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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업을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데” - 무노동 무임금의 강요된 믿음이 노동자의 발목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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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7,851회 19-03-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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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자본가의 원칙이 유도하는 결론: 임금은 일한 시간만큼 받는 것. 잔업까지 해야 그나마 생계가 유지된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에게 해롭다. 

 

일부 뉴스매체들은 임금 문제를 교묘하게 건드리면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노동자들의 거부감과 불안감에 불을 지르려 한다.

 

31<연합뉴스>추가근무수당이 급료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데 추가근무를 못 하게 되면 월급이 얼마나 줄겠느냐고 걱정하는 한 용접업체 노동자의 말을 소개했다. “잔업을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데 근로시간을 단축해 급여가 줄어들게 됐다며 노동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청원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런 기사들이 원하는 건 분명하다. 애당초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시도 자체가 노동자의 처지를 악화시키는 원흉이라는 생각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다.

 

잔업을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데

 

오랫동안 각종 수당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온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감소를 우려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게 마치 원래부터 그런 것처럼, 당연한 것처럼,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 결과 잔업을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데같은 이야기가 노동자의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런 주장은 노동자가 일한 시간만큼 받는 게 임금이라는 원칙에 의해 뒷받침된다. 이른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게 원칙이 된 걸까?

  

원래부터 그런 건 없다

 

그 분기점이 된 시기는 1996~97년 무렵이다. 노동법 개악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정부에 맞서 노동자들이 총파업으로 들고 일어섰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전국 곳곳에서 그 어느 때보다 결의에 찬 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국가경제가 위태롭다는 자본과 정부의 협박 앞에 전망을 잃은 파업 지도부는 조금씩 투쟁의 김을 뺐고, 총파업은 실패로 끝났다. 총파업을 불러냈던 노동법 개악안의 기본 내용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무노동 무임금도 거역할 수 없는 원칙으로 세워졌다. 그리고 지금은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그건 결코 원래부터 그랬던 게 아니다. 노동자의 쓰라린 패배의 결과일 뿐이다. 그 전에는? 활활 타오르던 노동자 대투쟁의 시기에도 자본가들은 무노동 무임금을 관철하고 싶어 했지만, 그들의 의지는 노동자들의 투쟁력 앞에 번번이 좌절됐다. 노동자들은 파업기간의 임금까지도 어떤 형태로든 쟁취해내곤 했다.


강요된 믿음을 걷어내고

 

단결해 투쟁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을 때 노동자들은 저 이상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휘둘리지 않았다. 전진하는 노동자들은 임금이란 노동력을 판매한 대가이며, 따라서 자본가들은 이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불해야 마땅하다는 노동자의 원칙으로 무장했고, 그렇게 투쟁했다.

 

자본가들과 그들의 정부가 이런 노동자들을 그냥 내버려둘 리 없다. 그들은 이런 관점을 노동자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힘에서 밀리기 시작한 노동자들은 좋든 싫든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자본가의 원칙에도 밀리기 시작했다.

 

노동자의 원칙이란 버팀목이 부러진 뒤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노동시간 단축이 오히려 노동자의 처지를 악화시킨다는 자본가언론의 황당한 궤변이 춤을 춘다. 그나마 잔업이라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믿음이 신앙처럼 맹위를 떨친다. 그렇게 자본가들은 노동자의 손발을 묶으며 노동시간 단축 시도를 무력화하려 든다.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한 번쯤은 의문을 가져보자. 잔업을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 체제를 유지시켜주면서 노동자가 자신의 생명을 갈아 넣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노동자에겐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 재생산할 수 있는 임금을 요구할 권리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를 전제로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할 권리가 있지 않은가?

 

대중의 투쟁 열기를 도둑질해 새로운 자본주의 관리인으로 등극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 요구 앞에서도 기만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미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꼼수를 부려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력화한 전력이 있는 정부는, 주 최대 52시간 노동제를 도입해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고 홍보한 뒤 탄력근로제 확대 야합을 주도하면서 자본가들의 뒤를 보살펴주고 있다.

 

여전히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를 위해 뭔가 해주리라 기대할 게 남아 있을까? 오히려 잔업 인생을 끝장내기 위해 무노동 무임금 따위의 자본가 원칙을 걷어차고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더 크게 외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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