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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용균 동지가 던진 불씨, “현장에서 이어가자” - 한국지엠 부평공장 ‘함께살자공동행동’ 차준녕, 최재욱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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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우 조회 59,051회 2019-02-0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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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한국지엠 부평공장 노동자들이 고 김용균 사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죽음의 외주화 중단, 정규직화를 위한 현장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처참한 죽음은 다시 한 번 비정규직, 외주화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냈다. 이 투쟁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조직 노동자운동이 현장에서 힘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서명운동을 전개했던 차준녕, 최재욱 동지와 나눈 얘기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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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안에서 자발적으로 서명운동, 선전전을 진행한 한국지엠 부평공장 노동자들

 

 

서명운동을 하게 된 과정을 말씀해 달라.

 

“1211일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에 광화문 추모제에 참석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노조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과 투쟁을 알려내는 게 거의 없었다. 그래서 우리라도 현장에 알려내고, 함께 추모하고, 투쟁에 함께 하자고 호소하려 했다. 부평공장 정규직 활동가들의 공동활동 기구인 함께살자공동행동운영위에서 부평비정규직지회와 함께 서명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함께살자 공동행동은 현장조직인 민사노, 민추위, 민노회와 변혁당 지엠분회 그리고 개별 활동가들이 같이 하고 있다. 115일에 공장 내 1식당, 3식당, 16일에 2식당, 17일에 3식당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추모 버튼과 리본을 나눠줬다. 전체 600여 명의 서명을 받았고, 이후에는 라인에서 서명을 받기로 했다. 첫날 3식당에서 사무직 서명을 받을 때 반응이 좀 약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사무직 노동자들에 대해 사무직은 원래 남의 일에 관심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서명 받을 때 앞에 누가 서 있느냐도 중요하다. 조합원들은 어떤 사람이 하고 있고, 얼마나 진정성 있게 이끄느냐를 본다. 현장을 그렇게 (사무직은 원래 그렇다고) 단정지어 버린다면 뭘 할 수 있겠는가. 사무직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다.”

 

한국지엠은 현장에 쟁점이 많이 있다. 법인분리와 그로 인한 조합원 조직편제 문제, 비정규직 해고 등 사업장 내 쟁점이 산적한 상황에서 우리가 이런 거까지 해야 하냐라는 문제제기는 없었는가? 조합원들이 볼 때 나와 직접 연결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래서 전국적 쟁점과 현장의 문제를 연결하기 위한 일상적인 활동이 중요해 보이는데.

 

그런 불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문제제기하지 않고 함께 했던 거 같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한시적으로 외면하고 싶은 것도 있다. 그러나 계속 반복해서 알려야 한다. 그리고 한국지엠에서 그런 죽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군산공장에서 감전사고로 죽었고, 부평 프레스에서 압착사고 나서 죽었다. 비정규직도 차에 치어 죽었다. 암으로는 또 얼마나 많이 죽는가.”


회사가 도장공장 도료를 친환경이라며 수성도료로 바꿔서 단가를 올렸다. 그러나 작업자에게는 발암률이 훨씬 올라간다. 실제 현대차에서 밝혀진 것이기도 하다. 소비자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회사가 남는 게 있으니까 쓰는 거지 작업자 건강 때문은 아니다. 다른 완성차 공장에서 밝혀진 게 있는데도 공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쪽에서는 뒤늦게 다시 파헤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게 일상다반사다. 김용균의 죽음이 딴 나라 얘기가 아니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라고 인식돼야 한다. 현장에 자꾸 알리고 바꿔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일상적으로 나오게 만들어줘야 한다. 고 김용균의 죽음이 불행한 일인 만큼, 현장을 바꿀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대공장 정규직이라고 해서 위험에서 벗어나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현장의 그런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면, 밖에서 벌어진 사건이 우리의 일상, 현장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감각을 조금씩 살려낼 수 있지 않겠는가?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면 조합원들의 의식이 올라가고, 요구가 계속 이어지면서 현장은 바뀐다.”

 

정비소 도장 일을 하던 건강한 조합원이 암으로 죽었다. 그런데 아무도 산재를 고민하지 않았다. 작업과 관계없는 게 결코 아니다. 수성도료도 있고 지금은 많이 바꿨지만 록타이트라고 방청윤활제를 2~30년간 엄청 썼다. 몸에 얼마나 안 좋은지, 얼마나 위험한 건지 잘 몰랐던 거다.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관심을 갖게 하면 현장을 안전하게 바꿔갈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


한국지엠도 페인트를 칠하는 도장부스는 외주화돼 있지 않은가?

 

통째로 외주화돼 있다. 지부 선거 때 도장공장 현장을 도는데 여기는 인사 안 해도 돼이러더라. 왜냐고 하니까 비정규직이라고 하더라. 부스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정기대대 자료집을 봤는데 노안실 자료에 위험물질이 작년 대비 50%가 늘어난 걸로 나왔다. 엄청 늘어난 것인데, 왜 갑자기 늘어났는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담당자도 잘 모르는 지경이다.”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20년 이상의 민영화 과정과 죽음의 외주화를 지목한다. 한국지엠도 정규직 노조가 20여 년간 외주화, 비정규직화를 합의하거나 또는 눈감으면서 현재의 상황을 만든 거 아니겠는가?

 

회사의 노사담당 임원이 퇴직하면서 외주업체를 받아나갔던 과정, 그런 시스템이 있었다. 노동조합도 책임이 있다. 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지엠의 아킬레스건은 비정규직 문제다. 우선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장 내에 있는 모든 노동자, 청소 노동자부터 비정규직, 정규직이 용광로처럼 하나로 녹아내리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규직이 단지 부채감 갖지 않을 정도로 연대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 처음부터 비정규직이 했던 작업이 아니라 정규직이 했던 거다. 정규직이 하면서 위험한 현장을 바꿔냈어야지, 그렇게 (비정규직에게) 밀어내면 안 되는 거였다. 우리는 책임이 없고, 자본이 안 바꾼다고만 얘기할 수 있냐? 우리부터 진정성 있는 자기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

 

외주화에 맞서서 최선을 다해 싸웠는데 힘에 밀려서 진 거라면 그거까지 책임질 수는 없을 거다. 문제는 회사가 외주화를 요구하고, 마침 조합원들도 힘들고 위험하니까 외주화하자고 할 때 노조나 대의원들이 다음에 또 당선되기 위해서 제대로 싸우지 않고 합의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말씀하셨듯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용광로처럼 하나로 녹아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2018년 상반기 군산공장 폐쇄 때 군산지회장이 비정규직 짤릴 때 외면했다, 미안하다고 울먹이며 발언했다. 당시 비정규직 동지들은 저게 진심이 아닐 거라고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 뭉클했다. 그런 말 한마디조차 그동안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결국에 또 비정규직은 내팽개쳐졌지만, 진정성 있는 자기 성찰과 실천, 함께 싸우는 과정이 용광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자본과의 싸움에서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하나된 목소리를 만들어 내고 강력한 투쟁대오를 세워내기 위해서 고민해야 한다. 지난 한 해 투쟁의 과정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진지한 반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2월에 공동행동 토론회가 있다. 처음에 공동행동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깃발 아래 모여서 투쟁하는 단위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공동행동과 비정규직지회 이렇게 돼 있었다. 지엠의 공격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함께 투쟁을 조직할지 토론해야 한다. 터놓고 얘기해서 서운한 부분, 부족한 부분, 함께 못한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지 얘기해야 한다. 그래서 모범적인 싸움의 틀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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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Z2u1J1RRq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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