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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사상 최악의 노동법 개악이 다가온다” - 노동시간의 기준, 원칙 다 무너뜨린 탄력근로제 야합은 시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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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6,959회 2019-03-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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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일부터 노동법률 단체들이 광화문 경사노위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이진아 동지(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사무차장, 이산노동법률사무소)에게 탄력근로제 야합과 노동법개악의 심각성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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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일 경사노위 앞 농성장에서 열린 저녁 문화제(사진_노해투)

 

 

노동법률 단체들이 단식농성을 하게 된 이유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만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도 굉장히 심각하다. 일단위로 정해지던 노동시간을 주단위로 정하고, 11시간 연속휴식 의무화나 임금보전 방안은 다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이게 무슨 합의냐? 긴장감이 있었다. 더 나아가 경사노위 제도개선위원회에서 경총은 노동3권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안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 운동 내에서는 격론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절박함에서 시작했다.

 

이번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합의의 절차적 문제점은?

 

경사노위법 상 이 합의문은 운영위 산하 의제별위원회인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이뤄진 것으로, 엄밀히 말해 경사노위에서 의결된 안이 아니다. 운영위원회에 소속돼 있는 다른 주체들이 전혀 보고받은 바 없고 합의한 적도 없는 합의문이다.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8차까지의 회의에서 토론된 내용이 아니라 갑자기 하루 연장하기로 해놓고, 소위 고위급 만남에서 결렬 직전의 사안을 갑작스럽게 합의했다. 그 누구에게도 대표성을 위임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냥 한국노총, 경총, 고용노동부 책임자들이 야합한 거다. 그들끼리의 안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돼, 주당 64시간 근무가 최대 40주까지 가능하다.

제가 계산했을 때는 더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42주 정도까지 될 것 같다. 단위기간이 3개월이었을 때는 최대 64시간(52시간 + 12시간)을 연속으로 시키는 게 한계가 있었다. 법정노동시간을 3개월 기준으로는 맞춰야 하니까. 실제로 김앤장 변호사들이 그렇게 얘기했다. 단위기간이 3개월이면 근무시간을 짜기가 어렵다고. 실무적으로 어렵다고. 실효성이 별로 없다고.

 

그런데 이게 6개월로 확대되면 64시간 연속으로 일해야 하는 주가 훨씬 늘어난다. 단위기간이 3개월이면 끽해야 두 달 정도를 돌릴 수 있는데, 이제 단위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면 4달 정도로 돌리고 두 달 정도는 일을 적게 시키는 게 가능하다. 단위기간이 3개월로 제한됐을 때는 계절적 업종 등 특정 기간에 업무가 쏠리는 업종에 탄력근로제가 도입됐다면, 이제는 훨씬 많이 확대될 수 있다. 인원을 늘려야 하는데 기존 인원을 가지고 일을 몰아 시키기 때문에 일자리 확대도 막는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3개월 이상 탄력근로 적용 시에 11시간 연속휴식을 의무화했고, 경사노위 산하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과로사방지법 제정을 논의 중이라면서, 산업안전보건위 합의는 현행 과로 기준인 근무시간을 4주 연속 주당 평균 64시간, 12주 연속 평균 60시간을 과로사방지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포함하게 될 거라고 얘기하던데.

 

실제로 과로사방지법은 국회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 논의에서도 제정 권고 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 이견이 큰 것으로 안다. 그냥 한국노총 생각으로 보이는데, 이걸로 탄력근로제 병폐를 막을 수 있다 얘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게다가 평균 60시간이라는 기준이 너무 높다. 지금까지 과로사한 노동자들에게 60시간이 산재 인정의 큰 장벽이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뇌심혈관계질병 산재인정 기준을 낮췄다. 60시간이면 인과관계를 강하게 인정하고 52시간이면 뇌심혈관계 질병에 영향이 있을 거라는 전제 아래 다른 가중요인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으로. 그런데 ‘4주 연속 주당 평균 64시간, 12주 연속 평균 60시간기준을 과로사 방지법의 과로기준으로 제시하겠다는 거다. 그 기준 자체가 노동조합이 제시하는 기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높다.

 

▲ 뇌심혈관계질병 산재인정 기준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업무부담 가중요인)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일단위로 정해지던 노동시간이 주단위로 정해지게 되었는데 이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6개월은 상대적으로 긴 시점이어서 (근로시간을) 미리 확정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하는데.

 

기존 기준, 즉 근로자대표와 사전 서면합의할 때 일별 노동시간을 정해둬야 한다는 기준을 변경해, 사전에 근로자대표와는 주별 노동시간에 대해서만 합의해두고, 2주 전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일별 노동시간을 통보하도록 한 게 주요 내용이다. 천재지변이나 기계고장, 업무량 급등의 경우에는 누군지 알 수도 없는 근로자대표하고 협의만 하면 이것조차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은 3개월 내에서 노동시간을 좀 탄력적으로 운영을 하기는 하나, 최소한의 규칙성을 담아 노동자가 노동시간을 예상할 수 있게 했다. 일별로 노동시간을 정한 게 그런 취지다. 그런데 이런 기본 취지가 사라졌다. 근로시간을 미리 확정하기 쉽지 않다는 건 사용자 입장이다. 사용자 입장을 완전히 고려한 거다. 백 번 양보해 단위기간을 늘려야 한다면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착목해야 하는데, 거꾸로 사용자들이 어렵다고 주단위로 노동시간을 정하자는 거다. 사용자에게 노동시간의 권한을 다 쥐어줬다. 노동시간의 기준, 원칙 다 무너졌다.

 

노동자는 2주 후 내가 어떤 날에 연장근무를 할지, 몇 시간 일할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다. 거부권도 없다. 건강을 망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생활 자체를 짤 수 없게 된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사용자가 임금보전 방안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임금 감소분은 체불 임금에 해당한다며 개별 노동자에게 보상해줘야 할 의무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다. 임금보전 방안은 기준과 방법이 있어야 한다. 얼마를 손실로 볼 것인가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예를 들어 탄력근로제 도입 전 임금과 비교해서 손실이 나는 부분을 반드시 전액 보전해야 한다는 정확한 규정이 없다. 사용자가 임금보전 방안을 신고해야 한다고 하지만, 근로자대표하고 합의하면 이 신고도 면제다.

 

그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사용자는 임금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 할증 등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어떤 사용자가 신고를 안 할까 싶다.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 신고할 필요도 없이 서면합의에 임금보전 방안 문구 하나 넣는 사업장들이 태반일 거다. 근로자대표하고 합의했다는 문구 하나만 넣으면 되는데. 사용자에게 전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냥 자문 받아서 수당 하나 대충 적어 신고하거나 이후에 보전하겠다는 식으로 해도 별 문제없을 거고.

 

만약에 신고하지 않은 업체가 있다 해도 노동부가 어떻게 찾아낼 건가? 전수조사? 말도 안 된다. 그런 걸로 됐다면 지금까지 노동시간이 이렇게 엉터리로 관리됐겠는가? 심지어 나중에 전수조사 나오면 근로자대표하고 합의했다는 문구를 날짜만 바꿔 대충 적어내는 식의 탈법적 해결방안도 충분히 있다. 전수조사까지 할 의지라면 노사합의 시 신고 예외 조항을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진짜 실효성 없다. 저는 이게 의지가 있어서 만든 안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냥 노동자의 방어권을 확보했다고 구색을 맞추기 위한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11시간 연속휴식 보장, 노동부에 신고하도록 한 임금저하 방지책 모두 근로자대표와 합의만 하면 안 지켜도 된다고 명시했다. 이게 얼마나 큰 문제인가?

 

근로기준법에서 가장 애매한 조항이 근로자대표. ‘노동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가 근로자대표가 된다고 정할 뿐 구체적인 선출 방식과 자격을 정하고 있지 않다. 그냥 사용자의 심복, 예를 들어 팀장 같은 사람이 근로자대표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동자들은 누가 근로자대표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탄력근로제가 이미 도입돼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와 상담했을 때 이런 대화가 오갔다.

 

: 이게 서면합의가 돼 있나요?

: ?

: 근로자대표 있잖아요?

: 누군데요?

 

심지어 이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는 유효기간조차 없다. 단체협약은 2년 이런 식으로 유효기간이 설정돼 있는데 이 합의는 없다. 근로자대표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합의가 된 걸 알고 난 뒤 바꾸려 해도 이걸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개인적으로 근로자대표 합의라는 방식이 늘어나는 게 정말 우려가 된다. 수많은 변칙이 생길 것이다. 이번 야합을 한 당사자들도 이 근로자대표의 문제점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경총이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 요구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선?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 금지규정 삭제,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노동조합 부당노동행위 신설, 단체협약 유효기간 최대 4년으로 연장, 사업장 내에서는 점거 또는 집회나 시위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엄격화가 통과될 경우 민주노조운동에 미칠 영향은?

 

노동법개악의 핵심은 단체행동권 제약이다. 싸울 수 있는 권리를 막는 것. 지금도 합법파업의 범위가 너무 좁다. 노동자들은 엄청난 부담을 갖고 파업을 해야 한다. 업무방해죄, 손배가압류는 전혀 손대지 않고 오히려 노조활동과 합법파업의 범위를 좁게 만들려 한다. 현재 경총의 요구안이 실질적으로 입법된다면 1996~97년 노동법개악을 훨씬 뛰어 넘는 사상 최악의 노동법 개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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