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국제

번역 | 전 지구적 위기와 여성해방: 낡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세워야 한다

페이지 정보

옮긴이 전해성 조회 66,395회 2019-04-05 13:12

본문


 

편집자 주  필자인 안드레아 다트리(Andrea D’Atri)와 라우라 리프(Laura Lif)는 아르헨티나 사회주의노동자당 멤버이고, 사회주의 여성단체 빵과 장미에서 활동한다. 2016815일에 <레프트보이스>에 실린 글을 축약해 옮긴다. 앞서 번역 소개한 현실 속의 사회주의 페미니즘: 아르헨티나 빵과 장미의 경험에서 배운다”, “우리의 페미니즘은 반자본주의여야 한다등과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9696360ef31089802abfb1e06ce22b81_1554437463_7806.jpg

여성 노동자들의 급증과 단결투쟁으로의 진출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사진_뉴스1)

 

 

투표권, 일터로의 커다란 진출, 세계 곳곳의 여성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여성의 삶은 백 년 전 여성의 삶과 비교할 때 거의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성 평등을 향한 순탄한 진보라는 이미지와 날카롭게 대조되는 다른 현실이 있다.

 

해마다 150만에서 300만 명 정도의 여성이 남성 우월주의적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성매매가 수익성 높은 산업이 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엄청난 과학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해마다 50만 명의 여성이 임신, 출산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매일 500명의 여성이 불법화된 낙태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같은 기간에 노동력의 여성화가 기하급수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여성은 가장 불안정한 일자리를 얻는다. 그들은 시장변동, 직장 성폭력과 여러 억압에 종속돼 있다. 전 세계 고용의 40% 이상이 여성 노동력인데, 그 여성 노동자의 50%가 보호장치 없는 저임금 일자리에 고용돼 있다.

 

국제적인 세력관계와 여성의 지위

 

이런 통계는 최근 수십 년간 쟁취해온 성 평등권리들과 날카롭게 대조된다.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제한적인 해방을 제공할 뿐인가? 무수한 여성에게 잔인한 공격이 가해지는 동안 페미니즘적 해방은 소수 특권층에게만 허용된 것인가?

 

수십 년간 이어진 보수주의 정치 속에서 이 모순적 상황이 빚어졌다. 신자유주의 깃발 아래 이뤄진 제국주의 세력의 반격 속에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문화적 패배가 이어졌다. 유럽에서 혁명적 흐름이 꺾인 건 물리적 패배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노동자계급의 포섭과 분열을 바탕으로 했다.

 

사회민주당, 공산당, 노동조합 등 노동자계급이 만든 조직들은 이러한 자본주의적 조치들이 실행되는 걸 계속 도왔다. 자유시장 모델이 이 시기의 지도원리였다. 그것은 자본가 민주주의 체제를 확장함으로서 대중의 성장 과정을 비틀고 멈춰 세웠는데, 이는 앞선 시기에 쟁취한 많은 승리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중간계급과 노동자계급의 상층부는 소비의 향연에 불려온 반면, 민중의 압도 다수는 만성 실업에 빠진 채 가난한 변두리 지역에 몰려 살게 됐다. 그들은 사회, 정치, 문화의 주변부로 밀려났다. 개인주의가 대중문화에 스며들었다. 새로운 사회통합을 확립하기 위해선 페미니즘을 포함해 수많은 민주적 요구를 수용하는 게 (지배계급에게) 필수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사회운동이 공공정책 내부로 섞여 들어갔다.

 

민주주의 체제 속의 페미니즘: 불복종에서 제도권으로

 

페미니즘은 자본의 질서에 맞선 투쟁을 포기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주변화시키기도 했고, ‘민주주의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인정받기 위한 투쟁에 흡수돼버리기도 했다.

 

페미니즘 정치는 시민권 확대를 위해 국가기구에 청원 압력을 넣는 정도에 멈췄다. 여성 노동자들에게 그것의 한계는 명백했다. 공적 사안에 대한 처리가 부르주아 정치 엘리트들에게 맡겨진 동안 노동자계급 여성들은 그저 임금투쟁을 벌일 권리만 가지고 있었다.

 

페미니즘 운동의 2차 물결이 시작될 무렵(1960년대) 그것의 급진적인 성격은 이 체제에 의해 집어삼켜졌다. 페미니즘은 체제에 도전하던 거리의 투쟁을 떠나 정부청사로, 급진적인 사회변화 대신 제도권으로 운동의 방향을 바꿨다.

 

이를 비판하면서 또 다른 페미니즘 정치경향이 나타났다. 그들은 성별을 본질주의적 범주로 환원하면서 모종의 가치를 여성에게 부여한다. 이 새로운 페미니즘은 성별 차이에서 비롯되는 새로운 가치에 근거한 대항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착취와 억압에서 벗어난 평등사회를 향한 운동에 이의를 제기했다.

 

레즈비언, 흑인 여성, 그리고 3세계나라들의 여성은 결국 여성의 선함을 치켜세우는 방식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그런 치켜세우기는 여성들 내부의 차이와 억압적인 위계를 감춘다. 더 나아가 개별적이고 서로 구별되는 정체성들이 그토록 많이 있는 이상, 어떠한 (집단적) 정체성의 확립도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그것은 개인의 해방이라는 사상을 내세웠다.

 

수백만 명을 실업으로 몰아넣으며 노동자계급의 해체와 재배치를 강요하는 경제정책으로 개인주의가 전 세계에 확산되는 동안, 페미니즘은 집단적인 해방이란 구상으로부터 더 멀어져 갔다.

 

여성의 눈으로

 

보수주의적 퇴행의 시기는 새로운 자본주의 위기로 이어졌고, 상충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대중의 다수를 배제하면서 중간계급의 상당 부분과 노동자계급의 일부를 포섭하고 통합시키는 것. 그와 동시에 모든 나라를 세계시장에 끌어들이고, 대도시에 불려온 수백만 민중을 임금 노동자로 탈바꿈시키는 것.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됐고, 농촌보다 도시에 집중됐다. 현실 자체가 여성과 가장 억압받는 사회집단의 혁명적 잠재력을 성장시키고 있다. 역사적 위기나 격변기에 늘 그래왔다. 하지만 그런 동안에도 페미니즘은 집단적인 해방이란 전망에 거리를 뒀다.

 

그런 전망을 되살리기 위해선, 노동자계급이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을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더라도, 여성 노동자와의 단결을 포함해 자본에 억압받는 여러 사회집단과의 동맹을 쟁취하고 지휘하는 데 실패한다면 지배질서를 뒤엎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좌파의 상당수는 보수주의적 퇴보 흐름에 순응했다. 돌이킬 수 없이 패배했다는 회의적 전망을 바탕으로,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권리 확대를 최종 전략인 것처럼 추구했다. 실제로 지배계급은 다수 대중의 급진화를 막고 체제로 포섭, 통합시키기 위해 그런 요구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다른 좌파세력은 여성해방을 향한 강령과 정책의 필요성을 묵살해버렸다. 이것은 순응의 또 하나의 형태다. 자연스럽게 억압의 쟁점들은 여러 계급이 뒤섞인 사회운동의 수중에 남겨졌고, 그러는 동안 노동운동 내의 협조주의와 편협한 조합주의는 심화됐다. 이렇게 종파적으로 기권하는 태도를 통해 최종적으로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 전략은 버려졌다.

 

가장 극심하게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출발함으로써 우리는 궁핍과 굴욕에서 인류를 해방시키려는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우리는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이러한 시각으로 우리는 볼셰비키의 사상을 재수용할 것이다.

 

수천 명의 혹은 수백만 명의 피착취 대중이 단지 공산주의를 열망하기만 하는 것으론 그것을 실현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질서를 세우려고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려야 한다.

 


원문https://www.leftvoice.org/Women-s-Emancipation-in-Times-of-Global-Crisis

 

 

관련 기사

현실 속의 사회주의 페미니즘: 아르헨티나 빵과 장미의 경험에서 배운다

우리의 페미니즘은 반자본주의여야 한다

 

 

 

<가자! 노동해방>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시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소식을 스마트폰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 검색창에서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을 검색해 채널에 들어오시면 됩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노동해방투쟁연대)도 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Total 963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로그인
노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