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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확대 야합: 문재인 정부와 한국노총 관료들이 버린 미조직 노동자, 누가 이들을 진정으로 대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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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6,101회 2019-03-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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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조장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야합을 밀어붙인 뒤 즐거워 하는 자들(사진_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경사노위에 참가 안 한 민주노총을 미조직 노동자 외면하는 귀족노조라 비판해 왔다. 하지만 경사노위는 자본가정부가 한국노총 어용들과 야합해 미조직 노동자를 자본가의 착취의 제물로 만드는 장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탄력근로제 합의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경사노위에서 합의된 탄력근로제는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과로사 합법화이자 임금삭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민주노총 같은 민주노조들이 자신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해서도 경사노위에 참가하지 말고, 그 바깥에서 정부와 경사노위에 맞선 단호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훤히 드러냈다.

 

탄력근로제가 애당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 51조를 적용했던 과거의 탄력근로제는, 취업규칙으로 도입할 경우 단위기간이 2, 노사 합의로 도입하면 3개월의 단위기간이 허용됐다. 경사노위에서 219일에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은 단위기간을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해줬다.

 

이것은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자본가들의 욕구와 필요를 몇 배 이상 증폭시켜준다. 건설처럼 계절적 수요를 타는 업종만이 아니라 판매량이 불규칙적인 수많은 사업장에서도 이제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유인이 대폭 강화됐다. 3개월 단위기간 하에서는 한 달 반 정도의 범위 내에서만 근로시간 확대가 가능해 효과가 크지 않았으나, 6개월 단위기간 하에서는 3~4개월에 걸친 연속적인 근로시간 확대가 가능해져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효과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자리 축소 및 과로사 조장

 

여기서 효과란 물론 자본가들이 더 적은 돈을 주면서, 더 강도 높게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게 되는 효과, 즉 이윤 증대의 효과다. 우선 일자리를 최소한으로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탄력근로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성수기에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추가 고용해야 한다.

 

그동안에는 물량이 많지 않은 비수기에 인력이 남더라도, 성수기 생산을 위해 일부 인력을 추가 고용해야 했다. 그런데 탄력근로제가 도입되면, 성수기에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비수기에는 노동시간을 줄이면 되므로 추가 고용이 필요 없게 된다. 상당한 수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노동강도의 급격한 증가가 일어난다. 6개월 단위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40~52시간 노동일지라도 주별이나 월별로 따지면 큰 차이가 발생한다. 지난해 7월 도입된 40시간 + 12시간(시간 외 근무) = 52시간(주 노동시간 상한제)이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64시간까지 노동시간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된다. 일거리가 없는 비수기에 주 28시간만 일을 시키고, 성수기에는 64시간 일을 시키는 것이다.

 

52시간 노동제가 적용되지 않는 300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여기서는 주 80시간까지 노동시간을 합법적으로 늘릴 수 있다. 비수기에는 일을 시키지 않고, 성수기에만 집중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주 64~80시간에 달하는 초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간명하다. 6개월 단위 노동시간 총량은 똑같더라도, 자본의 입맛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어드는 노동시간은 엄청난 노동강도 증대, 야간노동, 휴일노동, 과로사 확대를 불러온다. 이것은 주 52시간 노동제로 과로사를 없애고 여가를 늘리는 일말의 효과를 완전 백지화하고, 오히려 더 개악하는 것이다. 애당초 주 52시간 노동제의 혜택도 없었던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완전히 사지로 내모는 것이다.

 

시간 외 근무수당 폐지에 따른 임금삭감도 크다. 예전에는 주 40시간을 넘어 일하는 경우 연장, 휴일, 야간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그것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른 주에서 주 40시간에 해당하는 노동시간을 빌려 와서 사용하는 것이므로 연장근로수당이나 휴일수당, 야간수당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 외 근무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임금은 대폭 삭감된다. 이제는 법정 시간 외 수당마저 주지 않고 부려먹는 것을 합법화시켜주는 것이다.

 

정부와 노조 관료들의 거짓말

 

정부와 한국노총 노조 관료들은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건강보호와 임금보전 대책을 도입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건강보호 조치는 아무런 실체가 없다. 게다가 주 64~80시간 혹사당하는 노동자의 건강이 어떻게 보호될 수 있단 말인가?

 

경사노위 위원장인 문성현은 탄력근로제 확대로 과로와 산업재해 위험이 높아졌다는 지적에 걱정 안 해도 된다. 요즘 젊은 분들이 그런 일자리를 싫어한다. 너무 그렇게 집중해서 시키면 (직장을) 나가는 거라, 현실적으로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너무나 싫은 일자리라도, 먹고 살기 위해 나가지 못하고 시키는대로 일해야 하는 것이 임금노예인 노동자의 처지다. 이것은 지나친 우려가 아니라 대다수 노동자가 직면한 치명적인 현실이다!

 

임금보전 대책도 껍데기뿐이다. 원래 임금보전 방안을 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으면 사업주를 처벌하는 조항이 논의됐으나, “임금보전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는 정부와 경영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준강제조항을 만드는 선에서 합의했다. 임금보전 대책을 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린다는 것이 바로 준강제조항인데, 임금보전 대책의 기준점이 전혀 없으며 따라서 과태료를 물릴 법적 근거 자체가 없다. 과태료를 물리더라도, 아무런 억제책이 되지 못하는 껌 값밖에 안 된다.

 

그들이 노동자 보호 대비책으로 드는 또 하나의 조항은 탄력근로제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도입한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노조가 있다면 이 조항은 보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용노조가 합의의 주체라면, 심지어는 노조조차 없는 미조직 사업장이라면 이 보호장치는 신문지로 만든 대문에 불과할 것이다.

 

민주노조가 있는 곳이라도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노사 간 협의만으로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합의했기 때문이다. 천재지변이나 기계고장, 업무량 급증 같은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하면 근로자 대표와 협의를 거쳐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틈을 열어주고 있다.

 

그들은 최소 11시간의 계속적인 휴식시간 보장 조항도 들먹거린다. 하지만 말이 좋아 11시간이지, 출퇴근 시간이 왕복 3시간씩 걸리는 노동자의 경우 3시간의 출퇴근 시간 + 출근 준비시간 1시간을 감안하면 7시간의 수면시간도 채 확보되지 않는다. 그것도 12시간 넘는 장시간 근무를 마친 노동자가 말이다. 게다가 여기에도 무시무시한 단서조항이 있다.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 11시간 연속 휴식시간도 보장하지 않을 수 있다.

 

미조직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더러운 야합의 미래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합의는 정부와 어용 노조 관료들 사이의 더러운 야합이다. 이 야합의 희생양은 일차적으로 전체 노동자계급의 80%가 넘는 미조직 노동자대중이다. 이들은 과로사와 임금삭감에 마주치게 됐다. 하지만 노동조합마저 없는 이들은 아무런 보호장치도 갖지 못하고, 저 잔인한 자본가들의 강화된 착취에 신음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난한 노동자의 생존을 지켜주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의 또 하나의 증거일 것이다. 나아가서 이것은 한줌 노조 관료들이 노동자대중의 생존권을 참혹하게 짓밟고 자본가들에 협조하는 또 하나의 가증스런 범죄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노총을 비롯한 어용 노조의 관료들은 자신의 노조 조합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탄력근로제를 수용하는 갖가지 양보에 나설 것이다. 미조직 노동자대중의 생존권을 짓밟았던 출발점은 점차 자신의 노조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헌납하면서 자본가들과 협력하는 다음 단계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가증스런 범죄행각은 수많은 미조직 노동자와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에 대한 환멸을 불러올 것이다. 이 환멸은 어디로 이어질 것인가? 바로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적 고립이다. 그리고 이 사회적 고립이라는 비옥한 자양분을 먹고, 정부와 자본은 노동조합운동을 파괴하는 더 결정적인 단계로 진격하려 할 것이다.

 

이미 그것은 시작되었다. 경사노위의 2라운드는 노동조합의 쟁의권을 짓밟는 결정적 조치들, 가령 대체근무 확대, 사업장 내 쟁의행위와 노조활동 금지, 단협 유효기간 4년으로 확대 등으로 장식되고 있다. 이렇게 노동조합의 손과 발을 묶어버리면, 그다음은 무엇일까? 투쟁력을 잃은 노동조합은 아무런 저항능력도 갖지 못하면서 미조직 노동자의 처지로 굴러 떨어질 것이다. 바로 이것이 경사노위, 즉 정부가 노조 관료층의 협조를 통해 도달하려는 최종 목적지다.

 

민주노조운동의 방침

 

민주노총에서 경사노위 참여가 좌절된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이 따위 탄력근로제를 논의하고, 나아가서 그것을 수용하는 범죄행위에 참여했다면 그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짓이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경사노위를 활용한 노동개악에 맞선 투쟁의 정당성과 명분을 짓밟았을 것이고, 광범위한 미조직 노동자의 지지를 끌어내는 길은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민주노조운동은 제대로 준비하지도 못한 채, 자신을 향한 정부와 자본의 전면적인 공세에 마주쳤을 것이다.

 

다행히도 경사노위 불참으로 이런 덫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진짜 투쟁, 진짜 책임성은 지금부터다. 한국노총 관료집단의 범죄를 규탄하는 것만으로는 할 일의 100분의 1도 다 하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광범위한 미조직 노동자대중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계급의 참다운 대변자로 서야 한다. 이는 민주노총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지키고, 임박한 정부와 자본의 대대적인 공세로부터 민주노총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사활적인 임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탄력근로제 도입에 맞서, 그리고 이어지는 경사노위 2라운드 야합에 맞서 단호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오직 민주노총만이 광범위한 미조직 노동자대중을 진실로 대변한다는 점을 행동으로 입증하고, 그것을 통해 획득한 노동자계급의 대표성을 바탕으로 민주노총의 단결투쟁권을 짓밟으려는 정부와 자본의 공세에 맞선 강력한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노동자계급 전체의 대표자로 우뚝 서지 않는다면, 이후 민주노총에 대한 입체적인 공세(노동개악 공세)를 저지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우리 노동조합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탄력근로제 도입은 얼마든지 저지할 수 있다는 정도의 안일한 판단에 결코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리는 지금 두 갈래 길 앞에 서 있다. 탄력근로제 도입은 한편으로는 노동조합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기들만의 이익에 안주하려는 조직 노동자에 대한 미조직 대중의 불신을 조장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300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광범위한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더욱 강화된 착취에 맞서기 위한 노동조합을 향한 갈망을 증대시킬 것이다.

 

어떤 길을 현실화할 것인가?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 단결, 즉 조직 노동자들이 미조직 노동자들을 전면적으로 대변해야만 후자의 위대한 길을 열 수 있다. 이것은 미조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조직 노동자의 자기 방어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미조직 노동자와 단결하지 못해 고립된 조직 노동자들은 결국 정부와 자본의 입체적 공격 앞에 제대로 맞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경사노위 1라운드인 탄력근로제 야합에 이어, 노동조합의 투쟁권리에 재갈을 물리는 경사노위 2라운드인 노동개악 라운드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 민주노조의 생명인 단결투쟁권을 사수하기 위해서도, 탄력근로제 분쇄를 비롯해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계급적 투쟁노선이 사활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19세기 영국에서 가장 강력한 노조를 건설하고 있었던 탄광 노동자들에게 건넨 마르크스의 조언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마르크스는 탄광 노동자들에게 영국 노동자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8시간 노동제 쟁취투쟁의 최선두에 서야 한다고 제기했다. 일부 탄광 노동자들은 이미 7시간 노동제를 쟁취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당장의 일시적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책임과 희생을 통해서만 탄광 노동자들이 영국 노동자 전체를 단결시킬 수 있고, 그들을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을 향해 이끌 수 있는 위대한 자격과 권위를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광 노동자들 자신의 권리와 조직을 지키는 데서도 그런 책임성이 필수적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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