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기타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획연재⑨ 마르크스주의의 계승

페이지 정보

최영익 조회 7,367회 2019-02-19 15:56

본문

 

대상적 진리가 인간의 사유에 들어오는가 않는가의 문제는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적 문제다. 실천 속에서 인간은 진리를, 즉 현실성과 힘, 자신의 사유의 현실적 의미를 증명해야 한다. 실천으로부터 고립된 사유의 현실성이나 비현실성에 관한 논쟁은 순전히 스콜라주의적 문제다. 철학자들은 세계를 단지 다양하게 해석해 왔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마르크스,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들>)

 

 

마르크스가 쓴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열한 번째 테제

 

 

마르크스에게 이론은 세계를 변혁하려는 인간의 능동적 의지를 북돋는 결정적 무기였다. 이 의지는 추상적이고 이상주의적인 관념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물질적 운동 자체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나아가서 마르크스는 실천 속에서 변화하는 사물과 만나고 치열하게 씨름하는 과정에서만 비로소 사물(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고 보았다.

 

실천 없는 이론이란 애당초 그에게는 성립 불가능한 것이거나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인간의 실천은 의식적인 능동적 행위이며, 거꾸로 이러한 실천을 통해서 인간의 의식이 더 멀리 전진하고 현실을 더 정확히 반영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마르크스 철학의 핵심을 그람시는 실천 철학이라고 불렀다.


이런 접근법은 그 자신의 철학에도 적용된다. 마르크스의 사상은 그의 인생 좌우명이었던 투쟁’(실천)과 뗄 수 없이 연결돼 있다. 마르크스는 투철한 혁명가였다. 그의 분노는 자본주의 착취체제를 정면으로 향했고, 그의 의지는 공산주의 해방을 갈구했다. 이 분노와 의지는 오직 노동자계급 속에서만 일관된 동지를 발견할 수 있었고, 마르크스는 이 노동자계급의 운동과 자신의 실천을 일체화했다.

 

그 과정에서 마르크스는 노동자운동 속으로 자신의 혁명적 의식(사회주의)을 불어넣었고, 반대로 노동자운동과 함께 함으로써 자신의 혁명적 의식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현실 사회의 운동을 더 정확히 의식적으로 포착해 갈 수 있었다. 가령 노동자국가에 대한 마르크스의 정의는 파리 코뮌을 수립한 프랑스 노동자계급의 운동으로부터 (마르크스 자신이 말했던 것 그대로) ‘발견한 것이었다.

 

잉여가치(착취)에 대한 발견 또한 마찬가지다. 독일 자본가들의 착취에 대한 분노가 없었다면, 또한 영국 노동자계급의 비참한 상태에 대한 관심과 분노가 없었다면, 나아가서 이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으로 떨쳐 일어나지 않았다면, 마르크스는 결코 잉여가치를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케인스는 <자본론>을 읽었지만, “이 따위 책이 어찌하여 그토록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지 아연해진다. 너무나 지루하고 시대착오적이며 논쟁을 위한 논쟁으로 가득 찬 책이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는 그의 지적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혁명적 실천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부르주아 지식인이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마르크스의 사상은 오직 자본주의에 맞서 노동자계급과 어깨 걸고 투쟁하려는 사람들에게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 이후의 세계

 

변증법은 역사적으로 발전한 모든 사회 형태를 운동의 흐름 속에서 파악하고, 따라서 일시적인 것으로 여기며, 또 그 본질상 비판적, 혁명적이어서 어떤 것에도 제약받지 않는다고 마르크스는 규정했다. 이것은 마르크스의 사상에도 적용되는 진리였다.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교조적 접근은 결코 마르크스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생전에 마르크스는 현실의 운동을 정확히 포착했지만, 현실의 운동은 결코 멈추지 않았기에 미래의 모든 운동을 마르크스가 미리 발견할 수도 없었고, 대략적인 예측을 넘어 정확히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도 없었다.

 

마르크스가 살았던 자본주의 사회는 자유경쟁 자본주의였고, 독점자본은 막 태동하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금융자본과 독점자본의 발전, 그리고 이것이 진화한 국가독점자본, 나아가서 금융자본과 자본수출을 토대로 자라난 제국주의에 대한 이론을 마르크스가 전면적으로 발전시킬 수는 없었다. 이것은 마르크스의 실천철학을 계승한 후대의 마르크스주의자들(레닌과 트로츠키 등)에 의해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마르크스주의 전통은 마르크스 생전의 주장을 교조처럼 떠받드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혁명적 관점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현실에 맞게 마르크스주의를 창조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통해서만 비로소 지켜질 수 있다.

    

마르크스 이후의 실천이 드러낸 것

 

혁명이 필요한 이유는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지배계급을 타도할 수 없기 때문일 뿐 아니라, 지배계급을 타도하는 계급이 오직 혁명을 통해서만 낡은 오물을 말끔히 씻어 버리고 새 사회의 토대를 놓는 데 적합해지기 때문이다.”(마르크스, <독일 이데올로기>)

 

러시아혁명을 비롯한 세계 혁명적 노동자운동의 역사적 경험을 거치면서, 마르크스의 이 짧은 언명의 의미가 더 분명해졌다. 1917년 러시아에서 탄생한 위대한 노동자국가는 1920년대 후반을 거치면서 관료집단의 반혁명에 파괴되고 말았다. 1918, 1923년 독일, 1925~27년 중국, 1936년 스페인, 1945년 직후 이탈리아, 그리스, 1956년 헝가리 등 수많은 국가들에서 노동자혁명의 기회가 자라났고, 노동자계급은 놀랄만한 혁명적 잠재력을 드러냈지만 이 모든 혁명들은 실패로 돌아갔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바로 노동자정당과 노동자국가, 노동조합 등 노동자운동 조직의 상층에서 관료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흐름들이 번성했기 때문이었다. 마르크스 생전에도 이런 흐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진실한 대중적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정당이라면, 노동자대중에 의해 이런 약점이 충분히 극복 가능한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르크스 사후, 노동자운동 상층에서 발생하는 기회주의적 흐름이 결코 간단히 격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오히려 바로 이와 같은 노동자운동 내부의 취약성(노동자운동이 뱉어내지 못한 낡은 자본주의적 오물)이 자본가계급이 자신의 지배를 유지하는 결정적 버팀목이라는 점이 세계대공황 그리고 1, 2차 세계대전과 맞물린 계급투쟁의 전면화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 문제와 본격적으로 씨름하면서 혁명적 이론을 정식화하는 것은 후대 혁명가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레닌은 러시아의 혁명적 노동자 투사들과 결합한 실천적 분투를 통해,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전위들의 결집체인 혁명정당론을 정식화함으로써 이 과제에 응답했다. 그는 제2인터내셔널의 파산의 뿌리를 밝히면서, 그에 맞서는 제3인터내셔널의 이론과 실천을 선도했다. 이런 작업은 트로츠키를 통해 계승됐다. 트로츠키는 러시아에서 관료집단의 반혁명에 맞서 투쟁했고, 그런 실천과 연계해 혁명정당운동을 제4인터내셔널로 구체화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론적, 실천적으로 완결되지 못했다. 그 미완의 과제를 레닌과 트로츠키, 그람시의 뒤를 이어 오늘날 마르크스주의 혁명가들이 치열한 실천 속에서, 그리고 이 실천과 긴밀히 연결된 이론적 탐구 속에서 완수하려 분투하고 있다. 거대한 노동자운동, 그리고 이 운동이 배출한 혁명적 전위들(혁명정당)의 집단적 실천 속에서만 진정 마르크스의 사상을 계승하는 혁명적 이론이 발전할 수 있다. 바로 그렇게 마르크스의 사상은 오늘날 찬란하게 부활할 것이다.(연재 끝)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로자 룩셈부르크, 안토니오 그람시, 레온 트로츠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관련 기사

왜 우리는 마르크스주의와 만나야 하는가

관념론에서 유물론으로

변증법’ - 세계는 변화한다, 자본주의도 반드시 없어진다

자본주의란 무엇인가(1)

자본주의란 무엇인가(2)

자본주의란 무엇인가(3)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위대한 과업을 완수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 노동자계급

마르크스의 정치 - 국가와 혁명

 

 

<가자! 노동해방>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시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소식을 스마트폰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 검색창에서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을 검색해 채널에 들어오시면 됩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노동해방투쟁연대)도 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Total 42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로그인
노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