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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라클노조 위원장 인터뷰 | “365일 24시간 근무지시를 할 수 있는 곳” 가혹한 IT노동자 현실을 바꾸기 위한 밀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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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6,700회 2019-02-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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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임시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버스

 

 

편집자 주 | 오라클은 미국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기업이다. 한국오라클은 기업 데이터베이스 분야 1위 기업으로 최근에는 클라우드 시장까지 진출했다. 오라클은 IT업계에서 선망 받는 기업으로 한 때 직원 수가 1,200명이 넘었던(지금은 1,000여 명 정도) 대기업이다. 과반이 조합원이다. 201710월 민주노조를 만들었고 작년 83일간의 파업을 했으며, 조합원 복귀 후 지금까지 4명의 간부들이 계속 파업을 하고 있다. ‘노조인정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위해서. 오라클노조 설립 후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 등 IT업종 노조가 잇달아 건설됐다. IT 민주노조 열풍의 중심에 있는 오라클노조의 안종철 위원장을 만나 IT 노동자의 현실과 투쟁 상황을 들었다.

 


20179월 오라클노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노조를 만든 배경을 말씀해 주십시오.

 

일방적 인사평가, 10년 이상 동결된 급여, 무단 징계, 상시 구조조정을 막아보고자 만들었다. 한국오라클은 국내 IT 노동자들이 선망하는 직장이었다. 선망하는 직장에 입사할 때는 뭔가 다를 줄 알았다. 대부분 경력직 입사자들이며, IT업계에서 좋은 성과를 냈던 사람들이 입사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입사 당시엔 만족하는 급여조건에 입사했더라도 이후 본사정책을 핑계로 임금인상이 없었다. 오래 다닌 사람이 신입사원보다 임금이 적은 현상이 나타난다. 계속 동결이니. 그리고 연 물가인상률을 3%만 잡아도 10년 동결이면 연봉이 30% 삭감된 거다.

 

성과급 위주로 급여체계를 짰다. 연봉의 50% 또는 30%는 성과급으로 주겠다는 식이다. 이 성과급도 차감 지불했다. 왜 그렇게 하는지 밝히지도 않는다. 실적목표치도 불합리하게 설정했다. 인사평가 기준조차 제시한 적이 없다. 노사협의회는 있지만 사실상 거수기였다. 아예 노동자를 위한 의사소통체계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을 해결하고 싶었다.

 

지난 10년간 매출이 3천억 원에서 9천억 원으로 늘어났는데 적자라니?

 

한국오라클은 유한회사다. 주식회사와는 다르게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는다. 공시를 하지 않는다. 매출액, 영업이익, 주주현황을 알 수 없다. 노동자들은 얼마를 버는지, 얼마가 남는지 몰랐다. 고의적자 문제도 파업하면서 알게 됐다.

 

한국오라클의 지분은 미국오라클 본사가 아닌 해외 조세 회피처 유령회사에서 100%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은 과다한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사용료와 주주배당금, 고율의 본사 차입금 이자 형태로 해외 송금된다. 차입이 필요 없는 경영 상황임에도, 이자 송금을 위한 본사 차입을 진행한다. 국내 은행에서는 연 2~3% 이율로 대출이 가능한데도 본사 차입금을 받은 후 11~14%의 이자를 해외 송금한다. 결국 모든 이익은 해외로 빼돌려지고, 매년 고의적자를 기록한다. 적자 상황을 이용해 국내 법인세율 25%를 피해나간다. 300억 이상 이익을 거두면 이익 금액에 25% 법인세가 매겨지는데 고의적자로 기록하니.

 

한국오라클은 기본적으로 적자가 나기 힘든 구조다. 국내는 영업지사에 불과하고, 제품개발조직도 국내에는 없다. 소프트웨어 제품은 물류비용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고객에게 갖다 주는 건 그게 10억 짜리든, 100억 짜리든 이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습니다라는 A4 용지 한 장이다. 그것마저 최근에는 인터넷 문서로 대체하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국세청으로부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탈루된 세금 3천억 원을 추징당했으나, 대형로펌 김앤장을 이용해 대법원까지 끌고 가 추징금을 3백억으로 줄였다. 이 소송에 투입된 법률비용이 수백억 원대일 것으로 추정한다. 회사가 연간 김앤장에게 갖다 주는 돈만 250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김앤장의 최대 고객이 한국오라클이다. 그런데 한국오라클뿐 아니라 수많은 외국계 투자회사가 그렇게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휴렛팩커드, 애플코리아 등이 모두 그런 방식을 쓴다고 한다. 고의적자 내고 문제되면 김앤장 붙이고.

 

고용노동부의 현장근로감독 중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36524시간 근무지시를 할 수 있다는 초법적 내용에 서명을 요구한 것이 확인됐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사실이다. 10여 명이 서명한 게 확인됐다.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으면서 그런 서명은 강요한 것이다. IT 노동자의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잘 모르는 분이 많다. 기술사무직 IT업종 노동자들의 노동은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늦은 밤 집에서 일어나 컴퓨터를 켠다면 그곳이 노동현장이 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켜 이메일을 확인하고 처리하거나, 회사업무 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노동환경으로 주당 최대노동시간이 52시간을 훌쩍 뛰어넘으며, 그 뛰어넘은 시간을 법적으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월요일 출근해서 금요일 퇴근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 나마 파업 이후로는 이런 일은 없어졌다. IT 노동자들 한가할 때는 쉬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렇게 쉴 수 있는 노동자들이 많지도 않다. 물론 IT업종 내에서 그나마 한가할 때 한가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기술영업조직은 프로젝트 수주하면 막바지에 밤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휴나 휴일에 일이 많은 곳도 있다. 탄력근로제 도입되면 이 노동자들은 직격탄을 맞는다. 곡소리난다.

 

한국오라클은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 포괄임금제를 주장하며 수당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도 없는 상태에서 당직근무, 야근, 휴일근무를 시키고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여기에서부터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오라클만의 일이 아니다.

 

그 많은 노동자가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 일을 했는가?

 

많이 배운 거랑 상관없이 노동법에 대한 인식은 사실상 전무했다. 생산직은 1980년대부터 조직화가 시작됐고 선배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알려주는 일이 많다. 그런데 이 업종에서는 코치해주는 선배가 거의 없다. 파업 후 자괴감에 빠진 조합원이 많다. 아주 초보적인 노동법도 이제야 알았다는 생각 때문에.

 

회사에선 파업 이전까지 노동시간을 80시간까지만 기록할 수 있도록 막아 놨다. 그래서 80시간 이상, 예를 들어 100시간 일한 사람들이 추가노동에 대해서 기록을 찾아보고 수당을 달라고 하자, 3년 치가 아니라 1년 치만 일방적으로 지급했다. 회사는 포괄임금제 어쩌구 하는데 그것조차 근로계약서에 포함돼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근로감독관이 얘기해 줘서 알게 된 것도 많다.

 

그나마 저희가 노조를 만들고, 판교, 상암, 구로 등 IT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곳에 가서 IT 노동자의 현실을 알리는 유인물을 많이 뿌렸다. 네이버 앞에 가서도 많이 나눠주고. 그 이후 노조가 많이 생겼다. 영향을 분명히 주고 있다.

 

후지쯔코리아가 10년 전 고용 문제로 파업을 했다. 그 이후 노동조건이나 회사 운영 문제로 장기파업을 한 노조는 사실상 한국오라클이 처음이다. 최근 노조가 만들어진 많은 사업장이 우리의 교섭상황이나 마무리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 투쟁의 결과에 따라 그쪽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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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면파업을 벌이던 오라클노조 조합원들

 

 

작년 83일간의 전면파업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중노위 조정결렬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중노위 최종 조정과정에서 회사는 노조에 임금협상 요구 포기를 요구했다. 앞으로 영구히 회사 안을 따르라는 얘기였다. 10년 이상 임금이 동결된 상황인데, 영구 임금동결 요구까지 하다니 분개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 조합원 82% 참여, 97% 찬성으로 가결됐고, 10여일 후 총파업에 돌입했다. 83일 총파업 기간에도 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현장투쟁과 간부파업으로 전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작년 파업으로 2~3천억의 매출손실이 있었을 것이다. 국내 자본이었으면 벌써 손들었을 것. 그런데 가진 게 돈 밖에 없는 글로벌기업은 해외지사에 미칠 영향을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오라클이 아시아퍼시픽 소속이다. 태국, 싱가폴, 인도 등 아시아퍼시픽에 있는 또 다른 오라클지사가 이 파업에 주목을 하고 있었다. 거기 조건은 여기보다 안 좋다. 그래서 오라클은 여기 잘못 들어 줬다가는 그 쪽으로 여파가 갈 것을 우려할 게 분명하다.

 

회사는 배유신 조합원 사망사고 조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 배유신 조합원은 파업 복귀 후 보름만인 작년 820일 한강에서 주검이 된 채 발견됐다. 배유신 조합원은 주변에 밤에도 새벽에도 걸려오는 업무전화 때문에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오래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고 배유신의 죽음의 원인에는 과다노동, 쉴 수 없는 연속노동의 분명히 존재한다.

 

회사는 산재처리를 거부했다. 사망했던 시간이 근무시간이 아니라고. 산재 관련 책임이 드러나는 걸 회피하는 것이다. 배유신 조합원이 6시간동안 카페에서 썼던 노트북을 열어보지 못하고 있다. 회사 노트북인데. 노트북을 쓰고 혼자 앉자 뭐를 했는데 이걸 회사가 안 열어주고. 경찰 포렌식으로도 쉽게 못 연다. IT회사라 암호화가 잘 돼 있다. 경찰이 공문을 보내면 해주겠다고 했고, 경찰은 공문을 보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막고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다.

 

지난 130일 집회 중 우리의 권리가 전체 IT 노동자의 권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발언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앞으로의 각오를 말씀해 주십시오.

 

물러설 생각 없다. 10년 동결 임금 인상, 노조 인정, 공정한 인사 등 최소한의 요구를 하고 있다. 한국오라클 조합원은 국내 IT업계에서 경험이 많은 노동자들이다. 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수십만 IT 노동자들이 무권리 상태에 놓여 있다. 그나마 우리는 조직화해서 싸워 왔고,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다. 우리가 물러선다면 결국엔 후배들이 같은 문제에 계속 부딪힐 것이고 짐을 떠안아야 한다. 우리가 이 문제를 매듭짓는 것만이 우리가 계속 일해야 할 일터를 지키는 일이다.

 

힘으로 싸워야 한다. 대화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47차에 이르는 교섭에서 벌써 해결됐을 것이다. 5월이면 작년 파업이 시작된 지 1년이 되는데, 그 전에 반드시 민주노조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차게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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