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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참여 좌절시킨 민주노총 대대,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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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6,333회 2019-01-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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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노해투

 

126일 문재인 대통령과 양대 노총 위원장의 만남이 전격 이뤄졌다. “솔직히 오늘 이 자리가 28일 열릴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이하 대대’)를 위한 자리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발언은 이 만남의 본질을 드러냈다.

 

경사노위의 본질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사건이 또 있었다. 이 간담회 전날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에 제출된 사용자 측 공익위원안이 흘러나왔다. 원래 제도관행개선위는 ILO 협약 비준을 위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기구다. 하지만 상호 양보를 통한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으로 경영계의 요구도 얼마간 수용해야 한다는 꼬리표를 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은 꼬리표가 아니라 몸통이었다. 허울 좋은 빈껍데기 단결권 개선을 주는 대신, 노동조합의 심장을 도려내려 했다. 대체근로 허용,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조항 신설, 파업 찬반투표의 유효기간 축소 등 노동조합의 투쟁권을 제거하는 개악을 잔뜩 내세웠다. 허울뿐인 단결권을 가져가는 대신, 투쟁권을 내놓으라고 노동조합을 윽박지르고 있다.

 

이처럼 경사노위 덫에 숨겨진 날카로운 창과 칼이 여기저기서 삐죽삐죽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에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주노총을 덫으로 유도하는 쇼까지 펼친 것이다. 창과 칼을 꿀과 버터로 위장하는 마술 쇼 말이다.

 

민주노총 대대

 

이 마술 쇼에도 불구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결코 걸려들지 않았다. 이들은, 지금의 정세는 총노동과 총자본 사이의 한판 승부가 다가오고 있는 비상한 정세이며, 이 승부에서 노동자들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총자본을 대변하는 문재인 정부에 맞선 대담한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달랐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마술 쇼에 감동했다. 물론 이들도 경사노위라는 덫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격화되는 한국 자본주의 위기 앞에서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완전히 회피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러한 비상한 정세 앞에서 비관주의에 무릎 꿇었다. 이들은 한판 승부는 불가피하지만, 이 승부에서 민주노총과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돌파할 길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비관주의의 토양 위에서 굴종과 타협주의의 독버섯이 자라났다. ‘경사노위에 들어가서 협상으로 피해를 줄여야 한다,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은 문재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경사노위에서 기세등등한 자본가들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해주기를 애원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대대는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민주노총 지도부의 투항노선과 시급히 투쟁을 준비하자는 노동자들의 격돌의 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경사노위 참여 부결

 

민주노총의 향배를 결정할 비상한 국면은 지난해 10월 대대와 달리 이날 대대에 과반수(636)를 훨씬 웃도는 1,000여 명의 대의원들을 불러 모았다. 투표 결과, ‘무조건 불참’(수정안 1), ‘조건부 불참’(수정안 2), ‘조건부 참여’(수정안 3) 모두 부결됐다. 경사노위에 참여한다는 내용을 담은 원안은 상정되지도 못했는데, 이것은 원안과 결을 같이 하는 조건부 참여안이 부결된 상태에서 원안은 상정되더라도 가결이 불가능하다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현실 판단이 개입한 결과로 보인다.

 

민주노총 대대 결과, 경사노위 참가를 밀어붙이려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투항노선이 당장에는 좌절됐다. 수줍은 원안인 수정안 3은 가장 높은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402표밖에 얻지 못해 과반수에 미달했다. 하지만 경사노위 덫을 거부하고 단호히 투쟁으로 돌파하자는 견해도 결코 다수파가 아니었다. 이 투쟁노선을 대변했던 수정안 1(무조건 불참)331표로 참석 대의원 34.5%의 지지를 얻었을 뿐이다.

 

이런 결과는 상황의 엄중함을 보여준다. ‘조건부 불참’(수정안 2), ‘조건부 참여’(수정안 3)처럼 경사노위에 환상을 갖고 있는 경향조차도 무조건 경사노위에 들어가자고 감히 주장하지 못할 정도로 민주노총에 대한 자본과 정부의 공격이 심각하다는 점, 또한 바로 그만큼 경사노위가 치명적인 덫일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분명하다.

 

진짜 승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어쨌든 덫에 기어들어가자는 노골적인 투항노선은 좌절됐고, 이것은 투쟁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승리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결정적인 승리가 결코 아니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외쳤던 것처럼,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노동자투쟁이다! 즉 오직 전투만이 어떤 계급이 승리자가 될 것인가를 결정할 것이다!

 

이 점을 자본가계급과 자본가정부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상황은 분명하다. 경사노위는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으로 노동조합의 투쟁권을 봉쇄해 민주노총의 투쟁력을 꽁꽁 묶는 덫에 불과했다.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에 제출된 사용자 측 공익위원안이 쟁의권 봉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은 의미심장하다. 자본가들은 모든 것은 결국 투쟁에 의해 결정될 것임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덫을 민주노총이 거부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대답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탄력근로 확대, 미합의 시 2월초 여야가 처리”, “최저임금 절차 개선(개악!)도 합의 안 되면 국회에서 처리라는 말에 오롯이 담겨 있다. 덫에 걸리면 좋고, 걸리지 않더라도 이 자본가정부와 자본가정당들은 노동개악을 반드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운동의 손과 발을 절단 낸 뒤, 무력화된 노동자들을 향해 최저임금 개악, 탄력근로제 도입 등 무차별 공세를 퍼붓겠다는 것이다.

 

뚜렷이 드러나는 두 갈래 길,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길은 선명해지고 있다. 두 갈래 길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의 한판 승부에서 투쟁으로 돌파하지 못하면서 뒤로 떠밀리는 길이다. 투쟁을 통해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해 타협과 굴종의 길로 노동자운동을 유도하려는 기회주의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그래서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경사노위에 기어들어가자는 입장이 부활하고 힘을 더해갈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의 힘을 단단히 조직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미조직 노동자들과 단결해 투쟁하며 그들의 지지를 끌어냄으로써 노동자계급의 위대한 잠재력을 현실화하고 자본과 정부의 공세를 뚫고 전진하는 길이다. 경사노위 같은 덫을 박살내고 노동자운동의 힘을 사회 전반적으로 강화하면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물줄기까지 복원하는 길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한국의 조직 노동자운동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이 투쟁과 단결, 노동자 민주주의의 정신으로 단단히 벼려지면서 위력적인 세력으로 솟구치게 될 것이다.

 

두 길 중에서 어떤 길이 현실화될 것인가? 이번 대대를 거치면서, 공은 민주노총 지도부로부터 현장의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넘겨졌다. 투쟁할 의지가 없는 지도부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대중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투쟁과 단결을 밀어나감으로써 민주노총과 전체 노동자계급의 운명을 당당히 책임지겠다는 위대한 결단, 숭고한 책임의식으로 무장할 때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하게 토론할 때다. 민주노총과 노동자계급의 운명을 책임지는 진정한 대표자로서 말이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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