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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싸우는 여성이 현장을 바꾼다는 일념으로 투쟁해 가겠습니다!” 3.8 여성의 날에 울려 퍼진 단결투쟁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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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6,538회 2019-03-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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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처에서 열린 3.8 여성의 날 시위

 

 

요즘 서러운 건 남자다!” 3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축사를 한다며 내뱉은 말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심 쓰듯 장미꽃을 돌리면서 발렌타인데이 같은 이벤트 분위기를 풍겼다. 한국의 지배자들은 여성 사회주의 운동가들의 제안과 주도로 만들어진 세계 여성의 날을 오랫동안 금지해 왔고, 지금은 우스갯거리로 전락시키려 한다.

 

그러나 저들의 반대편에서, 미투 운동을 포함해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향한 운동과 투쟁이 성장하는 것과 나란히 세계 여성의 날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여러 나라에서 대규모 시위가 조직됐다. 스페인에선 600만 명이 두 시간 부분파업과 시위에 동참했다. 한국에서도 3.8 세계 여성의 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그만큼 여성 노동자들이 여전히 무거운 차별과 억압에 짓눌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볼멘소리와는 달리, 여성 노동자에게 덧씌워진 이중 삼중의 굴레라는 표현은 오늘날에도 결코 비유에 그치지 않는다.

 

임금 차별

 

여성 노동자 차별은 임금격차에서부터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8년 고용노동부 통계자료(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 노동자의 임금을 100으로 할 때 여성 노동자는 64만 원을 받는다.

 

OECD가 매년 발표하는 성별 임금격차에 관한 그래프는 해마다 연도만 바꿔 적으면 된다. 언제나 한국이 성별 임금격차에서 최악 1순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ILO가 발표한 <성 평등을 향한 도약>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남녀 노동자 간의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선정됐다. 노동자 중위소득 3분의 2 이하인 저임금 노동자 비율에서 여성은 35.3%, 남성은 4.3%로 큰 차이를 보였다. 세계 평균은 23.8% 4.7%, 역시 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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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에서 지난해 발표한 성별 임금격차 데이터. 한국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취업 차별

 

차별적인 임금이라도 받으려면 우선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취업에서도 여성들은 불이익을 겪는다.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남녀 노동자 간의 고용률 격차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고 한다. 감소의 실상은 이렇다. 200324.7%p에서 201720.4%p. 남성 노동자 고용률이 71.2%일 때 여성 노동자 고용률은 여전히 50.8%에 그친다(2017년 기준).

 

이런 차별을 겪는 데에는 출산과 육아에 따르는 경력 단절이 큰 영향을 미친다. 모든 상황에서 비용절감의 기회를 찾으려는 자본가들은 출산과 육아를 빌미로 여성 노동자에게 자발적퇴사를 종용하고, 경력이 단절된 여성 노동자는 이후 자연스럽게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리는 구조에 갇히게 된다.

 

가사노동 차별

 

여성 노동자의 사회적 활동을 제약하기 위해 지배계급은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부엌데기 이데올로기와 문화를 꾸준히 퍼뜨려 왔다. ILO 보고서는 무급 가사노동 분담 불균형에 대한 세계 평균을 내면서 여성은 하루에 4시간 25, 남성은 1시간 23분을 가사노동에 투여한다고 했다.

 

한국에 관한 자료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 ·가정 양립 지표>에 실려 있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경우 남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이 40분인데 비해 여성은 3시간 14분이었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엔 차이가 조금 더 커진다. 남성은 50, 여성은 4시간 19. (2017년 이후 통계청의 <·가정 양립 지표>에선 이 항목이 빠졌다.)

 

눈을 뜨면 보이는 이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더라도, 차별에 맞선 여성 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해야 할 이유는 흘러넘친다. 더 나아가 올해 3.8 여성의 날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발언자들은 이 투쟁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실마리를 보여줬다.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

 

형틀목수는 남성도 일하다가 도망가는 일입니다. 일하고 집에 돌아가면 손이 안 쥐어지고, 팔다리가 너무나 아픕니다. 성희롱은 일상입니다. 그런데 여성 조합원들이 일할 수 있게 된 건 노조에서 평등지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저희 지부는 우리 여성 조합원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조합원들보다 훨씬 더 열악하게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조직해 보려 합니다. 여성 노동자도 똑같은 노동자고, 똑같은 기능인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투쟁해 보겠습니다. 싸우는 여성이 현장을 바꾼다는 일념으로 투쟁해 가겠습니다. 투쟁!”(경기중서부건설노조 김미정 동지)

 

1985년 입사한 이래 생산라인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늘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 왔던 한국지엠 노동자 이노이 동지도 마찬가지 메시지를 전했다. “노조 문을 두드리고 열심히 싸워서 노조 안에 여성부도 생겼고, 마침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이뤄냈습니다.” “여성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투쟁!”

 

여성 노동자들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하며 투쟁에 나서는 것과 함께, 노동조합이 성별을 넘어선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 책임 있게 나서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현장에 횡행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비하 분위기를 서서히 걷어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다. 그리고 이는 여성해방을 쟁취할 수 있는 전략의 기본조건을 보여준다.

 

단결전략

 

일부 여성주의자들은 오직 여성들만의고유한 정체성과 이해관계를 앞세우며 남녀 노동자의 단결을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한다(분리주의적 여성주의). 그러나 예를 들어 형편없는 저임금에 맞서 파업을 벌이며 투쟁해 온 홈플러스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에 맞서기 위해, 자신을 착취하는 홈플러스 여성 자본가와 나란히 선다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여성해방이 아니라 여성 자본가의 기득권 강화를 위해 여성 노동자를 들러리세우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다행히도, 투쟁에 나서고 단결의 힘을 느끼기 시작한 여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그런 분리주의적 여성주의 전망에 끌리지 않는다. 여성 노동자들이 이중 삼중의 굴레에 얽매여 있다는 게 사실인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 노동자들도 착취와 억압의 굴레에 얽매여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착취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자본에 맞선 공동의 투쟁에 나서자마자 노동자들은 남성과 여성 사이가 아니라 자본과 노동 사이에 바리케이드가 세워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성별을 넘어선 단결투쟁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남성 노동자들에겐 여성 동료를 향한 존중심을 길러준다. 이로부터 남성 우월주의를 부추겨 노동자를 분열시키는 자본가들의 책략을 무력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단결전략이야말로 노동자계급의 여성해방을 실현시켜 줄 유일한 통로다.

 

지금 당장엔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투쟁의 힘이 허약하다는 점 때문에 실망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단결전략, 단결한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라는 구호를 올곧게 움켜쥐고 나아간다면 우리의 운동은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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