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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화 끝판왕 현대제철은 어떻게 노동자를 낭떠러지로 밀어 넣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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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7,332회 2019-02-2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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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벨트 작업까지도 여러 개 업체로 쪼개

 

지난 12년 새 36명의 노동자가 죽은 현대제철은 외주화 끝판왕이다. 이번에 사망한 노동자는 컨베이어라인 구동부의 핵심부품인 풀리를 정비하는 외주업체 노동자였다. 그런데 컨베이어의 벨트를 정비하는 사내하청 업체가 따로 있고, 롤을 정비하는 사내하청 업체, 이송 중 컨베이어에서 떨어진 원부원료를 처리하는 업체가 따로 있다.

 

이렇게 컨베이어라인을 보수할 땐 수많은 업체가 달라붙는다. 주변을 돌아보는 건 금기다. 자기 할 일을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하는 게 최고의 가치가 된다. 그렇게 잘게 잘게 분할된 보수작업은 컨베이어라인의 연속성을 끊어버린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소통과 협력은 말할 것도 없고, 한 라인에 붙어서 일하는 비정규직끼리의 소통과 협력조차 기대할 수 없다. 모든 라인을 세우고 작업해야 그나마 위험요소를 줄일 텐데 현대제철은 그럴 맘이 전혀 없다. 첫째도 생산, 둘째도 생산을 외쳐대는 현대제철에게 안전은 생산을 방해하는 돌부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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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은 누가 봐도 연속 작업인 컨베이어벨트 작업까지도 사내하청업체와 외주업체에게 떠맡겨 비용을 절감한다.

 

 

현대제철은 살인적인 노동조건을 강요했다.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의 심한 분진과 먼지, 옆 사람의 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심한 소음, 온갖 전선설비가 뒤엉켜 있는 비좁은 통로. 로봇이라고 안전할까?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한다. 위험이 하청, 외주 노동자에게 집중되긴 하지만 정규직도 안전하지 않다. 201712월 결혼한 지 3개월 된 정규직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졌다.

 

고용불안에 항상 노출된 외주 노동자들은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기도 어렵다. 똑같은 설비라도 작업환경이 제각각 다르다는 것을 익히는 데 최소 몇 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위험을 인식해도 그다음이 문제다. 하청 노동자에게는 설비개선에 대해 아무런 권리가 없다. 원청인 현대제철은 비정규직 탄압을 배후조종하고, 비정규직의 정당한 요구는 싹 무시해 버린다.

 

모든 작업은 연속공정

 

제철소의 모든 공정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괜히 일관제철소가 아니다. 1,500도가 넘는 쇳물을 다루고, 엄청난 무게의 중량물을 다루고, 위험한 기계설비를 다루는 제철소의 특성상 각 공정 간 노동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죽음의 외주화는 최소한의 협력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천장 크레인을 정비할 때 진행반, 정비팀(정규직), 정비업체(하청), 크레인업체(하청)로 나뉘고 또 각각의 일이 다른데, 서로 소통이 안 되면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크레인정비 중에 크레인이 작동해 버린다.

 

또 연속공정의 대대적인 보수가 진행 중일 때 중앙정비(제철소 대부분의 설비를 정비하고 매일 작업환경이 바뀜)와 지구(밀착)정비로 나뉜 비정규직은 일의 전반적 흐름을 잘 알 수 없다. 업체마다 일은 많고 인원은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업체 노동자를 신경 쓸 겨를도 없다. 인원이 부족해 같이 일하는 동료도 못 챙기는 게 부지기수다.

 

201710월 기준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정규직은 4,900여 명, 사내하청 노동자는 64개 업체 7,300여 명이라는 자료가 있다. 이 숫자는 2차 업체, 외주업체 노동자는 제외한 숫자다. 외주업체 규모는 파악조차 쉽지 않다. 현대제철뿐 아니라, 각 하청업체도 외주업체를 쓰고 있다. 현대제철은 작년 비정규직 43교대 전환 과정에서 인력충원을 하지 않았으며, 수시로 업체통폐합을 하며 비정규직 규모를 늘렸다 줄였다 한다.

 

외주화 금지를 투쟁의 쟁점으로 밀어 올려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대제철 사망사고를 두고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게 그런 대책일 수 있는가? 죽음의 외주화 구조를 그냥 놔둔 채 근본 대책이 가능한가?

 

하지만 현대제철은 외주화 구조는 손끝 하나 건드리려 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기한 비정규직 차별 문제조차 답을 내지 않는 게 현대제철이다. 결국 노동자들이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외주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 권리를 제기하고 싸울 때, 외주화 전면금지와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을 전개할 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인력충원과 외주화 금지는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요구일 수밖에 없다.

 

큰 사회적 문제가 됐으니 정부나 현대제철이 뭔가 알아서 해줄까? 그랬다면 12년 새 36명의 노동자가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제도 분명하다. 노동자가 뭉쳐서 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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