라서 라인설비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 수천억, 아니 1조가 들어갈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글로벌 GM이 해온 행태를 봤을 때, 이성적으로 보자면 저 말을 믿을 수가 없다. 감성은 믿으라 하는데, 이성은 믿으면 안 된다고 한다.”(창원지회 조합원)


군산에 이어 부평2공장, 창원공장 폐쇄까지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다만 GM은 배터리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인천지역의 부품업체 인프라가 매우 훌륭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연구개발 능력도 글로벌이 인정하는 분야 중 하나다. 그래서 부평1공장과 연구개발 업무는 남겨놓지 않을까 한다. 아울러 이번 임단협에서 전기차 생산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미래자동차가 아니면 자동차산업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만일 GM이 이 요구를 거부하면 철수하겠다는 의사로 간주하고 투쟁해야 한다.”(부평공장 조합원)


양보, 얼마나 더


한 번만, 딱 한 번만 양보해서 다시 정상화할 수 있다면 양보를 해보자. 노동조합도 이 사태에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글로벌 GM이 분명히 언젠가는 이런 공격을 해올 거라고 떠들면서도, 내가 집행하는 동안만 안전하면 된다며 폭탄 돌리기를 해왔다. 장기적인 전망과 대안을 만들려는 생각을 안 해오지 않았나.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라고 볼 수 있다.”(부평공장 조합원)


그동안 군산공장은 엄청난 양보를 해왔다. 잡다운 필요하다면 잡다운 합의해줬고, 신차 받으려면 1교대 가야한다고 해서 1교대도 합의해줬다.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1천 명이 잘려나갔다. 우리 손으로 자른 거라고 비난해도 변명할 말이 없다. 우리도 양보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왔다. 그 결과가 지금의 군산공장 폐쇄결정이다.”(군산지회 조합원)


“GM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날 법원에서는 GM 비정규직을 정규직이라 판결했다. 그런데 이대로 GM이 공장폐쇄, 축소를 하게 되면 정규직으로 들어갈 일터도, 복직할 공장도 사라지게 된다. 공장폐쇄, 전환배치, 1교대 전환 등이 들어오면 또 인소싱으로 인한 비정규직 대량해고로 이어진다. 우리는 해고될 사람들이 아니라 정규직이 돼야 할 사람들이다. 비정규직이 GM의 구조조정에 맞서 전체 일터를 지키는 싸움의 전면에 설 수밖에 없다.”(부평 비정규직)


선제적 양보를 주장하는 동지도 있고 조건부 양보를 주장하는 동지도 있다. 무엇이 맞는 말일까? 어쨌건 양보가 불가피하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양보를 해서 뭘 따올 건지 구체적인 계획이나 내용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조건부 양보라면 이런저런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양보안을 철회하겠다고 명확히 밝혀줘야 한다.”(부평공장 조합원)


양보가 왜 필요한가? 나도 솔직히 노조가 다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노동조합은 분명히 잘못을 저질렀다. 비정규직 쫓겨날 때, 부품사 동지들 쫓겨날 때, 함께 싸우지 않고 침묵하거나 도망쳤다. 이거는 정말로 잘못했다고 백배사죄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이 뭔가? 부품사 동지들, 비정규직 동지들과 손 맞잡고 같이 싸우는 거 아닌가. 만약 정말로 양보를 해야 한다면, 부품사와 비정규직 전체 총고용을 보장받는다는 약속을 전제로 해야 한다.”(사무지회 조합원)


대안, 싸우며 만들어가야지


솔직히 뭐라도 있으면 붙잡고 싶다. 양보해서 정상화가 될까?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협상을 잘해봐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믿음이 잘 안 간다. GM과 정부가 하는 협상이 본협상이고, 임단협은 종속변수라는 느낌이다. 평소와 달리 현장조직들도 뭐가 대안이라고 선명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이도저도 아니면 투쟁이라도 제대로 하자고 하던가.”(창원지회 조합원)


투쟁하는 게 두렵다. 혹시 쌍용차처럼 되는 게 아닐까?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이 든다. 쌍용차 동지들도 당시에 그렇게 싸울 거라고 믿진 않았겠지? 임팩트 박으면서 가족들 얼굴도 한 번씩 스쳐지나간다. 정말 싸워야 하는 걸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면 그냥 생각을 멈춰버리고 싶다.”(부평공장 조합원)


희망퇴직을 쓰고 나가는 동지들이 환송회 자리에서 자네만은 꼭 고용을 보장받으라며 힘내라고 한마디 하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나는 나가는 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까?”(사무지회 조합원)


부도난다고 끝장나는 거 아니다. GM은 절대로 부도 못 낸다. 아니, 법정관리 절대 안 간다. 법정관리 가면 은행이나 법원이 허락해야 뭘 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도 배짱싸움 제대로 해보자. 시간이 없는 게 아니다. 서두르는 건 GM이다. 오히려 우리는 시간을 벌면서 투쟁대오를 조직하고, 낮은 단계부터 투쟁의 기운을 올려가면 된다.”(부평공장 조합원)


“GM2월 말쯤 공장을 담보 제공하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GM 입장에서는 만약 먹튀하려고 할 때 훨씬 쉬워진다. 그래서 비정규직이 GM보다 먼저 담보를 걸자는 얘기를 했다. 정규직 판결도 받았고, 체불임금으로 가압류를 걸면 되지 않겠나. GM이 그동안 빨아먹은 거 토해내지 않고는 호락호락 나가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부평 비정규직)


노동이사제, 경영참여, 조건부 양보 그래, 다 좋은데 그럼 그걸 통해서 우리 권리를 보장받고 어떻게 쟁취할 건가? 저놈들은 단체협약에 합의조항을 협의로 바꾸자며 인사경영권은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고 한다. 경영참여 꿈도 꾸지 말라는 거 아닌가. 노동이사제 하나 따내려 해도 장기파업 결의하고 싸워야 한다. 그런데 이런 대안을 얘기하는 분들은 왜 제대로 된 투쟁계획을 함께 내놓지 않는 건가.”(창원지회 조합원)


군산공장 동지들이 부평으로 올라와서 투쟁대오를 형성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아직 부평공장 동지들은 몇몇 부서만 제외하면 구조조정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군산공장 동지들을 매일 본다면 긴장감이 붙기 시작할 테고, 2001년을 겪어본 동지들이니 금방 근성을 되찾게 될 것이다. 여차하면 산업은행이나 정부청사, 청와대 앞에 자리 깔고 앉을 수도 있는 거다. 그렇다면 정부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도 노조와 대화하고 협상할 수밖에 없게 될 거다.”(부평공장 조합원)


“GM을 국유화하자는 얘기는 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유화하면 국가가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구조조정에 나서는 거 아니겠는가. 많은 공기업들을 보면 사기업이랑 다를 게 없다. 그렇다고 GM이 계속 남아있으라고 하는 것도 대안은 아니지만, 어떤 대안이 있는지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부평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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